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507) 동화, 혹은 미라보 백작

필자 (匹子) 2021. 11. 25. 10:39

독일 유학 시절. 맛있는 것을 사먹고 싶은데, 수중에는 돈 한 푼 없다. 어떻게 해서든 알바 일이라도 구해야 한다. 게다가 틈틈이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 같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삶을 참담하다고 여긴다. 가끔 멍 때린다. 이러한 버릇을 통해서 자신이 다른 사람일 수 있다고 여기기 시작한다. 여기서 신분 상승의 달콤한 꿈이 생겨난다.

 

고트프리트 켈러Gottfried Keller의 단편 소설 「의복이 날개다Kleider machen Leute」의 주인공, 벤첼 슈트라핀스키는 재단 기술을 비우는, 찢어지게 가난한 청년이다. 그런데 다른 도시에 가서 자신이 만든 고급 망토를 걸치고, 살롱에 등장하면서, 자신이 폴란드 출신의 백작이라고 소개한다. 슈트라핀스키의 우수 어린 푸른 눈동자 그리고 고결한 표정에 마음을 홀라당 빼앗기지 않는 여성은 한 명도 없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에는 솥 수선공, 크리스토프 솔리가 등장한다. 지금까지 거의 노예처럼 생활하던 가난한 인간이 일순간 자신에게 돈과 권력이 주어져 있다고 착각한다. 어떤 완전히 다른 유형으로 돌변한 것이다. 솔리는 새로운 세계의 생활 방식을 접하게 된 슬리는 순식간에 천박한 향락 그리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권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아무런 의지 없이 낙천적으로 살던 사내는 결정적 순간에 사기꾼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베토벤은 어느 순간 자신의 비범하고도 탁월한 재능을 발견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때 그는 차제에는 반드시 음악의 대가이리라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악성이 되겠다는 결코 은폐될 수 없는 욕망이 바로 여기서 과감하게 활용된 셈이다. 이는 미래의 자신에 관한 베토벤의 참으로 대담하고 오만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은 진실로 천국에 살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그에 관한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이다. 그래, 천국은 인간의 인식 속에서 여전히 불명료하게 인지될 뿐이다. 만약 인용문에서 “그에 관한 아무 것도”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그 자리에 “그리로 향한 자신의 의지를”이라는 표현을 첨가시키면, 그 문장은 그야말로 명백한 사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