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 56

서로박: 폴커 브라운의 '미완성의 이야기'

친애하는 R, 당신은 극작가로 대성하고 싶어 합니다.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은 동독 출신의 가장 다재다능한 작가, 폴커 브라운 (1939- )의 소설 “미완성의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부디 이 글이 당신 꿈의 실현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라운은 70년대의 중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으며, 구동독에서 언제나 커다란 토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브라운은 사회 정치적으로 적극적 태도를 취하는 사회주의자로서 “현재 상태 Status quo” 대신에, 사회의 끝없는 변화 과정을 촉구하였습니다. 브라운의 작품에서는 장르의 한계가 없습니다. 친애하는 R, 작가들이 많이 살아가는 나라 K에서는 시인은 시만 쓰고, 소설가는 소설만 쓰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곳의 작가들..

45 동독문학 2025.01.25

YES의 'Soon'

예스는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롣밴드입니다. 이 그룹은 1968년에 결성되었습니다. 존 앤더슨 (보컬, 기타, 하프), 크리스 스콰이어 (보컬, 베이스, 2015년에 사망), 토니 케이 (키보드, 파트릭 모라츠 역시 일시적으로 키보드를 연주하였다.), 피터 밴크스 (기타, 2013년에 사망), 빌 브루포드 (드럼). 작품 Soon은 1974년 앨범 The Gates of Delirium에 실린 곳이다.  다음을 클릭하면 음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LP:)https://www.youtube.com/watch?v=cGtjr-U5bT4  다음을 클릭하세요. 2001년 오케스타의 협연 (7분 58초)ttps://www.youtube.com/watch?v=iGq9MbjlQV8

6 musica e 2025.01.25

서로박: 피라미드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는 대작, "희망의 원리"에서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중세의 고딕 건물을 모든 건축의 표본적 모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피라미드가 영혼 불멸의 갈망을 담고 있는 건축물이라면, 고딕 건물은 천국에서의 찬란한 삶에 대한 갈망의 상을 담고 있는 건축물입니다. 인간의 영혼은 하늘 위로 올라서 행성을 지나, 12개의 수대를 거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되리라는 꿈은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이어졌습니다.     피라미드는 고대의 건축물입니다. 피라미드 πυραμίδες는 어원상 "무덤"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주로 정방형의 토대에 사각뿔의 구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점성술에 의거해서 지은 것입니다. 피라미드는 이집트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라틴아메리카, 중국 그리고 에스파냐에 속..

11 조형 예술 2025.01.24

블로흐: (3) 가짜뉴스와 왜곡뉴스를 생산하는 신문

(앞에서 계속됩니다.) 나치들은 이른바 광고를 활용함으로써, 그들의 선동 선전 문구를 만들어낸다. 특히 이들이 사용하는 광고는 거짓된 화려함의 척도와는 전혀 다르다. 고객들은 거짓된 광고에 속아 넘어가서, 더 이상 환불(還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뒤늦게 열광적으로 물품 구매에 뛰어든다. 실제 상황, 즉 현실의 특징은 고객들을 기만하는 거품 게워내는 허튼소리 앞에서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나치들이 행하는 발언은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지는 이론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나치들이 뇌까리는 발언은 사람들이 의식 속의 현실을 뛰어넘고, 올바르게 실천하지 못하도록 눈멀게 하고 눈부시게 만든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현혹되어, 붉은색과 고동색을 오로지 흑백논리로 고찰하게 된다. 사기꾼들이 자..

29 Bloch 번역 2025.01.24

박설호 시집 '쑥부쟁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다' 목차

1참제비고깔에델바이스솜다리로 거듭난 에델바이스찰옥수수 1찰옥수수 2가벼운 내가 떠나리라 무거운 압구정이여흙의 고백잠깐 노닥거릴 수 있을까맨드레이크떠나가는 그대에게신비적 합일(Unio mystica)이화여대 입구에서너의 기타 애잔히 울고 있을 때꽃무릇과 나눈 대화몽양 여운형세상이 술통 아래로  2홑이불노랑붓꽃녹두장군노랑붓꽃 파랑새와 헤어지다사랑의 기쁨사랑의 슬픔자유는 막힘없는 꽃이 피는 옥별에서뮌헨 마리엔 광장사랑앵무용담 청량리 선녀아픈 손가락 3브레멘헤로의 램프‘바람에 옷깃이 날리듯’ 교육은 채찍이 아니다 털머위 1털머위 2  3여행이라면임에 관한 반가사유 1임에 관한 반가사유 2가을 한신대에서검은박쥐꽃메뚜기접시꽃이사도라내가 소년이었을 때 1내가 소년이었을 때 2내가 소년이었을 때 3내가 소년이었을 때 ..

