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서로박: (1) 브레히트의 푼틸라씨

필자 (匹子) 2023. 9. 5. 16:49

친애하는 B, 오늘은 브레히트의 민중극 「주인 푼틸라와 그의 하인 마티」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1940년 브레히트가 핀란드에 체류할 때 탄생하였습니다. 1948년 6월 5일 스위스 취리히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1940년에 브레히트는 식솔들과 함께 유럽의 본토를 떠나서 핀란드에 임시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자신의 판단이 잘못이라고 뒤늦게 깨달았던 것입니다.

 

히틀러의 권력은 예상보다 막강하였고, 유럽을 서서히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하였던 것입니다. 브레히트는 망명이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많은 작품을 생산하였습니다. 가령 「도망자의 대화 Flüchtlinsgespräch」, 「놋쇠 구입 Messingkauf」 그리고「아르투로 우이의 저지 가능한 성장 Der aufhaltsame Aufstieg des Arturo Ui」그리고 「사천의 선인 Der gute Mensch von Sezuan」등의 작품이 바로 이 시기에 집필되었습니다. 비록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도주하지만, 진리를 전파하는 수단으로서 “펜”을 선택하였던 것입니다.

 

당시 브레히트는 핀란스의 여류작가, 헬라 부올리오키 (Hella Wuolijoki, 1886 - 1954)의 초대를 받고, 그의 식솔들과 함께 그미의 집에서 잠시 기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부올리오키의 단편인「제재소 처녀 Sägemühlenmädchen」라는 작품이 브레히트에게 어떤 놀라운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부올리오키는 자신의 삼촌의 공장에서 발생했던 실제 사건에 근거하여 소설을 집필하였습니다.

 

주인공 에바는 농장주, 푼틸라의 딸입니다. 그미는 가난한 운전수, 칼레를 사랑하는데, 주위에서는 그가 가난한 남자라고 말하면서 결혼을 만류합니다. 칼레는 미래의 경제적 어려움을 각오하고, 그와 결혼하기로 작심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칼레는 돈 많은 판사로 판명됩니다. 그는 에바가 신랑감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알기 위해서 일부러 운전수로 행세하면서 잠시 그곳에 생활했던 것입니다. 부올리오키의 소설은 두 사람의 결혼으로 끝을 맺습니다.

 

브레히트는 단편 소설에 담겨 있는 모든 심리적 요소를 제거하고, 서사극의 수단을 최대한 동원합니다. 말하자면 그는 단편 소설에서 나타나는 주인과 하인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집중시킵니다. 부올리오키의 소설에서 푼틸라는 최소한 인간적 미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령 농장주, 푼틸라는 술에 취해 있을 때는 타인에게 관대하고 인정을 베풀지만, 술이 깨고 나면 사악하고 이기주의적인 인간으로 돌변합니다.

 

그의 인성을 완전히 돌변하게 하는 것은 오로지 알코올입니다. 이에 반해서 브레히트는 푼틸라의 변화불측한 태도를 사회 심리학적 관점에서 고찰합니다. 평상시에 푼틸라는 무산계급을 매정할 정도로 착취하며 살아가는 농장주입니다. 그러나 술이 몸속에 들어가면, 그는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망각하고 인간적 태도를 취하지요. 이는 정신분열에 근거하는 행동이며, 표리부동한 인간의 예측 불허의 즉흥적 행동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푼틸라의 정신 착란 내지 정신분열 증세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틀에 걸쳐 실컷 술을 마신 푼틸라는 자신의 운전수 마티를 난생 처음으로 인간으로 바라봅니다. 그는 마티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그의 딸이 어느 대사관 직원과 약혼하게 되었는데, 이 약혼식을 위해서 자신이 작은 부동산 (숲 하나)을 딸의 지참금으로 내놓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사위의 도움을 받게 되고 자신의 신분은 더욱 공고해지리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푼틸라는 선하게 행동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일부러 마을 장터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십니다. 비몽사몽간에 그는 그곳에서 사는 노동자 한 사람을 고용하고, 마을 여자들을 꼬드깁니다. 그 다음에 네 명의 아가씨를 술집에 앉혀 놓고 “함께 약혼식을 올리지 않겠는가?” 하고 제안합니다. 이들은 밀수꾼의 딸, 약국집 딸, 농부의 딸, 전화 교환수로 일하는 처녀 등 모두 네 명의 여자들입니다. 이들은 “반지와 한 모금의 포도주로” 장난삼아 그와 약혼식을 거행하는 것도 재미있으리라고 생각하고 그의 요구를 순순히 따릅니다.

 

그렇지만 술이 깬 뒤에 푼틸라는 다시 이기주의적인 인간으로 돌변합니다. 간밤에 모집한 새 노동자를 가차 없이 해고시키고, 네 명의 약혼녀들을 집밖으로 쫓아냅니다. 그의 딸, 에바가 등장하여 푼틸라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즉 자신은 냉혹한 대사관 직원과 결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운전수, 마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푼틸라는 에바의 말에 대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티에게는 돈이 없고, 대사관 직원과의 결혼 생활은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준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