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이탈스파냐

서로박: (4)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필자 (匹子) 2024. 6. 27. 09:32

(앞에서 계속됩니다.)

 

친애하는 C, 튼실하고 멋진 여왕벌에는 언제나 수많은 수벌들이 모이듯이, 탁월한 명작을 집필한 작가 주변에는 요상한, 혹은 훌륭한 모방 작가들이 들끓기 마련입니다. 가령 괴테가 파우스트 제 1부를 일차적으로 완성한 시점은 1797년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괴테는 작품을 끊임없이 개작하였습니다. 그후 35년 후에 파우스트 제 2부가 완성되었으니 필생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19세기 초에 어느 젊은이가 자신이 파우스트 제 2부를 집필했다고 말하면서, 원고를 들고 괴테를 찾아왔습니다. 이때 괴테는 몹시 분개하면서, 이 세상에 파우스트를 완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자가 있다면, 그는 오로지 자신이라고 일갈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괴테는 훌륭한 작가임에는 분명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유아독존의 기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세르반테스 역시 모작으로 구설수에 오를 뻔하였습니다. 제 2권을 집필하고 있을 무렵, 정확히 말하자면 1614년에 에스파냐의 타라고나에서 『돈키호테』의 제 2권이 간행되었습니다. 저자의 이름은 세르반테스가 아니라, 아벨라네다 Avellaneda 출신의 알론소 페르난데즈 Alonso Fernandez였습니다. 세르반테스는 이에 대해 어떤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이러한 태도를 취한 것은 괴테의 경우처럼 동료 작가에 대한 안하무인의 오만함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작품의 위대성이 모작에 의해서 반감될까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세르반테스는 원래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제 2권을 집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제 2권을 앞의 작품에 대한 복합적인 중층 구조의 문학 작품으로 구상하였습니다. 이렇게 구상한 데에는 아벨라네다의 모작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셈입니다.

 

이제 『돈키호테』 제 2권의 내용을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산초 판사는 자신의 옛 주인을 찾아가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즉 돈키호테의 이야기는 이미 시드 하메테 베넨겔리의 책으로 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가 그동안 어떤 (고결한? ^^) 일을 행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돈키호테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서 산초 판사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책에 묘사된 바를 그대로 실천에 옮겨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로써 제 2권의 첫 번째 부분은 돈키호테의 모방 행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 2권 1–4장). 주인공은 상손 카라스코라는 서기와 논쟁을 벌이기로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책에 묘사된 이야기와 실제 돈키호테의 행적 사이에 도사리고 있는 여백 내지 불일치점을 간파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주위의 가족들의 의견을 참작하기로 합니다. 이를테면 돈키호테의 가사를 담당하는 여자, 질녀 그리고 산초 판사의 아내 등은 자신의 고유한 견해를 내세우기로 합심합니다.

 

 

 

드디어 세 번째의 출정이 시작됩니다. 돈키호테는 토보소로 가서 자신이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축복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에른스트 블로흐의 표현을 빌면 “발견될 수 없는 여인 la femme introuverble”, 둘시네아는 그곳에서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산초 판사는 그곳 농촌에서 가장 예쁜 처녀를 고용하여 둘시네아로 행세하도록 비밀리에 조처합니다. 이로 인하여 참으로 어색하고도 기괴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이는 독자의 측면에서 참으로 우스꽝스러움을 감지하게 하지요.

 

산초 판사는 몸에서 마늘냄새 진동하는 농촌 처녀를 귀족 처녀로 소개하는데, 그미와 조우한 돈키호테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인하여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마늘 냄새는 돈키호테의 코를 자극하여 동방의 이국적인 향료의 냄새로 인지하게 만듭니다. (제 2권 7-10장). 처녀의 땀 젖은 옷은 램프에 반사되어 동방의 찬란한 빛으로 반사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돈키호테는 거울 기사라고 하는 어떤 다른 기사와 피비린내 나게 싸워서 그를 무찌릅니다. 왜냐하면 둘시네아의 아름다움에 어떤 마력을 가한 기사가 바로 거울기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내막을 알고 보니, 거울 기사는 바로 상손 카라스코로 판명됩니다. 상손 카라스코는 어떻게 해서든 계략을 이용하여 돈키호테를 집으로 데리고 가려고 획책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모든 게 마술사의 사악한 의도에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합니다. (제 2권 11-15장)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우연히 미란다 출신의 디에고를 만납니다. 디에고와 돈키호테는 계속 문학적 토론을 벌입니다. (제 2권 16장). 대화를 끝내고 돈키호테는 미란다와 함께 계속 시가지를 활보하는데, 거리에서 힘이 빠졌는지는 몰라도 무척 냉담한 사자 한 마리를 목격합니다. 사자는 탈것에 갇힌 채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며칠 동안 디에고 미란다의 집에 기거합니다. 산초 판사가 맛있는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동안 돈키호테는 집주인과 문학에 관한 토론을 계속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제 2권 18장)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그 도시에서 개최되는 부호 카마초 집안의 결혼식에 참가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결혼식이 평화롭게 진행되었는데, 나중에 큰 일이 벌어집니다. 카마초의 라이벌인 바실리오와 그의 부인 크비테리아는 이곳의 인간관계에 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한 기사, 돈키호테를 이용하여 계략을 썼던 것입니다. 바실리오는 카마초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으로 자리에 몸져누워 죽는 체 하고 있습니다. 이때 크비테리오는 처절한 통곡으로 남편의 이른 죽음을 슬퍼합니다. 그미의 통곡소리는 주위 남정네들의 가슴을 아프게 할 정도로 퍼져나갑니다. (제 2권 20-21장) 돈키호테는 이를 간파하지 못하고 카마초의 결혼식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