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12

서로박: (2) 모리스의 "유토피아 뉴스"

(앞에서 계속됩니다.) 22세기의 영국에서 환영 받는 일감은 단순 노동 외에도 학문입니다. 사람들은 학문의 연구를 통하여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를 창조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비하면 사람들은 고도로 발전된 기계의 사용을 결코 애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계에는 인간의 예술적 감각이 조금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리스는 작품 속에 기계 설계 및 이에 관한 세부적인 기술적 사항을 사변적으로 그리고 정밀하게 해명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사실 모리스는 기계와 자연과학에 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을 은연중에 시인합니다. 그렇지만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과학 기술의 구체적 사항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간과 자연에 친화적인 과학과 기술이 환영 받는 사회적 전제조건을 마련하는 일이었습니다. 우연히 아름다운 ..

35 근대영문헌 2023.04.23

서로박: (1) 모리스의 "유토피아 뉴스"

친애하는 M, 오늘은 윌리엄 모리스의 『유토피아 뉴스』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모리스의 유토피아는 미리 말씀드리건대 무정부주의에 입각한 소규모 사회주의의 공동체의 유토피아에 편입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처음부터 국가의 체제 속에서 설계된 사회주의 유토피아와는 거리감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리스는 이를테면 독일의 빌헬름 바이틀링 Wilhelm Weitling의 농촌 중심의 기독교 사회주의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데, 나중에 루돌프 슈타이너 Rudolf Steiner의 대안교육 운동이라든가 생태코뮌 운동의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작품의 제목은 명실 공히 “유토피아로부터의 소식”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제목은 자구적으로는 “아무도 없는 ..

35 근대영문헌 2023.04.23

(저서 소개) 박설호: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4

친애하는 J, 필자 자신의 책을 본인이 소개하는 게 쑥스럽지만, 출판사를 위하여 그리고 당신을 위하여 이번에 간행된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중엽까지 네 번째 권. 4권이 다루는 시대는 “혁명의 시대”를 지나면서 사회의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부르주아들이 그들의 자본을 토대로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가던 자본의 시대였다. 산업 혁명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축적해 간 그들은 마침내 물질적 삶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부를 축적해 가면 갈수록 그들의 부를 가능하게 해 준 노동자들의 삶은 열악해졌고, 심지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고단한 시절을 견뎌 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 사상이 다발적으로 움트기 시작했다.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성립된 것이다. 그리고 이..

1 알림 (명저) 2023.01.28

에코토피아 십계명

얀 홀림의 학위 논문 『앵글로아메리칸 에코토피아. 어떤 녹색 세계에 관한 문학적 설계 Die angloamerikanischen Ökotopie. Literarische Entwürfe einer grünen Welt』는 1998년에 간행되었다. 여기서는 전통적 유토피아의 연구 경향이 생태학의 관점과 접목되고 있다. 연구 대상은 다음과 같다. 1. 윌리엄 모리스의 『유토피아 뉴스』, 2. 로버트 블래취포드 Robert Blatchford의 『마술의 상점 The Sorcery Shop』, 3. 샬로트 퍼킨스 길먼의 『여자만의 나라 Herland』, 4. 오스틴 타판 라이트의 『아이슬란드 Islandia』, 5. 올더스 헉슬리의 『섬 Eiland』, 6. 로버트 그레이브스, 어니스트 칼렌바크 그리고 마지 피..

26 유토피아 2023.01.13

서로박: 카인호르스트의 비판적 유토피아

2013년 드레스덴에서 기이한 데모가 열렸다. 누군가 36킬로의 털실로 탱크를 싸고 이를 전시했다. 독일은 1945년부터 지속적으로 해외에 레오파드 1이라는 전차를 판매하면서 돈을 벌었다. 유럽의 평화와 풍요로움은 무엇보다도 중동 지방에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유럽은 중동 지방의 전쟁과 살육에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는가? 브렉시트에 동의하는 영국인들은 이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네테 카인호르스트는 1985년 『미국 현대 문학에 나타난 여성 유토피아』를 간행하였다. 이 연구서는 단순히 미국 문학의 연구라는 작품 내재적인 분석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본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각도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비판적 유토피아”의 성립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카..

