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복하게 생활하는 한 사내는 어느 날 비참할 정도로 남루한 차림의 남자가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때 어떤 상념이 사내의 뇌리를 스쳤다. 그의 걸음걸이는 자신의 걸음과 비슷하며, 어깨가 흔들리는 모습 또한 자신의 것과 유사했다. 심지어 얼굴의 생김새도 거의 동일했다. 이순간 사내는 어떤 착각에 사로잡힌다. 어쩌면 그 남자의 모든 것이 나의 육체이며, 나의 영혼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던 것이다. 그래, 어떤 비극적 사건으로 인해 삶이 꼬이지 않았더라면, 그는 마치 내 동생처럼 편히 살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황당한 사건은 주어지지 않았다. 우연히 주위에서 피리소리가 들린다 하더라도 남자는 몸을 비비꼬며 춤춘 적도 없었다. 불쌍한 그 남자는 -흔히 선한 사람들이 말대로 오로지 인간적으로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