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11

서로박: 폴커 브라운의 미완성의 이야기

1981년 베를린 작가회의에 참석한 브라운 친애하는 R, 당신은 극작가로 대성하고 싶어 합니다.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은 동독 출신의 가장 다재다능한 작가, 폴커 브라운 (1939- )의 소설 “미완성의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부디 이 글이 당신 꿈의 실현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라운은 70년대의 중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으며, 구동독에서 언제나 커다란 토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브라운은 사회 정치적으로 적극적 태도를 취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정체된 현재 (Status quo)” 대신에, 사회의 끝없는 변화 과정을 촉구하였습니다. 브라운의 작품에서는 장르의 한계가 없습니다. 친애하는 R, 작가들이 많이 살아가는 나라 K에서는 시인은 시만 쓰고, 소설..

45 동독문학 2022.12.27

서로박: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친애하는 J, 오늘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1564 - 1616)의 비극 「맥베스」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5막으로 이루어진 비극인데, 운문과 산문으로 씌어져 있으며, 추측컨대 1606년 제이콥 1세의 궁정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문헌에 의하면 1611년 4월 20일에 런던에서 초연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비극 작품으로서 다른 작품에 비해서 작은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품이 전달 과정에서 삭제되었는지, 아니면 극작가가 의도적으로 압축적으로 기술했는지에 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모든 작품은 나름대로의 원전을 지니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홀린셰드 (Holinshed)의 『영국, 스코틀랜드 그리고 아일랜드의 연대기 Chronicl..

35 근대영문헌 2022.01.09

서로박: 로베르트 무질의 '세 여인' (2)

(8) 어느 맑게 갠 날 아침 갑자기 찾아온 옛 친구: 자신의 정적 (政敵)인 트리엔트 주교가 죽었을 때, 케텐의 거친 심성은 순간적으로 사라집니다. 마치 한 마리의 벌에 쏘인 듯이 힘이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케텐은 서서히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그리하여 아내에게 달려가서 자신을 간호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어느 맑게 갠 날 아침 갑자기 누군가 포르투갈 여인을 방문합니다. 방문객은 여인이 청춘 시절에 사귄 적이 있었던 남자였습니다. 이때 케텐은 방문객에게 커다란 질투심을 느끼지만,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방문객은 포르투갈 여인에게는 그야말로 친구에 불과합니다. 지난 11년 동안 그미는 하루도 빠짐없이 연인 한 사람을 기다려 왔습니다. 고독한 삶을 견뎌내기 위하여 머리속에 하나의 상..

43 20전독문헌 2022.01.07

(단상. 507) 동화, 혹은 미라보 백작

독일 유학 시절. 맛있는 것을 사먹고 싶은데, 수중에는 돈 한 푼 없다. 어떻게 해서든 알바 일이라도 구해야 한다. 게다가 틈틈이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 같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삶을 참담하다고 여긴다. 가끔 멍 때린다. 이러한 버릇을 통해서 자신이 다른 사람일 수 있다고 여기기 시작한다. 여기서 신분 상승의 달콤한 꿈이 생겨난다. 고트프리트 켈러Gottfried Keller의 단편 소설 「의복이 날개다Kleider machen Leute」의 주인공, 벤첼 슈트라핀스키는 재단 기술을 비우는, 찢어지게 가난한 청년이다. 그런데 다른 도시에 가서 자신이 만든 고급 망토를 걸치고, 살롱에 등장하면서, 자신이 폴란드 출신의 백작이라고 소개한다. 슈트라핀스키의 우수 어린 푸른 눈동자 그..

3 내 단상 2021.11.25

서로박: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2)

마지막 제 5막은 도합 세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은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접하게 됩니다. 즉 고너릴 뿐 아니라, 리건 역시 에드먼드에게 눈독을 들였다는 사실 말입니다. 두 자매는 한 남자를 차지하게 위해서 표독스럽게 암투를 벌입니다. 에드거는 고너릴의 편지를 가지고, 그미의 남편 알바니를 찾아옵니다. 이때 놀라운 비밀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됩니다. 즉 고너릴은 에드먼드가 자신의 아들임을 전혀 모른 채 더러운 욕정을 채우려고 했다는 것이 바로 그 비밀이었습니다. 다른 한편 에드먼드는 부대장에게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돌아온 코르델리아를 죽이라.”고 명령한 다음 싸움터로 향합니다. 운명의 결전장에서 그는 저항 세력의 군대를 이끄는 에드거와 조우하게 됩니다. 에드먼드는 결투 끝에 ..