26 유토피아 2022.06.19

서로박: 카베의 '이카리 여행' (2)

6. 소설의 전개 과정: 윌리엄은 이카리에서 살아가는 젊은 청년, 윌모어를 사귀게 됩니다. 윌모어의 아버지는 이카리 국가의 높은 관직을 맡고 있지만, 그의 직업은 기계 수리공입니다. 윌모어의 여동생, 코릴라는 바느질 노동자입니다. 영국 귀족인 주인공은 이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국가의 높은 관리가 기계 수리공으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느 아름답고 순진무구한 처녀인, 코릴라는 주인공 윌리엄을 매혹시킵니다. 주인공은 처녀를 뜨겁게 사랑합니다. 결국 그는 유럽으로 돌아와서, 자신이 이카리에서 기록해 두었던 일기장을 친구에게 전하면서, 그것을 출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카베는 모든 것을 일기 형식으로 세밀하게 기록해두었습니다. “일기 형식”은 이카리의 사회적 정치적 그..

32 근대불문헌 2022.06.04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3. 서문

“기회Καιρός”는 의외로 어떤 끔찍한 위험을 수반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사는 언제나 위기와 기회의 연속적 변화과정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유토피아의 사고는 항상 위기 상태에서 점화됩니다. 왜냐하면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은 자신의 난관을 극복하려는 가능성을 생각해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불행과 위기가 때로는 행복과 기회보다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불행한 사고는 대부분의 경우 내리막길에서 발생합니다. 주의력과 집중력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편안함, 자만 그리고 나태함일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안온한 삶, 나태한 삶이 오히려 역으로 우리의 영혼을 망치게 하는 계기일지 모릅니다. 등 따뜻하고 배가 부른 사람은 잠이라는 망각의 늪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그래, 잠은 꿈을 망치게 합..

1 알림 (명저) 2021.06.03

서로박: 로시의 아나키즘 유토피아 (3)

12. 푸리에 사상의 모순점, 해결책은 없는가?: 설령 로시가 노동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노동에 대한 매력을 부추긴다고 하더라도, 자아의 원래 관심사는 그러 인해서 축소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노동자 공동체 속에서는 명령자 내지 수장이 존재하지 않으며, 동등한 친구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능력과 관심에 따라 일에 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은 공동체 내에서 잘 아는 사람에게 문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동체의 사람들은 노동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노동의 중요성을 부각시킴으로써 개개인의 자아실현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지 않습니다. 맨 처음에 로시는 푸리에의 공동체 운동에서 여러 모티프를 찾아내었습니다. 푸리에에 의하면 어떻게 해서든 노동의 즐거움을 찾아내어 이를 실천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

34 이탈스파냐 2020.10.18

서로박: 로시의 아나키즘 유토피아 (2)

6. 로시의 코뮌이 전통적 유토피아에서 수용한 사항들: 로시의 아나키즘 공동체 역시 고전적인 유토피아 패러다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로시는 노동의 향유 내지 즐겁게 일하는 유형의 노동의 가능성을 프랑스의 사회주의자, 샤를 푸리에의 팔랑스테르에서 빌려왔습니다. 게다가 당사자가 원할 경우 두 달에 한 번씩 성의 파트너를 교체하는 사랑의 삶의 체제 역시 푸리에의 유토피아에서 이미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나아가 로시는 코뮌을 운영하는 과업에서 필수적으로 첨부되어야 할 조건으로서 과학 기술의 도입 내지 산업의 육성이라고 단언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결성된 시타델라 협동조합 그리고 브라질에서 시도된 라 세실리아 공동체는 과학 기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중앙집..

34 이탈스파냐 2020.10.18

서로박: 푸아니의 '미지의 지역 오스트레일리아' (1)

1. 절대 왕정 체제의 시대에 출현한 유토피아: 17세기 프랑스에서는 절대 권력의 군주가 조세를 갈취하고 가난한 백성들로 하여금 강제 노동을 강요 하고 있었습니다. 1676년 제네바에서는 『자크 사뒤르의 모험 Les Avantures de Jacques Sadeur』이라는 제목의 소설 한 편이 작자 미상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소설을 집필한 사람은 가브리엘 드 푸아니 Gabriel de Foigny로 밝혀지게 됩니다. 소설의 제목 역시 나중에 『미지의 오스트레일리아 Terra Australe』로 수정됩니다. 이 작품은 남쪽 나라의 찬란한 나라를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데니스 베라스 Denis Veiras의 『세바랑브의 역사 Histoire des Sevarambes』(1677)와 같은 유..

32 근대불문헌 202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