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이탈스파냐

서로박: (5)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필자 (匹子) 2024. 6. 28. 10:52

(앞에서 계속됩니다.)

 

뒤이어 돈키호테의 이야기에 기술되어 있는 내용이 새롭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주인공이 몬테시노의 동굴에서 겪은 내용입니다. 돈키호테는 그곳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하여 밧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는데, 그만 동굴 속에서 잠이 들어버립니다. 사람들이 그를 구출했을 때, 돈키호테는 수많은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는 주인공의 모든 행적이 실제 삶에서의 체험만은 아니고, 나아가 상상력에 의해서 작위적으로 직조된 것이라는 점을 유추하게 합니다. (제 2권 22 – 23장) 이어지는 장에서 누군가 돈키호테를 인형극장으로 안내합니다. 돈키호테는 인형극에 등장하는 기사들을 실제의 적으로 간주하고, 달려듭니다. 이로 인하여 인형극 공연은 완전히 중지되고 맙니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은 어떤 사소한 문제로 서로 다투다가, 나중에는 편을 갈라서 마치 앙숙처럼 싸우게 됩니다. 돈키호테는 이를 중재하려고 무언가를 시도해 보았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이에 실망한 주인공은 마을을 떠나 어떤 궁궐로 향하여 발걸음을 옮깁니다. (제 2권 30장) 작품은 이 대목에서 왕궁의 공작부부의 이야기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산초 판사는 오래 전부터 갈망하던 영주의 직책을 얻게 됩니다. (제 2권 45장)

 

평범한 인민에 해당하는 산초 판사가 영주의 자리를 얻는다는 것은 사회적 계층구도가 일시적으로 파기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이는 공작의 체제에서의 사육제의 상황과 다를 바 없습니다. 사육제의 기간 동안에는 왕이 바보가 되고 바보가 왕이 되는, 이른바 가치 전도의 질서가 실제로 행해지지 않습니까? 돈키호테는 궁녀, 알티시도라와 신나는 유흥을 즐깁니다. (제 2권 46장) 나아가 그는 사육제 기간에나 있을 법한 모의 법정 재판에서 로드리게스의 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변론을 맡아 승리합니다. 그런데 돈키호테와 대결한 사람은 실제로 법을 어긴 자가 아니라, 공작의 하인, 토질로스였습니다. 말하자면 공작은 하인을 시켜서 로드리게즈의 딸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산초 판사는 영주로서의 현명함을 여지없이 발휘하지만, 그의 능력은 시간적으로 그리고 공간적으로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사육제의 일시적인 기간 동안 영주의 역할을 행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산초 판사는 자진해서 영주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제 2권 57장).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사라고사에서 개최되는 어느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서 그곳으로 가고 있었는데, 상당한 학식을 갖춘 목자들 속에 합류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아벨라네다의 모작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돈키호테의 첫 번째 대화 상대자는 제로니모라는 젊은이였습니다. 그는 아벨라네다의 모작을 읽다가 어떤 혐오의 감정에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돈키호테는 토론에 신명을 느끼며 목자들과 토론에 토론을 거듭합니다. 이로 인하여 그는 사라고사로 가서 경기에 참가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게 됩니다. (제 2권 59장).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길에서 돈키호테는 고결한 마음을 지닌 의적 로케 귀나르를 사귀게 됩니다. 로케는 타인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자에게서 식량을 빼앗아서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곤 하였습니다. (제 2권 60장) 바르셀로나에서 돈키호테는 자신의 책 제 2권이 올바르게 간행될 수 있도록 스스로 감독합니다. 휴식시간에 그는 산초 판사와 함께 화랑에 가서 멋진 그림들을 감상하곤 합니다. 어느 날 터키 출신의 범선이 에스파냐 해안에 정박하게 됩니다. 돈키호테는 이들을 문초하는 일을 자청합니다. 범선의 선장은 놀랍게도 돈키호테가 젊은 날 알제리에서 만난 적이 있는 크리스틴이었습니다. 주인공은 크리스틴이 에스파냐에 정착하는 데 많은 도움을 아끼지 않습니다. (제 2권 64, 65장).

 

뒤이어 돈키호테는 서기인 산송 카라스코와 결투를 벌입니다. 결투는 제 2권에서 마지막 정점을 치닫는 대목과 다름이 없습니다. 결국 돈키호테는 결투에서 패배하여, 카라스코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요구는 돈키호테의 집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떠나기 전에 공작의 하인, 토질로스는 주인공에게 다음의 사항을 전합니다. 즉 몸과 마음에 불명예를 안게 된 로드리게스의 딸은 종교적 참회를 위하여 이제 사원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돈키호테는 결투에서 패배한 데 대해서 몹시 실망합니다. 이렇게 형편없이 싸우느니, 차라리 갑주를 벗어던지고, 목자로 살아가는 게 더 낫지 않는가? 하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산초 판사는 돈키호테에 비해서 유머러스하고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타입입니다. 그는 공작의 부탁으로 마법에 걸려 거의 죽기 일보 직전에 처한 처녀 알티시도라을 구원해줍니다. 알티시도라는 마법에서 풀려나서, 자신이 갇혀 있던 지옥의 세상에 관해서 보고합니다. 지옥에서 그미는 몇몇 악마를 보았는데, 그들은 아벨라네다의 작품에 나타나는 무도회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악마는 아벨라네다의 작품이 형편없는 졸작이라고 논평했다고 합니다. (제 2권 70장).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길가에서 아벨라네다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조우합니다. 두 사람은 공증인을 찾아가서 스스로 아벨라네다의 등장인물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법적 서류로 남기게 됩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돈키호테는 심각한 병에 걸리게 됩니다. 죽어가면서 그는 유언을 남깁니다. 죽기 직전에 그는 문학적인 광기에 벗어나서, 자신이 돈 알론소 키하노라는 것을 토로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위대한 역사가 시드 하메테 베넨겔리는 다음과 같이 공언합니다. 자신이 모든 놀랍고도 혼란스러운 기사 소설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스스로 『돈키호테』를 집필했다고...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