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526) "손가락과 닭대가리", 2022년 대선 유감

필자 (匹子) 2022. 3. 11. 11:11

1. 선거 판세는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었다.: 이번 대선 결과는 부동산 폭등과 코로나19로 인해 소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져다준 필연적 귀결이다. 정권교체의 여론은 처음부터 강렬했다. 안타까운 것은 30만에 해당하는 무효표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안철수 후보에 투표한 사람들로 추정된다.

 

2.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 할아버지가 온다 하더라도 이길 수 없는 국면이었다. 윤석열 후보가 여러 가지 하자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당선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윤 후보에게 바라건대 시스템에 의해서 특정인을 감옥에 쳐넣겠다는 생각을 씻어버리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초심을 견지하기를 바란다. 이재명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 앞으로도 계속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고 어떠한 뒷돈을 받지 않는 염개 정치가로 살아가기 바란다. 

 

3. 심상정 후보에게 약간의 섭섭함을 느낀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이번 대선에 80만표 정도를 얻었다. 20대의 많은 여성들은 사표가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심 후보를 찍었다. 만약 그미가 안철수 후보의 사퇴 직후에 자신도 사퇴하고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더라면, 이재명 후보는 최소한 30만표 정도는 충분히 더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의당은 대선 (대통령 선거)이 아니라, 총선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더 좋은 전략이 아니었을까?

 

4. 작은 정당의 경우 대선을 치를 때는 유연함을, 총선을 치를 때는 단호함을 견지해야 한다. 나는 심후보를 탓하는 게 아니라, 심 후보의 순발력이 없는 뻣뻣한 태도를 탓할 뿐이다. 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대체로 정의롭고 믿음이 가지만, 당면한 전략에 있어서 유연하고 신속한 자세를 취하지 못했다. 심상정의 올곧은 강직함은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의 비굴한 유연함에 패배하고 말았다. 

 

5. 민심은 천심이 아니라, 천심 (蚕心)이다. 인민의 뜻은 하늘의 마음이 아니라, 지렁이의 마음이다. 왜냐하면 인민은 주위에 의해서 기만당하고 속아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선거는 ( 이정주 시인의 말에 의하면) 돗대기 시장터가 된다. 어쩌면 인간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 "자기 확신에 찬 원숭이들" (폴커 브라운)인지 모른다. 

 

5. 손가락 자른다는 후회는 더 이상 하지 말자. 나이가 들면, 고집은 더욱 강해지고 보수화된다. 나이들수록 자기 반성이 절실하게 필요한 까닭은 그 때문이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훈계할 줄만 알지, 그들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른다. 바라건대 5년 후에 (박근혜를) 잘못 찍었으니 손가락 자른다는 말이 나오지 말기를 바란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자는 닭대가리들이다.

 

 

6. 민주주의 보통선거는 차선책이다. 치매 걸린 노인도 얼마든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고, 저명한 정치학 박사도 한 표만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엘리트 위주의 관료주의 체제는 독재로 나아갈 위험성을 처음부터 지니고 있다. 다수결 제도도 문제다. 이른바 "올바른 소수" "거짓된 다수" 앞에서 패배를 시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주의 제도는 관료주의 내지 독재 체제보다 백번 낫다.

 

7. 가난하고 핍박당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죽하면 전라도 사람들이 자식을 많이 낳지 않았다는 것을 선거 때마다 애통해해야 할까? 전라도의 애환은 한국인 전체의 한 (恨)과 같다. 곡창 지대 전라도는 역사적으로 외세와 동족의 권력자들에게 짓밟힌 땅이다. 부디 전라도 사람들의 민심이 반영되어, 한국의 사회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8. 가짜 뉴스가 아니라, 왜곡 뉴스가 문제다. 흔히 가짜 뉴스를 탓한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가짜뉴스보다 도 사악한 것은 왜곡 뉴스다. 가짜 뉴스는 나중에 거짓으로 판명되지만, 왜곡 뉴스는 우둔한 대중을 바보로 만들 수 있는 이데올로기로 기능한다. 사람들의 의식을 조종하는 게 왜곡 뉴스인 것이다. 언론은 얼마든지 중요한 사안을 무시할 수 있고사사로운 사안을 침소봉대할 수 있다

 

9. 젊은이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할 것이다. 유시민의 주장에 의하면 언론 매체 가운데 90%가 보수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가짜 뉴스는 나중에 가짜라는 게 판명되지만, 왜곡 뉴스는 그렇게 드러나지 않는다. 나라를 살리는 것은 비판적 판단을 지닌 젊은이들일 것이다. 앞으로 젊은이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이준석은 남녀를 갈라치기하는 식의 교활한 언행을 삼가기 바란다.  

 

10. 눈과 귀는 두 개이지만, 입은 하나다. 우리는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두 배로 듣고 보아야 한다. 듣는 말에는 거짓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100 퍼센트 진리다. 지성인이 기만당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말과 말 사이 내지는 행과 행 사이를 읽기 때문이다. (inter + lectere) 부디 인터넷과 새로운 매체들을 통해서 공명정대하고 올바른 진실이 많이 회자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