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 54

서로박: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친애하는 Y, 오늘은 로마의 시성으로 알려져 있는 베르길리우스 (Vergil, BC. 70 - BC. 19)의 불멸의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다루어보기로 합시다. 베르길리우스는 죽기 직전 12년에 걸쳐 이 작품에 매진하였고, 자신이 세상을 떠나는 바로 그 날까지 책상 위에는 원고와 펜이 얹혀져 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아이네이스”는 위대한 미완성 작품입니다. 친애하는 Y, 나는 미완성 작품을 몹시 사랑합니다. 미완성은 어떤 가능성을 담보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의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천재성에 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다만 대리석에서 다만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낸 일밖에 없습니다.”이라고 말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완성 작품을 유독 싫어했습니다. 그토록 심혈..

37 고대 문헌 2025.01.16

서로박: (8)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4, 서문 (불워-리턴에서 무질까지, 19세기 말 - 20세기 전반부)

11. 길먼의 여성주의 유토피아 (1915): 여성주의 유토피아는 19세기 말 이전에는 드물게 출현하였습니다. 길먼의 작품 『여자들만의 나라Herland』는 아마존 여성 공동체가 추구하던 전투, 경쟁 등을 지양하고, 여성들의 평화, 협동 그리고 공존을 추구하는, 낙관적인 여성 사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로써 길먼은 20세기 이후에 출현하는, 생태주의에 근거하는 여성 평화 운동의 유토피아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입니다. 작품은 여성다움에 관한 편견에 관하여 자세히 언급합니다. “여성다움”은 길먼에 의하면 여성으로 하여금 숙명적인 생활 방식을 이어가게 만든다고 합니다. 본 장은 여성 차별, 여성 억압 교육 등을 추적하면서 여자의 나라에 관한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12. 프리오브라센스키의 산업 유토피아,..

서로박: (7)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4, 서문 (불워-리턴에서 무질까지, 19세기 말 - 20세기 전반부)

“더 나은 무엇을 갈망하지 않는 인간은 가련하다” (Freud)“희망을 포기하거나 무가치하다고 판단하는 자들은 언제나 회의적 세계관을 지닌 실증주의자들이었다.” (Bloch)“더 나은 미래를 떠올리는 자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부자유의 질곡에 갇혀 있는 자이다.” (필자)  희망은 그냥 막연히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바라는 수동적 자세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그리고 여기”의 끔찍하고 참혹한 개인적 사회적 정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것아 바로 “터득한 희망docta spes”입니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새로운 무엇”을 찾으려는 갈망은 절망과 반대되는 정서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차제에 누려야 하는 자유와 평등의 구체적 가능성의 탐색”이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낙..

영화: 미하엘 하네케: 하얀 리본

Die weisse Band. Eine deutsche Kindergeschichte. 인간의 추측과 의심이 어느 정도로 끔찍한 망상을 불러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연출가 미하엘 하네케가 2009년에 발표한 흑백영화입니다. 1912년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북부 독일의 어느 마음에서 발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복종과 순결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DAS WEISSE BAND | Trailer (XV) german - deutsch [HD]https://www.youtube.com/watch?v=F2tfkyZnAoo  https://www.youtube.com/watch?v=FEQqSgaVNSQ 다음을 클릭하면 미하엘 하네케에 관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

16 독일 영화 2025.01.13

(명저 소개) 이정주 시집 '나는 아무래도 육식성이다'

이정주 시인의 시집 "아무래도 나는 육식성이다"가 2014년 10월에 천년의 시작에서 간행되었습니다.수십년 동안 시의 집필에 몰두해온 이정주 시인의 작품을 읽는 것은하나의 기쁨입니다.부디 시집을 읽고 작품과 시인을 칭송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정주 시인의 발문을 썼는데,19 한국문학 -> 2020. 8. 27 를 클릭하면 읽을 수 있습니다.

