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신 11

서로박: (3) 잉고 슐체의 '심플 스토리즈'

일부 동독 사람들 가운데에는 과거 구동독 사회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우리는 "오스탈기Ostalgie"라고 명명한다. (이 조어는 "동쪽 + 향수Ost + Nostalgie"를 합성한 단어다.) 괴거를 동경하는 사람들은 극우의 세계관을 드러내는데, 구동독 지역에서 외국인 혐오가 극성을 부린 까닭은 이러한 심성과 관련된다. 과거의 순수한 독일인들의 행복이 오늘날 급변하는 정세에 의해서 침탈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의 극우파들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를 품고 있다. 태극기 부대의 맹목적 과거에 대한 동경은 사회적 진보주의자들을 악마로 매도하고, 역사적 진보를 역행하게 만든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심플 스토리즈』는 결코 간단한 이야기들이 아니다.: 친애하는 S, 슐체의 작품의 겉..

48 최신독문헌 2024.12.08

(명저) 노영돈, 류신 외: 독일 신세대 문학

노영돈, 류신 외: 독일 신세대 문학, 민음사 2013 이 책은 1990년 이후 독일 문학계의 지형 변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지은이 (노영돈,류신,박희경,배기정,이영기)들은 독일 신세대 작가들의 문학적 경향을 천착하고 있다. 동독문학에 대한 냉정한 평가 그리고 독문학 연구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진작가들의 문학적 경향을 다루고 있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연구된 바 없다.  카렌 두베,유디트 헤르만,크리스티안 크라흐트,벤야민 폰 슈투크라트바레마르셀 바이어,다니엘 켈만토마스 브루시히,예니 에르펜베크,잉고 슐체 등

1 알림 (명저) 2024.07.01

볼프 비어만: 죄송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kyHxkjS8VBs   미안해요   1.나는 아직 살아 있어요 미안, 하고 말하고 싶어요 아직 죽지 않았어요나는 필요한 모든 걸 가지고 있어요 미안해요 고통 속에 살고 있어요나는 아직 싱싱해요 미안, 하고 말하고 싶어요 아직 썩지 않았어요나는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 미안, 다시 말하자면 아직 혐오스럽지 않아요  2.나는 넘어지지 않아요 미안, 하고 말하고 싶어요 이미 누워 있어요나는 그 영웅을 창조해요 미안, 하고 말하고 싶어요 나는 광대이니까요나는 이미 권력을... 미안, 하고 말하고 싶어요 힘을 육체적으로 느꼈어요 이성으로써 어떠한 계집을... 미안해요, 어떤 돼지 한 마리를 유혹한 적이 없어요  3.세상은 아름다워요 미안, 하고 말하고 싶어..

볼프 비어만: 마리를 환영하는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Q8x0hoJ5PmM  마리를 환영하는 노래 우리가 희망에 미쳐있는 것일까마리, 너, 어두운 태양이여이 세상에 너를 내보냈다는 데에잠들어라, 너, 통통한 마돈나여우유와 축축한 키스에 관한어떤 밝은 꿈과 함께 잠들어라너는 조금 지나면 아마도 너의 요람에서 일어나야 해 마리, 너의 요람은 선물 받은꽃들로 예쁘게 그려져 있어이 통 속에는 이미 수많은예쁘디예쁜 아기들이 누워 있었어너의 아름다운 요람은 전나무목재로 튼튼하게 지어져 있어수백 년 뒤에도 그 속에는작은아이들이 누워 있을 거야 너의 요람 주위를 에워싼 채마구 증식하는 건 무기의 숲이야너는 싸움터 한 복판에 누워 있어마리, 네가 나이 들면숨 쉴 공기가 없을지 몰라더 이상 거기 먹을 게 없을 거야지구..

볼프 비어만: 멜랑콜리

https://www.youtube.com/watch?v=kiCu1svEsqo  멜랑콜리 * 에밀 시오랑을 위하여 **  1.어느 땅에서도 나는 땅을 바라보지 못하므로산업의 많은 분뇨 위에서 수탉은 더 이상 울지 않고작은 인간들은 땅의 주변에서 비틀거린다거대한 광기 속에서 가난하며, 풍요롭고 작아져 있다인간의 갈망은 마치 암 종양처럼 증식한다나는 기쁘지도, 한 번도 배부른 적이 없다죽음의 두려움이 삶의 탐욕으로 튀겨 나오므로끝없는 자유가 결국 한계를 지니고 있으므로나의 적에게 한 번도 용서를 구하지 않았으므로나 스스로를 보고 아무 것도 고정시키지 않으므로우울이여 심장 속의 우울이여 검은 담즙이여  2.진정한 친구 앞에서 비겁함이 날 마취시키므로거짓된 적 앞에서 대담함이 날 희롱하므로사람들이 눈물 흘리며 ..

