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현대불문헌

서로박: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1)

필자 (匹子) 2020. 7. 27. 10:47

 

1. 현실과 낭만 사이의 모순을 담은 소설가.: 친애하는 F, 프랑스의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1821 - 1880)는 발작의 뒤를 잇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입니다. 의사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로부터 세밀한 관찰력을 배웠으며, 어머니로부터 자유와 상상력을 추구하는 힘을 배웠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플로베르의 문학은 낭만주의와 리얼리즘 사이의 결합될 수 없는 모순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프로베르의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민사회 내에서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내면적으로는 이를 혐오하고 극복하려는 열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1857년에 책으로 간행된 "보바리 부인" 역시 이러한 특성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플로베르는 그 전에 "성 앙뜨완의 열정 Tentation de saint Antoine" (1849)을 발표했는데, 역사적 소재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세인에 의해 신랄하게 혹평 당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친구 뒤 캄 그리고 루이 보알레 등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를 선택하여, 창작에 임했습니다.

 

2. 뼈를 깎는 글쓰기: 플로베르는 노르망디의 마을 리 (Ry)에서의 델핀 델라마르라는 여인의 자살 사건을 우연히 신문지상에서 접하게 됩니다. 그미는 시골 의사의 부인이었는데, 삶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다가, 어느 외간 남자와 내연 관계를 맺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델핀은 남편과 지루한 삶을 계속 이어나갈 수도 없었고, 과감하게 모든 것을 뿌리치고 애인과 도망쳐서 다른 곳에서 새롭게 살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미는 극도의 고통과 우울증에 사로잡혀 1848년에 독약을 먹고 자살하였습니다.

 

플로베르는 일견 천박하게 보이는 소재에 매달려, 5년에 걸쳐 (1851년부터 1856년까지) 집필에 몰두하였습니다. 나중에 소설을 위한 수많은 메모와 스케치는 나중에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는데, 우리는 이 단행본을 통하여 작가가 얼마나 작품 집필에 심혈을 기울였는가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 자료들은 오늘날에도 작품 해석에 커다란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3. 정교하고 세밀한 묘사: 플로베르의 문학은 현실을 정교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오노레 발작 (1799 - 1850)의 문학과 무척 유사합니다. 그러나 발작과는 달리 플로베르는 세부적 사항에 이르기까지 아무 것도 남김없이 정확하게 기술합니다. 특히 여주인공 엠마의 낭만적 판타지들을 빠짐없이 충실히 묘사하는데, 이는 발자크에게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특성입니다. 외과 의사 집안 출신인 플로베르는 그처럼 치밀하게 여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각은 사건 진행에 대해 거리감을 취할 정도로 냉정합니다. 이를테면 생트뵈브는 1857년에 플로베르의 서술 기법이 “해부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작가가 언제나 작중 인물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마지막 대목에서 작가는 중독된 여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묘사하는데, 이는 마치 외과 의사가 환자의 심장을 끄집어내어 자세히 관찰하는 것처럼 생생합니다. 이때 플로베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보바리 부인 - 그미는 바로 나다 Madam Bovary - c'est moi.” 소설 기법에 관하여 한 가지만 더 첨가하기로 하겠습니다. 플로베르는 소설적 화자를 설정하면서, 화자로 하여금 어떠한 주관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도록 조처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소설 속에는 부분적으로 화자가 등장인물과 하나로 용해되어 있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화자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서 모든 것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이론은 이러한 서술 방식을 체험화법을 동원한 자유 간접화법이라고 명명합니다.

 

3. 점액질 유형의 마마보이: 샤를 보바리는 원래 수줍음 많은 학생이었는데, 시골의 김나지움으로 전학 오게 되었습니다. 그는 기괴하고도 지저분한 모자를 쓰고 다닌다는 이유로 반 학생들로부터 놀림을 당합니다. 오래 전부터 샤를에게 하나의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침묵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기분 좋든 나쁘든 간에 아무런 반응을 드러내지 않으면, 친구들은 그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침묵은 그를 내성적인 학생으로 만들었고, 학업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샤를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학교에 다닌 뒤 시골 의사가 됩니다. 그미의 어머니는 오로지 연금을 받기 위하여 아들을 45세의 과부에게 장가보냅니다. 그러나 첫 번째 결혼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왜냐하면 과부는 히스테리 환자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낮잠 자는 게 취미인 시골 의사, 샤를 보바리는 처음부터 희로애락에 대한 느낌을 지니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위의 여건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가 샤를을 점액질 유형의 마마보이로 변하게 하였습니다. 샤를은 훌륭한 능력을 지닌 의사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대충 의학을 전공하여 시골에서 환자를 돌보는 그는 자신을 의사가 아니라, “건강을 도모하는 장교 officier de santé”라고 소개합니다.

