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프리카 심장부는 대체 얼마나 놀랍고도 기괴한 위대성을 선사하는가? 아마도 조셉 콘래드 (Joseph Conrad, 1857 – 1924)만큼 이에 관해 집중적으로 추적한 작가는 이전에 없었습니다. 폴란드 출신의 영국 소설가로서 본명은 유제프 콘라드 코르제니오프스키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활동한 분이었습니다. 19세기 중엽에 그의 아버지는 고향을 떠나 폴란드에 정착하였습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낯선 땅 폴란드에 정착하도록 폴란드어를 배우게 했습니다. 그의 부모는 폴란드 독립을 위해서 데모하다가, 러시아 군인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러시아의 볼로그다로 추방되었습니다. 어머니는 1865년에 그곳에서 사망했고, 아버지는 풀려나서 아들과 함께 폴란드의 크라쿠프에서 살다가 1869년에 장제노동으로 인한 여파로 사망했습니다.
12세에 고아가 된 그는 프랑스 마르세유로 건너갑니다. 그는 나중에 영국으로 건너가서 항해자 자격증을 취득하여, 배를 타고 오랜 시간 항해합니다. 선원의 생활은 약 14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1894년에 조셉 콘래드는 직업을 바꾸어 전업 작가가 됩니다. 그의 대표작은 『암흑의 심장』 (1899) 외에도 『로드 짐』 (1900) 『노스트로모』 (1904) 그리고 『서구인의 눈으로』 (1911) 등이 있습니다. 그의 묘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수고가 끝난 후의 잠, 폭풍우 치는 바다를 항해한 후의 항구, 전쟁이 끝난 후의 안락, 삶 다음의 죽음은 기쁨을 주는 것이다Sleep after toyle, Port after stormie seas, Ease after war, death after life does greatly please.” 바다는 그의 삶과 문학에서 필수불가결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2. 두 개의 판본과 소설의 제목: 『암흑의 심장』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작품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연출로 만든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1979)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두 개의 판본으로 번역 소개되었습니다. 그 하나는 이상욱이 번역한 『암흑의 핵심』 (민음사 1998)이며, 다른 하나는 이석구가 번역한 『어둠의 심연』 (을유문화사 2008)입니다. 한국에서 발표된 연구 논문만 하더라도 61편이 넘는데, 작품의 제목은 그야말로 다양하게 명명되고 있습니다.
영어영문학자들은 오로지 인문학적 관점에서 조셉 콘래드의 작품을 분석하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아프리카 콩고 지역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작품 『암흑의 심장』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어쩌면 중앙아프리카 콩고의 광활하고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하는 콩고강을 직접 답사하고 그곳의 놀라운 분위기를 실제로 체험해보는 게 바람직할지 모릅니다. 만약 소설의 주제와 관련하여 열대의 야생 그리고 콩고강의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소설의 제목을 어둠의 심연 내지는 암흑의 핵심이 아니라, “암흑의 심장”으로 번역하는 게 온당할 것 같습니다.
3. “죽기 전에 반드시 아프리카로 가보아라.”: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화가, 천경자는 마치 자신의 넋이 나갈 정도의 감흥으로 아프리카의 이곳저곳을 여행했습니다. 그미는 슈바이처가 한평생 봉사했던 가나, 일본의 열대의학자,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가 황열에 걸려 죽었던 가봉을 거쳐서,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를 여행하였습니다. 천경자는 그중에서도 특히 중앙아프리카 지역에 무한한 매력을 느꼈고, 그 나라를 “아프리카 가운데 아프리카”라고 칭송하였습니다. 그미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습니다. “모든 것이 태양에 닿은 듯한 빛깔의 배경에 선명한 배추 색과 주황색의 광기마저 서리는 콩고 킨샤샤. 한 가닥의 미소로 반응할 줄 모르는 거센 성품의 흑인들은 야만적이고 원시적이어서 문명인의 때가 덜 묻은 듯 느껴진다.” (천경자: 아프리카 기행 화보집, 일지사 1974, 71쪽.)
천경자의 명화,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는 이때 완성되었습니다. 작품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Kilimanjaro)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초원 위에는 여러 동물들, 코끼리 등 위에 웅크리고 앉은 나체 여인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미는 고독과 상념에 잠긴 채 코끼리 등에 엎드려 있는 나체 여인이 바로 49세의 자신이었다고 술회한 바 있습니다. 이 그림을 통해서 천 화백은 다음과 같이 외쳤습니다. “사람들이여, 죽기 전에 반드시 아프리카로 가보아라.”
4. 서구가 의도했던 다섯 가지 사항: 무역, 그리스도 전파, 문명화, 의료 위생 사업 그리고 식민 사업: 조셉 콘래드가 1883년부터 1888년까지 동남아 일대를 항해할 때 그의 머리맡에는 항상 책이 한 권 놓여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알프레드 월리스 (Alfred Russel Wallace, 1823 – 1913) 의 『말레이 군도』였습니다. (Alfred Russel Wallace: The Malay Archipelago; The Land of the Orang-Utan and the Bird of Paradise; A Narrative of Travel With Studies of Man and Nature. Macmillan & Co, London 1869/ 2000.) 월리스는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습니다. “서구 사람들이 먼 땅에 도착하여 열대 처녀림에 도덕적, 지적 그리고 물리적 빛을 가지고 온다면, 그들은 이곳의 잘 조화된 유기적 무기적 자연의 균형을 교란하여서 경이로운 구조와 아름다움을 지닌 동물들을 사라지게 하고, 결국에는 멸종에 이르게 할 것이다.” (월리스: 340쪽). 여기서 말하는 “도덕적, 지적, 물리적 빛”은 서구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다섯 개의 특징, 즉 무역, 그리스도 전파, 문명화, 의료 위생 사업 그리고 식민화 사업을 가리킵니다. 조셉 콘래드가 항해 중에 월리스의 책을 탐독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면 그것은 열대 지역에 대한 서구 사람들의 침탈에 관한 비판이었는지 모릅니다.
5. 야생 그대로의 모습이 훌륭하다: 한마디로 말해 작가는 서구 문명이 열대 지역을 얼마나 교란하고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조셉 콘래드의 관심이 인간이 아니라, 열대 야생으로 향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셉 콘래드의 소설, 『로드 짐Lord Jim』은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베스트셀러인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이렇게 경이로울 수가 있을까? 이 아름다움을 바라보게! 이 정확성과 조화로움을 쳐다보게나! 얼마나 강력하고 조화로운가? 이것이야말로 자연이 아닌가? 거대한 힘은 놀랍게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 온전한 균형 상태의 전능한 우주가 이러한 상태를 만들어내지. 이렇게 경이로운 광경과 자연의 걸작품을 보게 되면, 자연이야말로 위대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떠오를 걸세.” (Joseph Conrad: Lord Jim, Penguin Books: London 2007, 156 이하.) 어쩌면 조셉 콘래드는 열대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확신했는지 모릅니다.
(2, 3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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