20 나의 시 2025.01.24

블로흐: (2) 가짜뉴스와 왜곡뉴스를 생산하는 신문

(앞에서 계속됩니다.) 새 술은 새 부대라고 두 가지 수단이 서로 결착되어 있다. 그 하나는 광고를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 대대적인 광고는 하나의 정책을 중단 없이 밀어붙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된다. 오늘날 의사와 변호사는 국가의 도움 없이 함부로 일할 수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은 그야말로 서서히 진척되고, 경쟁은 더욱더 심화하여, 개별적 가정 곳곳으로 침투해 있다. 그렇기에 국가의 수장이 광고를 통해서 개별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활용하는 일은 새로운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예컨대 티눈 연고를 판매할 때 사람들은 마치 정부에서 이를 권장하여 놀라운 업적을 거두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고객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쏜살같이 약국 앞에 줄을 서곤 한다. 그렇게 되면 무혈(無血) 의사의 이름은 널리..

29 Bloch 번역 2025.01.23

블로흐: (1) 가짜뉴스와 왜곡뉴스를 생산하는 신문

스위스의 극작가, 막스 프리쉬는 신문을 믿지 않는다고 선언했습니다. 진리는 직접 바라본 무엇이지, 엿듣거나 제삼자로부터 접한 사항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문 역시 엄밀한 의미에서 진실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1930년대 유럽에서 간행된 신문이 어떠한 이유로 가짜뉴스와 왜곡뉴스를 양산해내는지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현재의 한국 사회를 민주주의가 아니라, 후기 파시즘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규정했습니다. 사실 한국 사회는 왕권 제도가 사라진 지 100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은 초기 자본주의의 삶의 방식을 속속들이 체험하지 못했으며, 의식 속에는 구시대적 식민 사회의 봉건적 수직구도가 아직도 부분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파시즘의 위험성을 망각해서는 ..

29 Bloch 번역 2025.01.23

(명시 소개) 홍성란의 '소풍'

소풍홍성란  여기서 저만치가 인생이다 저만치, 비탈 아래 가는 버스멀리 환한복사꽃 꽃 두고아무렇지 않게 곁에 자는 봉분 하나 (시조집: 바람의 머리카락, 고요아침에서)     생 (生)이 그저 아름다운 소풍으로 이어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삶은 그렇게 녹녹치 않다. 혹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리라. 옛날 같으면 삼시세끼 걸르지 않는 것도 힘들었다고. 대부분 무지렁이로 태어나 빈손으로 무언가 움직이며 일해야 그저 밥 한 그릇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요즈음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금수저는 드물고, 흙수저는 많다. 그렇지만 요즈음이라고 해서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다. 끼니 걱정은 아니 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욕 먹지 않고, 자존심 상처 받지 않고 살아가기란 너무나 힘이 드니까 말이다. 최소한의 스트레..

19 한국 문학 2025.01.23

(단상. 542) 자크 라캉 읽기

자크 라캉의 주저 에크리 Écrits는 오늘날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불문학 동료들의 이야기를 참조하자면, 참으로 난해하여서, 상당한 심리학적 소양을 지니지 않으면 근접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독일에서 읽었던 독일어판 라캉 책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없어서 끝까지 독파하지는 못했지만, 이해하는 데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내 능력이 탁월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독일어의 구조가 분석적이고, 어떠한 생략도 용납하지 않는 데에서 기인한다.현재 한국에서 라캉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은 외국어 전공자들의 업적물만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라캉을 파고들려면 불어보다도 독일어를 공부하는 게 더 나을 성 싶다...

3 내 단상 2025.01.22

(단상. 541) 자아 정체성과 결혼 이데올로기

호모 아만스 가운데에는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알렉스 헤일리의 장편소설『뿌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해외에 입양된 한국인들을 떠올릴 수 있다. 물론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분도 얼마든지 사랑하고 임을 만나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랑과 성을 추구하는 인간 동물이 살아가는 데 출발점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자신을 알아야, 주위 사람들을 더욱 잘 알고 세계를 이해할 게 아닌가? 그런데 주어진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알지 못하도록 잔인한 장애물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분과의 결혼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힘든 개인적 정황과 사회적 여건 등을 생각해 보라. 가난과 폭정은 인류 역사에서 지속적으..

3 내 단상 202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