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근대영문헌

서로박: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1)

필자 (匹子) 2021. 9. 25. 10:13

한 인간의 어리석은 판단은 과연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탐욕과 공명심 때문일까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 문학의 백미는 진리를 간파하지 못하고, 오류를 사실이라고 믿다가 결국에는 파멸해야 하는 인간 유형의 묘사에서 발견됩니다. 어리석은 인간은 고난의 체험 그리고 깊은 상흔 속에서 무언가를 처절하게 깨닫습니다. 이 점이 셰익스피어 문학의 핵심사항이 아니라면, 우리는 대체 무엇을 지적할 수 있을까요?

 

5막 비극 「리어 왕 King Lear」의 집필 연도는 불확실합니다. 사람들은 1604년 아니면 1605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1606년 12월 26일 런던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으며, 독일에서는 1824년에 드레스덴에서 공연된 바 있습니다. 작품의 원래 제목은 무척 깁니다. “리어왕 그리고 세 딸의 삶과 죽음, 스스로 ‘미친 톰’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글로스터 백작의 아들, 에드가의 불행한 삶과 그의 유산에 관한 진정한 이야기” 친애하는 S, 일단 리어왕에 관해서 언급하고, 이 작품과 가족 치료 사이의 관련성을 천착하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은 영국의 구전 동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제 1막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령의 리어 왕은 왕권을 이양하려고 딸들과 사위들을 부릅니다. 그는 딸의 효성을 기준으로 하여 땅과 권력을 나누어주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내심 가장 사랑하는 막내딸이 “사랑의 테스트”에서 승리를 구가하기를 바라며, 일단 딸들의 말을 경청하기로 합니다. 큰 딸, 고너릴은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하여 리어왕을 칭송하여, 자신의 몫을 챙깁니다.

 

둘째 딸, 리건도 온갖 달콤한 말로써 왕을 기쁘게 하여 땅의 일부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막내 딸, 코르델리아는 간단하게 아빠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리어왕은 몹시 실망합니다. 실망은 조만간 분노로 돌변합니다. 문제는 왕의 분노로 인하여 코르델리아가 지참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왕으로부터 의절 당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코르델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프랑스 왕은 나쁜 결혼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미와 결혼하여, 함께 프랑스로 떠납니다. 충신 켄트 역시 왕에게 직언을 했다가, 왕궁으로부터 추방당하고 맙니다.

 

글로스터 백작의 서자, 에드먼드는 권력에 대한 야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자신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배다른 형, 에드거를 교활한 방법으로 모함합니다. 글로스터 백작은 어리석게도 에드먼드의 간계를 곧이곧대로 믿습니다. 에드거는 아버지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에드먼드의 사악한 의도에서 나온 충고를 따릅니다. 설마 동생이 자신에게 나쁜 짓을 저지르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 첫째 딸, 고너릴은 리어 왕으로부터 땅을 하사받은 뒤, 아직도 시시콜콜 자신의 일에 간섭을 하는 아버지 앞에서 인상을 찌푸립니다. 그미는 아버지가 자신을 찾아도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이에 실망한 리어 왕은 고너릴을 나무라지만, 오히려 딸은 안하무인격으로 아버지에게 무지막지한 폭언을 퍼붓습니다. 마음 속 깊이 상처 입은 리어 왕은 큰 딸을 저주하며, 둘째 딸을 찾아가서 위안을 받으려고 작심합니다. 고너릴은 자신의 심복, 오스왈드를 동생에게 보내어 아버지의 의도를 전하게 하고, 리어 왕 역시 시종 한 사람을 통해서 둘째 딸에게 보내어 자신의 의사를 전합니다. 리어왕의 시종은 변장하고 있는데, 그는 바로 언젠가 추방당한 적이 있었던 충신 켄트였습니다.

 

제 2막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드거는 에드먼드의 계략에 속아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다가 결국 패륜아 신세로 전락합니다. 글로스터 백작은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아들, 에드거를 죽이는 자에게 현상금을 주겠노라고 공언합니다. 에드거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하여 광인 거지, “톰”으로 변장하여 살아가게 됩니다. 다른 한편 에드먼드는 리건과 코른월 공작의 신임을 얻어 대거 발탁되어 중요한 직책을 얻게 됩니다. 이때 리어왕의 둘째딸, 리건은 에드먼드의 외모에 반하여 은근히 연정을 품게 됩니다.