 

 

 

 

 

4. 꿈을 먹고 살아가는 처녀: 우연히 샤를은 부유한 농부의 딸로 자란 엠마 루올 Emma Rouault과 만납니다. 그미는 프랑스의 노르망디의 베르토 마을에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엠마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농장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수도원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미는 남자에 관해서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낭만적인 꿈을 꾸면서 살아가던 처녀였습니다.

 

소설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제 6장은 소설 전체의 구성을 고려할 때 핵심적인 대목입니다. 여기서 엠마는 아름다운 가상을 추적하여, 낭만적 태도로 현실로부터 도피하는데, 이때의 시기는 여주인공이 나중에 저지르는 병적인 애정 행각에 대한 하나의 잠복기와 다름이 없습니다. 이 시기에 그미는 연애 소설에 침잠하거나, 월터 스코트 Walter Scott 그리고 샤토브리앙 Chauteaubriand 등의 문학 작품을 탐독합니다.

 

5. 질식할 것 같은 일상: 에마의 결혼 생활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이미 결혼 첫째 주에 그미는 어떤 말 못할 답답함을 피부로 느낍니다. 일상은 단조롭기 이를 데 없는데도,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리지 않고, 환자만을 진료할 뿐입니다. 엠마는 천편일률적인 삶에 대해 아무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따금 친구 마르키 단데비예가 저녁 식사에 초대하지만, 어색한 만남은 그미의 지루함을 떨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미의 마음속에 부담감만을 안겨줄 뿐입니다. 왜냐하면 일상적 파티는 엠마가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입니다.

 

엠마는 거의 질식할 정도로 신경 발작의 위기를 맛봅니다. 그런데도 샤를은 아내의 이상 징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욘비유 라베이 Yonville-l'Abbay라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게 되면, 엠마의 기분이 조금 나아지리라고 믿을 뿐입니다. 나아가 그는 벌어들인 돈을 아내에게 위임합니다. 그렇게 하면 아내의 기분이 좋아지리라고 지레짐작합니다.

 

6. 때늦은 후회: 새 거주지는 엠마에게 어느 정도 기분 전환을 맛보게 해줍니다. 욘비유 라베이에는 비교적 진보적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이곳에서 “약사”로 살아가는 오메이라는 사람은 비교적 진취적 사고를 지닌 자였습니다. 이를테면 그는 종교를 비판하는 무신론자로서, 스스로를 “볼테르 추종자”라고 소개합니다. 오메이의 집에는 젊은 남자 레옹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여주인공이 등기소 직원으로 일하는 남자 레옹와 만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레옹은 온갖 정성을 다하여, 엠마의 호감을 얻으려고 애씁니다.

 

두 사람은 문학과 음악을 좋아하는 등 천성적으로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엠마는 임신하고 있어서, 그와 자주 만나지 못합니다. 결국 그미는 딸을 출산하는데, 딸에게 베르테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엠마는 태어난 딸이 전혀 살갑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미는 남편을 깊은 마음으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이 무렵 레옹은 엠마의 임신 사실을 모르고, 냉담한 그미에게서 실망감을 느낍니다. 레옹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욘비예 라베이를 떠나고 맙니다. 레옹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엠마는 마음 한구석이 뚫려버린 느낌을 감지합니다. 그미는 자신이 내적으로 레옹을 사랑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보바리 부인 영화의 한 장면

 

7. 바람둥이와의 멋진 승마: 엠마는 간헐적으로 심각한 우울증에 빠집니다. 아침저녁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가장 귀중한 무엇을 잃게 되었다는 공허함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사치스러운 물건에 집착하게 만듭니다. 비싼 옷과 보석 그리고 찬란한 가구를 구입해야 자신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같습니다. 다른 한편 샤를은 자신이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엠마는 처음에는 무감각한 남편에게 답답함을 느꼈지만, 나중에는 그를 서서히 증오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러한 증오심이 그미의 마음속에 다른 남자를 사귀도록 작용합니다.

 

여주인공은 어느 날 로돌프 부랑제라는 사내를 사귀게 됩니다. 로돌프는 부유한 지주로서 지나치게 여색을 밝히는 한량이었습니다. 엠마는 자연스럽게 로돌프의 품에 안깁니다. 결국 그와 살을 섞게 되었는데, 여주인공은 난생 처음으로 마치 자신의 몸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쾌감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남편에서 전혀 느낄 수 없는 오르가슴으로 인한 황홀감이었습니다. 이 순간 엠마는 자신의 오랜 꿈이 비로소 실현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그미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불안감도, 저항감도 없이” 로돌프를 만나, 상대방의 성을 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