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작가, 필립 로스: 친애하는 J, 오늘은 2018년 5월에 사망한 미국 작가, 필립 로스 (Philipp Roth, 1933 - 2018)의 처녀작 「안녕 콜럼버스」를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다섯 개의 단편과 함께 1959년 미국에서 발표되었습니다. 로스의 작품들은 문학 이론의 측면에서 두 가지 중요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첫째로 그의 소설들은 전체적으로 리얼리즘의 성향을 지니면서도, 주어진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반리얼리즘의 서술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주어진 현실에 대한 냉정한 묘사를 중시하지만,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해원을 다양한 서술적 방식으로 파헤쳐나가는 일 역시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로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특수한 이야기를 이어나가지만, 이러한 구체적이고 특수한 이야기들은 놀랍게도 독자들에게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설득력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개별 등장인물들의 내적 이야기는 주제 상으로 확장되어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사회 심리적 의미를 은근히 지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네 가지 본질적 테마: 평생 엄청난 양의 소설을 집필 발표한 로스의 작품 가운데 맨 처음의 작품을 다루는 것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습니다. 작품집은 로스 문학의 네 가지의 본질적 테마를 모조리 거론하기 때문입니다. 1. 유대인 가정 내에서 고루한 인습에 대항하는 젊은이의 저항적 태도. 로스는 유대인 가정에서 자라면서, 폐쇄적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가족적 분위기를 몹시 싫어했습니다. 2. 성의 강박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인간관계의 어려움. 사실 누구든 간에 경험이 없는 젊은이는 사랑과 성의 문제로 좌절을 겪기도 합니다. 3. 유대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기 어려움.
필립 로스는 미국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유대인 신분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바 있었습니다. 4. 유대인으로서 도덕적 소속감 그리고 종교적 신앙 사이의 위화감. 유대인이라고 해서 모두 정통 유대교를 무조건 신봉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로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철저히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정통 유대교의 교리가 개별적 사람들의 모든 자유를 옥죄일 수 있음을 느끼고, 이를 거부하곤 하였습니다.
3. 유대인이라고 해도 모두 같은 유대인은 아니다.: 로스의 명성을 처음부터 공고히 해준 단편 소설,「굿바이 콜럼버스」는 인간관계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종교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너무나 이질적으로 살아온 두 젊은이의 만남을 통해서 백일하에 드러납니다. 전통적 유대교의 관습은 과연 모든 유대인이 무조건 추종해야 할 정도로 가치를 지니는가? 하는 물음과 관련됩니다.
주인공은 대학생, 닐 클룩맨입니다. 그의 부모는 동유럽의 터전을 버리고 미국으로 이민해온 아슈케나짐의 후손입니다. 그의 친척들 역시 뉴저지의 네와크의 가난한 동네에 밀집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여름 방학을 맞이했을 때 닐은 아름다운 유대인 처녀 브렌다 파팀킨을 만나게 됩니다. 브렌다 역시 유대인 출신의 여대생이지만, 그미는 부잣집 가문에서 애지중지 자라난 처녀였습니다. 닐은 브렌다를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4. 존재는 의식을 규정한다, 그것도 평생: 문제는 두 젊은이가 전혀 다른 미래의 꿈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닐은 이른바 이류에 해당하는 국립대학, 네와크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 마땅한 직업에 대한 계획 없이 국림 도서관에서 사서 보조로 일합니다. 그에 비해 브렌다는 케임브리지 매사추세츠의 도시에서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며 돈 걱정 하지 않고 그곳의 저명한 사립대학인 레이드클리프 대학에 다니면서 편안히 공부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스포츠를 즐기고 자유분방한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게 그미의 낙이었습니다.
