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근대영문헌

서로박: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필자 (匹子) 2022. 1. 9. 21:20

친애하는 J, 오늘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1564 - 1616)의 비극 「맥베스」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5막으로 이루어진 비극인데, 운문과 산문으로 씌어져 있으며, 추측컨대 1606년 제이콥 1세의 궁정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문헌에 의하면 1611년 4월 20일에 런던에서 초연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비극 작품으로서 다른 작품에 비해서 작은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품이 전달 과정에서 삭제되었는지, 아니면 극작가가 의도적으로 압축적으로 기술했는지에 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모든 작품은 나름대로의 원전을 지니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홀린셰드 (Holinshed)의 『영국, 스코틀랜드 그리고 아일랜드의 연대기 Chronicles of England, Scotland and Irland』에서 많은 내용을 빌어 왔습니다. 11세기의 스코틀랜드는 우리에게 거의 전설적인 내용을 전해주는데, 여기서 맥베스가 던컨 왕을 살해하는 이야기가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전설과는 달리 셰익스피어는 주인공을 그다지 권력욕에 가득 찬 인간으로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원래 던컨은 백성들을 다스릴 능력이 없는 독재자로서 맥베스에 의해 처형되지만, 셰익스피어는 극작품에서 던컨을 잔혹한 독재자로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극작가는 정치적 문제를 부각시킨 게 아니라, 한 인간이 얼마나 강렬하게 죄악의 유혹에 사로잡힐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하는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쳤다는 사실 말입니다.

 

맨 처음 맥베스는 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장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주위 사람들의 유혹에 넘어가서, 권력에 반기를 들게 되고 급기야는 왕 던컨을 살해하게 됩니다. 그 이후 맥베스는 어떤 의혹에 사로잡힙니다. 즉 신하 그리고 책사들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게 바로 그러한 의혹이었습니다. 권력의 소용돌이에 머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맥베스는 자신의 꺾으려는 사람들을 하나씩 처형합니다. 결국 그는 반대파 사람들에 의해 처형당합니다. 문제는 첫째로 세 명의 마녀의 예언에 있었습니다. 마녀들이 등장하여, 주인공에게 어떤 예언을 던집니다. 즉 맥베스가 어떤 비밀스러운 욕망을 실현시켜야 화를 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녀들은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에서 죄악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문제는 둘째로 맥베스의 부인에게 있었습니다. 그미는 남편을 충동하여,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아내에 비하면 상상력이 풍부한 남자였습니다. 그는 던컨 왕의 살해를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저지른 일 그리고 앞으로 행해야 할 일에 대해 무척 껄끄럽게 여기고 이에 대해 내적으로 커다란 고통을 느끼지요. 특히 맥베스의 독백에서 이 대목은 분명히 나타납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가장 긴 독백이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작품입니다.) 맥베스는 자신의 독백을 통하여 생각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는데 갈등을 느끼고 이를 한탄합니다. 말하자면 마녀는 음험한 예언을 통하여 주인공의 마음속에다 찬란한 미래의 행복을 불어넣어줍니다. 그러면서 주인공으로 하여금 어떤 결단을 촉구합니다. 여기서 결단이란 권력자 그리고 그 부하들에 대한 살육 행위를 가리킵니다. 맥베스는 찬란한 미래의 행복을 떠올리고, 이에 대해 커다란 황홀감을 느끼지요.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결단으로 누군가가 피를 흘린 데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제 2막 2장에서 맥베스는 교활한 방법으로 던컨 왕을 살해한 뒤에 왕관을 찬탈합니다. 이때 그는 왕의 두 아들 그리고 내막을 잘 아는 반코 등도 언젠가는 자신의 목숨 및 왕권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고로 강한 의심을 품은 사람치고 섣불리 행동하여 화를 자초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지요. 맥베스는 자객들을 보내서 지금까지 함께 거사를 논하던 책사인 반코를 무참하게 살해합니다. 반코의 아들, 플레안스는 겨우 살아남아 도망치게 됩니다. 이제도 자신과 대적할 사람도 없고, 자신의 권력 찬탈 행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주인공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습니다. 맥베스는 여흥을 위해서 향연을 개최합니다. (제 3막 4장) 이때 반코의 영혼이 맥베스 앞에 나타나서,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하소연합니다. 이를 통해서 주인공은 마녀의 예언이 거짓임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 와중에서 기이하게도 어떤 불가능한 일이 발생합니다. 말하자면 합법적인 왕위 계승자인 말콤이 군대를 이끌고 권력자 맥베스에 대항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맥베스는 둔시난 성에 숨어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바로 이때 비르남 지역의 숲이 움직여 다가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맥베스의 아내는 어느 날 밤 광기에 휩싸여 자살합니다. 바로 이 순간 맥베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그야말로 하나의 공허한 광기임을 처절하게 깨닫게 됩니다. 맥베스는 죽음 직전의 위기에 사로잡힙니다.

 

이때 맥베스는 허무주의적 시각에서 인간의 삶 자체를 “바보에 의해서 서술되는 동화, 아무런 의미 없이 가득 울려 퍼지는 소리와 노여움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로 비유합니다. 마지막 장면에 맥더프는 둔시난 성에 뛰어들어 맥베스와 결투를 벌입니다. 이때 맥베스는 여자에게서 태어난 자는 자신을 죽일 수 없노라고 호통을 칩니다. 이때 맥더프는 자신이 마치 살모사처럼 제왕절개로 태어난 자라고 말하면서, 새롭게 등극한 독재자를 칼로 찔러 죽입니다.

 

친애하는 J, 작품은 여러 가지의 측면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작품의 주제는 정치적 측면에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권력욕을 지니고 있습니다. 던컨은 수많은 정적과 싸우면서 권력을 유지하는데, 맥베스에 의해서 살해됩니다. 정치적 갈등과 권력욕의 관계는 로만 폴란스키의 맥베스 영화에서도 나타납니다. 에드워드를 등장시켜서 맥베스의 권력 확장을 경계하도록 묘사하였습니다. 둘째로 작품은 질서와 혼돈의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던컨이 자연과 질서를 바탕으로 한 지배자라면, 맥베스는 혼돈의 지배자로 해명될 수 있습니다. 던컨이 살해될 때, 그의 매, 부엉이 등이 목숨을 잃는 것은 자연력의 약화로 이해되지요.

 

제 5막에서 나타나는 자연의 면모 역시 신비롭습니다. 가령 숲은 맥베스에 대항하여 움직이고 있습니다. 셋째로 작품은 존재와 가상의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악한 힘과 신의 힘 사이의 대립과 같지요. 주인공이 세 명의 마녀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도 이와 관련됩니다. 넷째로 작품은 남성성 속에도 여성적 특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줍니다. 사실 남자들은 육체적으로 여성보다 강할 뿐이지 심리적으로 여성보다 강한 것은 아니니까요. 맥베스의 두려움 그리고 맥두프와 말콤 사이의 대화는 이를 잘 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