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유토피아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3)

필자 (匹子) 2019. 5. 26. 15:27

1999년 마르틴 디들러 Martin d’Idler는 생태주의 유토피아의 중요한 저서를 발표하였다. 그것은 내일 모레를 위한 새로운 길, 70년대 이후에 나타난 생태학의 제반 유토피아라는 책이다. 디들러는 어니스트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를 분석하면서 생태주의 코뮌 운동을 추적하고 있다. 생태학적 문제를 의식한다는 것은 이들러에 의하면 경제와 산업의 영속적인 성장의 이념과 결별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기와 관련되는데, 이에 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그 하나는 성장을 위주로 하는 시장 경제체제를 준수하는 견해로서, 생태적 문제를 무시하거나 경제 성장보다 중요하지 않은 사안으로 간주한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체제로서는 더 이상 생태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견해이다.

 

이를테면 삶의 모든 영역은 생태학의 혁명적 사고에 입각하여 근본적으로 생태적 차원에서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체와 사회의 체제만이 변화될 게 아니라, 가치, 사고 그리고 문화적 척도 또한 돌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디들러는 생태주의를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즉 인간과 환경 사이에는 부담스러운 상호관계가 자리하는데, 생태주의란 인간의 자연적 삶의 토대가 파괴되는 것을 막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더 나은 유기적인 관계를 도모하여, 자연친화적이고 지속적인 삶의 방식을 촉진시키려는 사고라고 한다. 산업혁명은 디들러에 의하면 인류의 자연적인 삶의 토대를 말 그대로 파괴하였다고 한다.  

 

디들러는 생태학을 비판하는 다섯 가지의 기본적 입장들을 체계적으로 서술한다. 1. 생태적 보수주의. 이들에 의하면 생태의 문제를 오로지 자본주의의 시장경제 체제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들은 생태의 문제를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현안으로 인지하면서도 해결 방법에 있어서 자본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2. 근본 생태주의: 이들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인간과 자연이라는 구분 자체가 잘못되었으므로, 명상을 통해서 새로운 인식을 찾아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미국의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 Al Gore 그리고 철학자 루돌프 바로 Rudolf Bahro가 이러한 계열에 속한다. 3. 생태 페미니즘. 이들의 견해에 의하면 생태계의 위기는 기부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모권의 이상이며, 어머니로서의 땅의 개념을 인식하는 사고라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 우리는 메리 댈리 Mary Daly 그리고 캐롤린 머천트 Carolyn Merchant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생태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은 미국의 원주민들 가운데 생태 중심적으로 살아가는 가부장주의의 공동체가 존속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타당하지는 않다.  

 

4. 생태적 무정부주의. 이러한 사고는 지방 자치 내지 자결권을 강조하는데, 주로 코뮌 운동을 통하여 자치, 자활 그리고 자생을 추구한다. 이러한 구상은 사회, 정치 그리고 문화의 삶을 변혁시킬 뿐 아니라, 성장 중심주의를 약화시키고, 노동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소외를 극복하게 한다고 한다. 5. 생태 사회주의: 이러한 사고는 정치적으로 좌파(정당)에 의해서 제기된 것인데, 생태계의 파괴는 근본적으로 사회의 마르크스의 분석과 사회주의의 목표 추구를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를테면 생태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자로서 우리는 엘마 알트파터 Elma Altvater를 들 수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들러가 생태 사회주의의 입장을 논하는 데 있어서 구동독의 볼프강 하리히라든가, 로베르트 하베만의 입장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기한 사항과 관련하여 디들러는 생태주의 유토피아를 개진해 나간다. 모든 유토피아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주어진 현실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이상적 상태의 묘사라고 한다. 생태주의 유토피아는 반드시 디들러에 의하면 실현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구체적인 유토피아의 의향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로써 발견되는 것은 코뮌 형태의 더 나은 공동의 삶 속에서 구체적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디들러는 지금까지 문학 유토피아에서 생태적 유토피아의 범례를 찾으려는 일련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나타난 유토피아에는 생태주의를 표방하는 그러한 움직임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로지 윌리엄 모리스만의 유토피아 뉴스 News from Nowhere만이 유일하게 생태적 유토피아의 선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러는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외에도 스키너 Skinner월든 투, 어슐러 르 귄 Ursula Le Guin빼앗긴 자들. 어떤 모호한 유토피아, P.M.의 글로벌 유토피아, 볼로의 볼로등을 생태주의 문학 유토피아로 규정하고 있다.