1 알림 (명저) 2025.01.13

서로박: (6)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3. 서문. 메르시에부터 마르크스까지 (프랑스 혁명부터 19세기 중엽까지

(앞에서 계속됩니다.) 9. 생시몽의 중앙집권적 유토피아 사상 (1821): 생시몽은 자본가 그리고 무산계급 사이의 갈등을 면밀하게 고찰하지 않고, 그저 국가 내지 상류층의 시각에서 하나의 바람직한 사회를 거시적으로 광활하게 설계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세부적 사항에서 여러 가지 하자를 드러내는 것은 필연적이 귀결일 것입니다. 이 장은 생시몽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의 특성 그리고 산업의 발달을 위한 국가의 중앙집권적인 설계 등을 구명하고 있습니다. 생시몽의 취약점으로 우리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추상적 관계 설정, 엘리트 관료주의의 횡포 및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통찰력 부족, 여성문제에 대한 외면 등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10. 푸리에의 공동체, 팔랑스테르 (1829): 푸리에의 팔랑스테르는 비국가주의의 모델로..

서로박: (5)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3. 서문, 메르시에부터 마르크스까지 (프랑스 혁명 전후 - 19세기 말)

“유토피아는 위기의 상태에서 점화된다.” (Nipperdey)“산업혁명은 암울한 사탄의 방앗간이다.” (Blake)“현대 서양인의 유토피아는 여러 유형의 폭력, 화폐의 무한대의 증식 욕구 그리고 이기주의 등을 배격한다. 이에 대한 대안은 한 사상, 예컨대 두레 공동체의 사랑, 협동성 그리고 대아의 정신에서 발견될 수 있다.” (필자) “기회Καιρός”는 의외로 어떤 끔찍한 위험을 수반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사는 언제나 위기와 기회의 연속적 변화과정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유토피아의 사고는 항상 위기 상태에서 점화됩니다. 왜냐하면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은 자신의 난관을 극복하려는 가능성을 생각해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불행과 위기가 때로는 행복과 기회보다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불행..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발문

거의 반세기 동안 시를 써왔지만, 작품을 거의 발표하지 못했다. 젊은 시절에는 수없이 신춘문예에 낙방했고, 나이가 든 다음에는 학문에 몰입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일까? 그동안 연구 논문이 필자의 든든한 아들이었다면, 시작품은 그야말로 예쁘고 귀한 딸이었다. 체질적으로 근엄한 가부장과는 거리가 먼 에코 페미니스트라고 자부하지만, 어리석게도 언제나 아들만 세상에 내보내고, 딸을 서랍 속에 가두어 놓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외국어 번역 시집을 해외에서 간행할까? 하고 생각했지만, 이 역시 부질없는 짓거리라고 판단되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나의 딸들은 갑갑한 공간에서 얼마나 자주 서러움의 눈물을 흘렸을까? 뒤늦게 과년한 딸들에게 예쁜 드레스를 입혀서 처음으로 예식장에 들어선다. 하객들 가운데 누가 내 딸의 아름다..

20 나의 시 2025.01.12

(단상. 539) 가상과 본질로서의 사랑

대부분의 연정은 무엇보다도 특정 이성에 관한 기이한 신비로움의 정서에서 싹트곤 한다. 물론 임과 살을 섞은 다음에 뒤늦게 마음속에서 사랑의 감정이 은근히 솟아오르는 경우도 드물게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연정은 상대방을 속속들이 알기 전에 싹튼다. 마치 꽃봉오리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고 호기심을 품는 꼬마아이처럼 호모 아만스는 비밀스러운 이성을 몹시 궁금해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상대방의 외모, 표정, 동작과 옷맵시를 접하거나 말투만으로도 가슴속에서 순간적으로 용솟음쳐 올라오지 않는가? 자고로 에로스의 화살은 사랑하는 대상을 차지하기 전에 더욱 힘차게 과녁을 향해 나아가는 법이니까. 이처럼 사랑의 밀물은 사랑의 썰물보다 더 힘찬 설렘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분명히 말하건대 연정에 이끌..

3 내 단상 202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