볼프 비어만: 맛있는 버찌 먹기에 관한 발라드

https://www.youtube.com/watch?v=Ap_ujvuQyAw  친애하는 J, 당신을 위해서 비어만의 시를 번역하여 올려놓았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고, 음악을 감상해 보세요. 감사드리면서...맛있는 버찌 먹기에 관한 발라드볼프 비어만 (박설호 역) 오늘 아침 얕은 잠 속에서아주 달콤한 꿈을 꾸었다.나의 옛 친구 마치 살아있는 듯걸터앉아 있네. 묄렌 호수가푸른 광야의 정원 버찌 나무 위에서로베르트 하베만이 앉아서가지를 바라보며 즐겁게 소리쳤다,이리 와, 시인!여기 곁에 다가앉아! 버찌 덩어리를 잔디 아래로던지고, 씨를 퉤 뱉는 그는나에게 미소 지었다. 어서 와 볼프!이제야 다시 집에 돌아왔구나.잃어버린 아들로서가 아니라,유순하고 얌전한 자가 아니라,마치 얻어맞은 개처럼 그렇게얄궂은 검은 양..

서로박: 토마스 브루시히의 우리 같은 영웅들

친애하는 H, 브루시히는 이 작품에서 30대 중반에 해당되는 남자, 울츠트를 등장시킵니다. 구동독이라는 나라 자체가 주인공에 의하면 패러디의 대상입니다. 클라우스 울츠트는 -50년대 이후에 태어난 구동독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는데- 사회주의 운동에 관해 어떠한 관심도 표명하지 않습니다. 가령 맑스는 주인공에게는 100마르크 지폐에 그려진 자이고, 엥겔스는 50마르크 지폐에 그려진 자일뿐입니다. 주인공의 톤은 스페인의 악한 소설을 연상시킬 정도로 유머러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렇기에 독자는 이 소설을 (상기한 두 편의 작품과는 달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자칭 미래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클라우스 울츠트는 1968년 8월 소련군의 탱크가 프라하로 진군할 때 거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소..

45 동독문학 2021.12.26

예니 에르펜베크의 소설 "가다, 갔다, 간"

동독 출신의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 (Jenny Erpenbeck, 1967 - )은 근자에 서울 은평구에서 주관하는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50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고향을 상실한 사람들의 애환을 지속적으로 작품 속에 다루는 등 에르펜베크의 문학적 성과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기분은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장래가 촉망되는 가난한 한국 작가가 즐비한데, 그미에게 거액을 상금으로 건네주는 게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젊은 작가들은 좋은 작품이 있어도, 출판사를 찾지 못해서, 혹은 출판비를 마련할 수 없어서 쩔쩔 매지 않습니까? 예니 에르펜베크는 2015년 독일 출판상을 수상했고,  2018년 세계적으로 알려진 맨 부커 문학상을 수상하여 이전에 이미 많은 상..

48 최신독문헌 2021.08.12

볼프 비어만: 바로 금지된 것이 우리를 자극하게 하니까

볼프 비어만: 바로 금지된 것이 우리를 자극하게 하니까  누구도 허용된 것을 즐겨 행하지 않아바로 금지된 것이 우리를 자극하게 하니까  남자들, 질투심에 찬 너희가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의 바람피움으로남자의 얼굴에 먹칠하는,너희의 아름다운 여자를 사랑하면,나는 충고하네, 질투심을 저버리라고결혼반지의 단단한 수갑을 풀라고아름다운 그미를 그냥 놔주라고계약이 그미를 더 이상 옥죄지 않으면그미는 오직 남자로서의 널 더욱 사랑하리라고왜냐하면 이렇지,누구도 허용된 것을 즐겨 행하지 않아바로 금지된 것이 우리를 자극하게 하니까  인민들은 언제나 익살 떨었지겸손도 존경심도 버린 채익살들은 마치 스스로 곰삭은독하고 달콤한 사과 소주야그러나 인민들은 강요로 시어빠진사과를 한입 덥석 씹지 않아오 법정이여, 중형으로 우리의익살..

서로박: 비어만의 '이카로스에 관한 발라드'

아래의 글은 다음의 책에 실려 있다. 박설호: 작은 것이 위대하다, 독일 현대시 읽기, 울력 2007년. 294 - 299쪽.  볼프 비어만은 1936년 함부르크에서 공산주의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다. 그의 아버지는 조선소의 노동자였는데, 공산주의 활동으로 체포되어, 1943년 아우슈비츠의 강제 수용소에서 살해당하다. 비어만은 1953년 구동독으로 이주하여 훔볼트 대학에서 정치 경제학, 철학 그리고 수학 등을 공부하다. 첫 번째 가요를 발표했을 때, 동독의 관청은 이를 문제 삼았고, 1963년 그를 사회주의 통일당에서 제명시켰으며, 1965년 공연 금지 조처를 내리다. 1976년 서독 쾰른의 금속 노조의 초청으로 서독에서 연주 공연을 개최했을 때, 동독의 정부는 그를 추방시키다.  이후로 구동독에서는 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