 

디들러의 생태주의 유토피아는 다음과 같은 12 개의 사항으로 요약될 수 있다. 1. 생태주의 유토피아는 인간 간의 조화로운 삶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적인 삶을 강조한다. 2. 이전처럼 자연을 일방적으로 남획하고 착취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상호 보완적이고 협조적인 관점으로 고찰한다. 3. 개인의 자유가 가장 핵심적인 모티프로 자리하고 있다. 4. 사회적 평등은 개인의 자유와 일치되어야 한다. 5. 경제적 토대에 있어서 공동의 특성이 온존해 있어야 한다. 6. 국가주의에 바탕을 둔 종래의 경제적 흐름은 차단되고 제어되어야 한다. 7. 그렇게 함으로써 주어진 현재 뿐 아니라, “해 봐야 안 될 게 뻔하다.”와 같은 체념과 회의주의는 역으로 비판될 수 있을 것이다.

 

8. 정치 조직과 제도는 어떤 측면에서는 간접 민주주의에 의해서, 다른 측면에 있어서는 무정부주의에 의해서 작동될 수 있다. 9. 새로운 인간에 관한 구상은 파기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인간 본위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10. 생태주의 유토피아는 더 이상 확정된 체제를 용인하지 않는다. 11. 그것은 역사의 목표로서 이해되는 게 아니라, 미래를 구상하는 데 있어서의 다양한 가능성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12. 유토피아의 실현은 추구할만한 것이지만, 확고한 무엇으로 정해질 수는 없다. 왜냐하면 미래는 우리에게 개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디들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가장 중요한 최상의 목표는 자유, 평등 그리고 동지애로 요약될 수 있다. 개인의 자유는 어떤 더 나은 사회에서 결코 포기될 수 없는 구성 요소이다. 첫째로 자유는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개개인의 자유는 사회적 실현과 자기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충족되어야 한다. 정치적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는 어떤 가능한 개방 사회에서 개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가리킨다. 둘째로 평등은 사회적 평등을 가리킨다. 누구는 사치스럽게 살고, 누구는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동등하게 분배될 수는 없겠지만,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동지애라고 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친밀한 관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 생태적 인간은 나아가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만인을 위한 좋은 삶이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d’Idler 1999, 139). 이들러의 연구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과제를 남겨주고 있다. 즉 어떻게 하면 우리는 사이언스 픽션 그리고 페미니즘 유토피아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여서, 이를 생태주의의 사고와 접목시킬 수 있는가? 하는 과제 말이다.

 

 

 

참고 문헌

 

 

 

- Altvater, Elma: Die Zukunft des Marktes. Ein Essay über die Regulation von Geld und Natur nach dem Scheitern des real existernden Sozialismus, Münster 1991.

- Daly, Mary: Gyn-Ökologie. Eine Meta-Ethik des radikalen Feminismus, München 1980.

- Idler, Martin de: Neue Wege für Übermorgen. Ökologische Utopien seit den 70er Jahren, Köln 1999.

- Idler, Martin de: Die Modernisierung der Utopie. Vom Wandel des Neuen Menschen in der politischen Utopie der Neuzeit, Münster 2007.

- Merchant, Carolyn: The Death of Nature, Ökologie, Frauen und neuzeitliche Naturwissenschaft, München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