 

다른 한편 오스왈드는 평소에 리건의 몸을 탐하고 있었는데, 리건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그미에게 향합니다. 그는 리건의 집 앞에서 만나서 켄트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거친 말다툼을 벌립니다. 언쟁은 결국 칼부림으로 비화됩니다. 리건의 남편, 코른월 공작은 사태의 본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리어 왕의 사자(使者)인 켄트를 족쇄에 묶어버립니다. 뒤이어 도착한 리어 왕은 자신의 심복인 켄트가 족쇄에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몹시 화를 내면서, 리건을 소환합니다.

 

둘째 딸, 리건 역시 고너릴과 마찬가지로 늙어빠진 아버지를 더 이상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뒤이어 나타난 고너릴은 리건과 합세하여 리어 왕을 코너로 몰아세웁니다. 이제 권력과 재물을 챙긴 그들로서는 더 이상 늙은 아버지에게 아양 떨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두 딸의 사악한 본심을 간파한 리어왕은 깊은 충격을 받은 채 폭풍우가 몰아치는 들판으로 향해 말을 타고 달립니다.

 

제 3막은 도합 일곱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폭풍우 속에서 방황하던 리어 왕은 광기에 사로잡혀 의식을 잃게 됩니다. 나중에 리어왕은 어느 오두막에서 광인 한 사람과 조우합니다. 광인은 다름 아니라 패륜아로 몰려 잠행하며 살아가야 하는 에드거였습니다. 리어왕은 베들람의 톰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헐벗은 광인을 바라보면서, 난생 처음으로 동정심을 느끼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재산을 잃은 사람은 왕 뿐 아니라, 글로스터 백작이었습니다. 백작은 왕을 두둔했다는 이유로 모든 토지를 다른 귀족들에게 뺏겨버린 것이었습니다. 글로스터 백작은 자신의 서자인 에드먼드에게 밀서를 건네면서, 그것을 낭트의 왕에게 전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에드먼드는 아버지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습니다. 그는 낭트로 가지 않고 리건의 남편, 코른월 공작을 찾아가 밀서의 내용을 전합니다. 권력을 위해서는 아버지조차 배반하는 사람이 바로 에드먼드였던 것입니다.

 

결국 글로스터 백작은 코른월 공작의 부하에 의해 체포되어 리건과 코른월 공작 앞으로 끌려옵니다. 글로스터 백작은 리건의 눈에는 잃어버린 자신의 권력을 되찾으려는 역적으로 비쳤습니다. 코른월 공작은 글로스터 백작을 심문합니다. 백작이 아무 말도 실토하지 않자, 공작은 그의 부하들에게 백작의 눈을 뽑으라고 명령합니다. 사람들은 글로스터 백작의 두 눈알을 뽑아버립니다. 백작은 고통스러움에 치를 떨면서 비명을 지릅니다. 글로스터 백작의 부하들은 궁궐의 벽 뒤에서 이 광경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코른월 공작 무리들에게 달려듭니다. 오랜 칼부림 끝에 리건의 남편인 코른월 공작은 칼에 맞아 비명횡사하고 맙니다.

 

제 4막은 도합 일곱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글로스터 백작은 고문당한 뒤에 장님이 되었습니다. 만일 그가 아들 에드거를 의심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불행은 사전에 피해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백작은 아들 에드거를 만나, 그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다른 한편 고너릴은 권력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젊은 남자 에드먼드에게 욕정을 품게 됩니다. 이것도 사랑의 감정이라면 사랑일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고너릴은 에드먼드가 자신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수십 년 전에 고너릴은 가면무도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글로스터 백작과 어울리게 됩니다. 그미는 거친 밀회 후에 임신한 뒤 사생아를 낳아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 적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고너릴은 자신의 아들을 유혹할 정도로 부도덕한 여자였습니다. 그미는 시종인 오스왈드를 통해 사랑의 편지를 에드먼드에게 전하게 합니다. 고너릴의 남편, 알바니는 그런대로 양심적인 남자였습니다. 그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를 그만 두라고 아내에게 여러 번 충고했지만, 정작 고너릴은 이를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 셋째 딸 코르델리아는 리어왕을 둘러싼 불행한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그미는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서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영국으로 옵니다. 코르델리아는 황야에서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아버지로부터 참회와 용서의 말을 듣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군대는 거너릴과 리건의 군대의 세찬 공격을 받게 되고, 코르델리아는 체포됩니다. 그미는 감옥에서 리어왕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힘없는 아버지를 사랑과 정성을 다해 보살펴줍니다. 에드거는 고너릴의 심복, 오스왈드와 마주치게 되는데, 그를 죽이고 그의 몸에서 고너릴이 에드먼드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끄집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