19 한국 문학

서로박: 그 언덕에 세워진 이정주 시인의 탑 (5)

필자 (匹子) 2020. 8. 27. 11:18

5. 죽음과 바깥의 다른 세상

 

너: 예리한 지적이로군요. 넷째로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시편들로서 우리는 다음의 시를 들 수 있습니다. 「민박」, 「터미널」, 「난중일기 卵中日記」, 「죽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죽는다」, 「부활」*, 「나비」*, 「강으로 가는 길 1, 2, 3」, 「태산」, 「마부」 등이 있지요. 다섯째로 자아의 고독 그리고 단 한 번의 삶에 관한 문제를 다룬 작품들로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작품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노출」, 「부활」*, 「껍데기 벗겨지다」, 「귀가」, 「집」,「혼자 두는 바둑」 등이 이에 해당하지요. 이 작품들 가운데 특히 「난중일기 卵中日記」가 나의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내 어머니도 마야부인

무우수 아래 누우셨지

나를 낳으며 웃으셨지

바람 불고 나뭇잎들 떨어지며 정충처럼 흔들렸지

아버지는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지 (...)

나는 덫에 걸렸어

온몸이 뒤틀려 꼼짝할 수 없게 되었어

날이 새면 사냥꾼들이 나를 잡아갈 것이다

꼬인 몸을 흔들면서 나는 비명을 지를 것이다

아직도 나는 바깥 세상을 보지 못했어!

사라쌍수 위로 뜨거운 무지개가 걸리고

한차례 회오리가 불어올 것이다

그물 밖으로 밀려나가는 발을 자꾸 집어넣으며

나는 눈을 감을 것이다 (...) (「난중일기」일부)

 

나: 인용 시는 다양하게 해석될 것 같은데요? 부자유와 덫으로 이루어진 이승에서의 쫓기는 삶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적 자아는 어둡고 미끈거리는 세상을 혼자서 돌아다닙니다. 세상은 어머니의 자궁과 같습니다. 그는 “사라쌍수 위로 뜨거운 무지개”가 걸리는 바깥세상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 내지 갈망을 토로하고 있어요.

 

너: 내 생각에는 “바깥 세상”의 의미가 매우 중요할 것 같아요. 시구는 죽음에 관한 장자의 시각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장자는 죽음 이후의 저승을 숙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세상이 거대한 용광로이며 조물주가 위대한 대장장이라면, 쇳덩이 하나에 불과한 내가 어디로 간들 무슨 대수이겠는가? 今一以天地爲大鑪, 以造化爲大冶, 惡乎往而不可哉?”

 

나: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장자는 다른 세계가 현세보다 더욱 광활하다고 생각하고 죽음에 대해 초연한 태도를 취했으니까요 그러나 작품에서 시적 자아는 장자와는 다른 태도를 취합니다. 그는 바깥세상을 일지 못하므로, 오히려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여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무우수 아래” 계시는 어머니의 알의 세계가 현세라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시적 자아는 주어진 현세에서 반눈을 뜨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가리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작은 세계 속에서 갇힌 채 “그물 밖으로 밀려나가는 발을 자꾸 집어넣으며” 아등바등 살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인이 노리는 비판적 촉수는 바로 이러한 점으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