35 근대영문헌 2021.09.25

서로박: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1)

한 인간의 어리석은 판단은 과연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탐욕과 공명심 때문일까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 문학의 백미는 진리를 간파하지 못하고, 오류를 사실이라고 믿다가 결국에는 파멸해야 하는 인간 유형의 묘사에서 발견됩니다. 어리석은 인간은 고난의 체험 그리고 깊은 상흔 속에서 무언가를 처절하게 깨닫습니다. 이 점이 셰익스피어 문학의 핵심사항이 아니라면, 우리는 대체 무엇을 지적할 수 있을까요? 5막 비극 「리어 왕 King Lear」의 집필 연도는 불확실합니다. 사람들은 1604년 아니면 1605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1606년 12월 26일 런던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으며, 독일에서는 1824년에 드레스덴에서 공연된 바 있습니다..

35 근대영문헌 2021.09.25

블로흐: 이 시대의 유산 (1)

나: 당신의 책 『이 시대의 유산』은 1920년대 독일 사회를 심도 넘치게 분석하고 있는데, 1935년 당신에 스위스에 망명할 당시에 뒤늦게 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당신의 문헌을 어떻게 수용했는지요? 너: 그야말로 다양하게 수용되었습니다. 호평과 악평이 공존했다고 할까요? 이러한 모순적인 반응은 가장 중요한 명제인 유산의 문제 때문에 나타난 현상인 것 같습니다. 유산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라든가 경제 숙명론과 같은 특성을 유추하게 합니다. 그렇기에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러한 개념 자체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지요. 나는 유산을 이후 세대에게 부여하는 문화적 상속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적 상속으로서의 유산의 문제는 마르크스주의의 입장에서 고찰할 때..

30 bloch 대화 2021.09.13

서로박: 소네트 패러디 (1)

다음의 글은 나의 논문 "고상한 소네트에서 조야한 소네트로"의 일부이다. 나: 소네트는 현대인의 사랑과 성을 담기에는 진부한 형식, 다시 말해 헌 부대에 불과하지요. 현대인들이 목숨 건 사랑을 체험하는 경우는 이제 드뭅니다. 사랑을 가로막던 장애물들이 오늘날 거의 철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비극을 처절하게 노래할 필요성이 사라졌어요. 이에 반해 과거에는 구태의연한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이 온존하였으므로, 죽음을 각오하는 사랑의 열정은 실제로 출현했고, 이는 소네트를 통해 묘사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을 생각해 보세요. 피에르 아벨라르 (1079 - 1142)는 엘로이즈라는 아리따운 처녀의 가정교사로 일했는데, 그들은 활활 타오르는 연정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끝내 살을 섞었습..

22 외국시 2021.09.05

서로박: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2)

양피지에 기록된 보카치오의 글 특히 놀라운 것은 서클의 참가자들이 첫 번째와 아홉 번째의 날에 아무런 특정한 주제 없이 자유분방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입니다. 이 대목에서는 디오네오 Dioneo라는 거친 악동 한 명이 등장하여, 앞으로의 진행 과정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디오네오는 마치 모임에서의 사회를 맡듯이, 참석자들에게 앞으로의 진행과정을 알려줍니다. 그는 저자인 보카치오를 대변하는 인물인 셈이지요. 디오네오는 자신의 본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매일 서클의 분위기가 즐겁고 안온하게 자리하도록 노력합니다. 여기서 나타나듯이, 보카치오는 비판적 리얼리스트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주어진 현실을 치밀하게 관찰하여, 모든 것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중세 말기의 기사들..

34 이탈스파냐 2021.08.06

서로박: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 (2)

친애하는 N, 왜 인간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을 무수히 반복할까요? 어째서 인간은 비극적 체험을 겪은 다음에 비로소 인간다운 인간으로 거듭날까요?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 “사멸하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생각해 보세요. 늙은이들은 대체로 어떤 무엇을 깨닫는 순간 사망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다시 아무 것도 모른 채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그렇기에 속담에 의하면 “환갑 나이에 인간이 되고, 진갑 나이에 죽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극작품의 전반부는 이로써 절망과 비극의 이야기로 끝맺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 3막의 말미에는 아기인 페르디타가 극적으로 구출되는 장면이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3막의 마지막 대목에서 어떤 동화적인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이것은 극중 진행과..

35 근대영문헌 2019.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