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서로박: (2) 브레히트의 '푼틸라씨'

필자 (匹子) 2023. 9. 5. 16:50

(앞에서 계속ㄷ됩니다.)

 

에바는 약혼을 망치기 위하여 한 가지 놀라운 사항을 공개합니다. 즉 자신은 마티와 목욕실에 가서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마티는 순간적으로 당혹감을 드러내면서, 에바의 말을 부인합니다. 목욕실에서 에바와 행한 것은 카드놀이가 전부라는 것이었습니다. 대사관 직원은 마티의 말을 그대로 믿고, 에바와의 결혼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는 에바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은밀하게 에바의 결혼 지참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지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대사관 직원이 커다란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에바는 약혼식이 거행되던 저녁에 푼틸라는 다시 술을 마구 들이킵니다. 이번에는 울화를 참지 못해서 술을 마시게 됩니다. 사윗감으로 전해진 사내가 딸의 남편감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는 난동을 부리면서 홧김에 대사관 직원을 자신의 농가에서 쫓아냅니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딸에게 인간적으로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즉 자신은 마티를 진정한 친구처럼 여기고 있으니, 그와 결혼하라는 게 충고의 내용이었습니다. 이때 에바는 아버지의 말에 몹시 기뻐합니다. 그 후에 푼틸라는 다시 결혼식을 개최할 요량으로 주위에 살고 있는 모든 천민을 하객으로 초대합니다. 만취 상태에 이르게 된 그는 세상을 너무나 정확하게 통찰하여, “난 공산주의자나 다름이 없다.”고 일갈하게 됩니다.

 

그러나 푼틸라가 다시 술에서 깨어났을 때, 에바는 마티와 결혼식을 올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푼틸라는 다시 마음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대사관 직원을 다시 만나 화해하고, 공산주의의 지조를 지닌 하인, 주르칼라를 파면시켜버립니다. 마티는 이를 말리려고 했으나,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오로지 해고의 위협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푼틸라는 술을 끊기로 맹세하고, 집안에 있는 모든 술병들을 파괴합니다. 마티는 습관적으로 그에게 술을 한 병 권했는데, 푼틸라는 이를 단숨에 들이킵니다. 다시 술에 취하게 된 농장주는 마티를 시켜서 도서관에 부서진 가구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라고 명령합니다. 푼틸라는 그 위에 올라가서 크게 소리 지르며 노래를 부릅니다.

 

이때 마티는 고심합니다. 부잣집 딸인 에바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게 올바른 일일까? 하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일단 에바에게 한 가지 시험을 출제합니다. 남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방안에 관한 문제가 바로 그 시험이었습니다. 시험의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자는 서로 결혼하여 함께 아우르면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에바는 아내로서의 의무를 충족시킬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마티는 푼틸라가 술에서 깨어나기 전 새벽 무렵 농장을 영원히 떠납니다. 월급을 올려주겠다는 말 그리고 자신의 숲의 일부를 넘겨주겠다는 말 등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브레히트는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모순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인간형을 창조하려고 하였습니다. 예컨대 브레히트의 극작품 「갈릴레이의 생애」그리고 「억척 어멈」에서 주인공의 결함 내지 하자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도 그러한 의도 때문이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기주의적으로 살아가도록 합니다. 만약 누군가 그가 수미일관 선함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면, 그는 -브레히트의 견해에 의하면- 자신의 재화를 주위의 가난한 자들에게 모조리 나누어주게 될 것입니다. 푼틸라는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잘 알기 때문에 내적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그는 겉 다르고 속 다르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민중극이 완성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준 사람은 특히 마르가레테 슈테핀 Margarette Steffin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즉 인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분열된 의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사천의 선인」에서 이타주의의 마음을 지닌 창녀, 센테는 담배 가게의 사업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사악한 사촌 오빠, 수이타로 변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미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타인에게 희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푼틸라는 오로지 술에 취해 있을 경우에 한해서만 선한 인간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역시 자본주의의 사회 구조에서 이윤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브레히트는 1940년에 발표한「민중극을 위한 논평 Anmerkungen zum Volkstheater」에서「주인 푼틸라와 그의 하인 마티」가 결코 하나의 정치적 경향을 전달하려는 극작품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객의 비판적 거리감은 정치적 경향을 지닌 극작품에서 파괴되는 반면에, 브레히트의 극작품에서는 고스란히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인물은 푼틸라 한 사람이 아니라, 푼틸라와 마티 두 사람의 대립입니다. 브레히트는 취리히 공연에 대한 논평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공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마티의 인간적 우월성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