두 남녀의 미래의 꿈도 서로 다릅니다. 닐에게는 사회적 신분 상승에 대한 강한 욕구 내지 열망이 자리하고 있지만, 브렌다에게는 이러한 열망이 자리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여름방학 기간에 만나 약 보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지만, 이는 결국 일시적 감정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맙니다. 왜냐하면 브렌다는 방학이 끝나면 레이드클리프 대학으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브렌다의 어머니는 정통 유대교를 신봉하기 때문에 딸의 사랑을 감지하게 되면, 절대로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5. 결혼은 대부분 유대인들에게 상거래와 같다: 게다가 특히 브렌다의 오빠, 론은 해리어트라는 이름의 여인과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부엌 장식의 회사를 이끌고 있었는데, 사업의 확장을 위해서 자신의 아들을 동업자, 싱크스의 딸과 결혼시키는 게 부를 축적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오빠의 정략결혼은 브렌다에게 이중의 부담감을 안겨주게 됩니다. 추측컨대 그미의 부모는 가난한 닐을 사윗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게 분명하며, 딸의 혼전 성관계를 알게 되는 날이면, 난리가 날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닐과 브렌다는 사랑의 감정으로 인한 청춘의 격정을 견딜 수 없어서, 동침하게 됩니다. 그날부터 두 사람은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서 피임도구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브렌다는 피임 도구를 자궁 내에 삽입하는 것을 거부했지만, 닐은 어떻게 해서든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미를 설득한 바 있었습니다. 결혼 전에 사랑하는 남녀가 피임도구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유대교의 풍습에 의하면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는 닐과 브렌다의 관계에 금이 가도록 작용합니다.
6. 금수저와 흙수저의 만남 그리고 이별: 집으로 돌아간 브렌다는 부주의하게도 자신의 옷과 물건을 정리하다가, 실수로 피임도구를 서랍에 넣어두었습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결국 화근을 부르게 됩니다. 그미의 어머니는 우연히 브렌다의 방을 청소하다가, 서랍 속의 피임도구를 발견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부모와 딸 사이에 심한 언쟁이 오고갑니다. 결국 브렌다의 부모는 자신의 딸과 닐 사이의 모든 관계를 파악하게 됩니다. 그들은 고이 키운 딸이 결혼 전에 가난한 사내와 살을 섞었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그 후에 브렌다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닐과 만나지 못하도록 조처합니다, 그래서 닐과 브렌다는 즐거운 유대인 신년 축제에 함께 참가하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맙니다.
닐은 브렌다와 만나기 위해서 케임브리지를 찾았으나, 그미의 부모는 닐에게 호통을 치면서, 더 이상 자신의 딸을 만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닐은 하버드 대학교의 레이몬트 도서관의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멀거니 바라봅니다. 비록 젊었으나, 가난한 볼품없는 사내, 그가 바로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그의 자화상은 주인공의 내적인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닐은 참담함을 금치 못하면서, 자신의 신분이 브렌다의 그것과는 철저히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자신이 속한 뉴와크 유대인 공동체로 되돌아갑니다.
7 소설 제목의 의미: 작품은 불행한 사랑의 이야기 속에 담긴 어떤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유대인 남녀의 자연스러운 만남과 사랑은 거부되고, 돈과 가문을 위한 정략결혼은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론은 1956년에 콜럼버스에 있는 오하이오 주립대학을 졸업한 바 있는데, 이는 한마디로 말해서 정통 유대주의의 결혼관에 대한 비판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론은 정통 유대주의가 추구하는 가치관에 의하면 대학교를 졸업한 다음에 부잣집 딸과 정략적으로 결혼하는 체제 순응적인 인물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체제 순응주의에 대해 비판의 메스를 가할 뿐 아니라, 미국 사회의 도덕으로 자리 잡게 된 유대주의 그리고 기독교의 독단적 가치를 은근히 비아냥거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소설의 제목, “콜럼버스여 안녕”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즉 미국 오하이오 주의 수도, 콜럼버스와 관련되기도 하고, 신대륙을 발견한 탐험가 콜럼버스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물론 탐험가 콜럼버스는 서구의 종교적 가치를 다른 대륙으로 전파하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관은 로스에 의하면 유대주의 내지 기독교의 일반적인 독단론으로서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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