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서로박: (5) 플라톤의 국가

필자 (匹子) 2024. 9. 5. 11:13

(앞에서 계속됩니다.)

 

27. 플라톤의 이상: 플라톤은 철인 (哲人) 통치를 꿈꾸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이상 국가를 실현하기 위하여 시칠리아의 섬에 있는 시라쿠사로 떠나야 한다는 것을 하나의 사명으로 생각했습니다. 세 번에 걸친 그의 시라쿠사로 여행은 솔론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헌 「아테네 사람들의 국가 법 Αθέναιόν πολιτεία」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밖에도 헤로도토스는 『역사』 제 3장 80 – 83절에서 플라톤의 정치적 편력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공산주의에 관한 희극 「풍요로움Pluto」(BC. 408/ 388)에서 플라톤의 『국가』를 암시하며 국유 재산제도 그리고 생업의 공용화 등에 관해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건축가이자 도시 계획자인 히포다모스는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국가 공동체를 가장 효과적으로 축조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골몰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페리클레스와 함께 그리스 남단의 피레우스 그리고 남부이탈리아의 식민지 투리오이의 건축물을 축조하는 작업에 직접 가담하였습니다. 여기서 히포다모스는 플라톤이 설계한 국가의 시스템을 건축학적으로 완성하려고 했습니다. 상기한 내용을 고려한다면, 플라톤의 『국가』는 고대의 시기에도 상당히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게 분명합니다.

 

28. 플라톤의 『국가』가 후세에 끼친 영향 (1):. 플라톤의 『국가』는 비록 관념 속에서 축조되기는 하였지만, 가장 바람직한 국가 설계에 관한 모범적인 범례를 담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실제 삶에서 최소한 바람직한 국가상을 현실적으로 적용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플라톤의 입장은 플루타르코스의 『리쿠르고스의 삶』과 마찬가지로 이후의 세계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특히 우리는 다음과 같이 지적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의 후기 작품 「정치가Politikos」 그리고 「법령들Nomoi」등 역시도 『국가』에 묘사된 내용을 다양한 관점에서 실행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의 후학들, 이를테면 아리스토텔레스, 폴리비오스 등도 플라톤이 언급한 국가의 설계와 구상에 관해서 연구하였습니다.

 

플라톤의 『국가』 그리고 플루타르코스의 『리쿠르고스의 삶』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힘찬 권위주의 그리고 공동을 추구하는 세계관을 반영하지만, 그들의 영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소시민주의적인 작은 개혁 그리고 제논의 사회동포적인 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인하여 이후의 시대에는 그저 미약한 영향을 끼쳤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플라톤의 『국가』에 관한 연구는 르네상스 이후의 시기부터 다시 활발하게 진척되었습니다. 키케로 역시 「국가론De re publica」 그리고 「법이론De legibus」라든가 플루타르코스의 『군주 전치, 민주정치 그리고 과두 정치Ρερι μοναρχιας και δέμοκρατιας και ολιγαρχιας』에서 플라톤의 국가를 자세히 인용하며, 이를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29. 플라톤의 『국가』가 후세에 끼친 영향 (2): 플라톤의 작품은 먼 훗날 평등한 삶을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되었습니다. 가령 토마스 뮌처Thomas Müntzer는 16세기 초에 “모든 게 공동적이다Omnia sint communia.”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잘못 받아들여서 농민 전쟁의 슬로건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는 해석학적으로 엄밀히 고찰하자면 “하나의 창조적 오해”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플라톤은 엄밀히 따지면 만인의 평등을 주장한 게 아니라, “동일한 계층 내에서의 평등”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뮌처는 플라톤의 책을 읽고 만인의 평등의 가능성을 깊이 숙고하였습니다. 플라톤의 발언은 후세에 약간 왜곡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평등사상의 어떤 긍정적 방향으로 왜곡되어 수용되었던 것입니다.

 

30. 『국가』는 전체주의 모델인가?: 플라톤의 『국가』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은 20세기 독일의 철학자 카를 포퍼였습니다. 그는 플라톤을 전체주의 국가의 기본 모델을 만들어내고 이를 널리 알린 인물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문제는 여러 가지 능력 내지 생물학적 원칙에 따라 인간 개개인의 우열을 가리는 사실에 있다고 합니다. 플라톤에게는 개개인의 존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가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무엇이었습니다. (Popper: 72). 포퍼가 이렇게 주장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탈린주의와 파시즘의 횡포는 수백만의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플라톤이 국수주의 내지 인종주의를 표방함으로써 이득을 챙기려고 했다는 포퍼의 주장은 오로지 결과론에 입각한 비난일 수 있습니다. (Saage 49). 포퍼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즉 국가를 거대한 범위에서 변혁시키는 것은 엄청난 재앙을 낳으므로, 인간의 생활환경을 조금씩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Otto: 27). 포퍼는 플라톤의 『국가』에 나타난 역사주의, 창조의 근원으로서의 이데아론, 철인 독재의 관료주의로써 유토피아 사상을 처음부터 부정하였습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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