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2) 디킨스의 '두 도시의 이야기'

필자 (匹子) 2023. 5. 12. 14:40

5. 샤를과 루시 결혼하다.: 샤를과 루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을 깊이 사랑합니다. 그들은 가급적 빨리 결혼식을 올리는 데 합의합니다. 결혼식 직전에 샤를은 장인이 될 분을 만납니다. 알렉산더는 자신의 사위가 될 사람의 성(姓)이 생 제브레몽임을 알게 됩니다. 샤를이 성공리에 혁명을 이룩한, 피에 굶주린 프랑스를 직접 두 눈으로 체험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루시의 아버지, 알렉산더 마네트는 자신을 그토록 괴롭히던 프랑스 관료가 바로 사위 될 사람의 삼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악연도 이러한 악연이 있을까요?

 

알렉산더는 깊은 충격과 혼란으로 인하여 번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딸이 애호하는 사내를 무조건 싫다고 거부할 수는 없는 형편이라, 마음에 들지 않지만, 딸의 결혼을 승낙합니다. 다른 한편 루시는 아무 갈등 없이 샤를을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두 연인 사이에는 변호사, 시드니 카턴의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미는 시드니가 자신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믿음이 가지 않아서 선뜻 그와 교제할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6. 사랑을 얻지 못한 시드니 카턴: 시드니는 샤를과는 달리 머리 회전이 빠르고 영리하지만, 그러나 냉정하고도 차가운 사내였습니다. 그의 성품은 추측하건대 부모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시드니는 술을 즐기며 홍등가를 찾는 등 매우 방탕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루시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게 합니다. 아름다운 여자의 영혼이 한 젊은이의 마음뿐 아니라, 자신의 생활 습성을 완전히 바꾸어놓게 했던 것입니다.

 

루시와 떳떳하게 교제하기 위하여 시드니는 방탕한 삶을 청산합니다. 술을 자제하고 더 이상 홍등가에 들락거리지도 않습니다. 이렇듯 연정은 당사자의 마음을 정갈하게 만들고, 삶의 목표마저 바꾸게 작용합니다. 그러나 루시에게는 안타깝게도 샤를이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다른 사내를 포옹하는 루시를 바라보았을 때,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습니다. 질투의 감정이 몇 주 동안 그를 방황하게 합니다. 그렇지만 시드니는 마침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루시에 대한 사랑을 접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임의 행복을 비는 마음이 진정한 사랑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후에 시드니 카턴은 루시와 샤를의 친구가 됩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슬픈 마음을 지울 길 없어서 다시 알코올을 찾습니다.

 

 

 

 

연극으로 공연된 두 도시의 이야기

 

7. 샤를의 삼촌, 악독한 마르키스: 샤를과 루시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으나, 아기는 일찍 유명을 달리합니다. 뒤이어 딸이 태어납니다. 샤를은 그미에게 “작은 루시”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시간이 흘러서 파리에는 혁명의 열기가 서서히 끓기 시작합니다.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시드니는 즉시 영국을 떠나 파리로 향해 발길을 돌립니다. 샤를 역시 프랑스로 건너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얼마 전에 파리에서 삼촌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르키스가 탄 마차가 실수로 인해서 어느 농부의 아들을 치어죽였습니다. 마르키스는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애통하게 비명을 지르는 농부에게 동전 하나만 달랑 던져주었습니다. 이에 분노한 농부는 마차를 향해 더러운 동전을 던져버립니다. 그는 분을 삭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야밤에 마르키스의 성으로 잠입하여 마르키스를 단검으로 찔러 죽이고 도주합니다. 평소에 마르키스 제브레몽은 잔악하기로 소문난 농장주로서 농부들을 괴롭히면서 살았습니다. 살인을 저지른 농부는 약 9개월에 걸쳐 도주하다가 어느 마을의 우물가에서 목을 매고 자살했다고 합니다.

 

8. 샤를은 파리로 가서, 식솔들의 안위를 돌보다: 어쨌든 샤를은 마르키스의 죽음으로 인하여 모든 지위 그리고 많은 재산을 유산으로 물려받습니다. 파리는 여전히 화염과 총성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데모하는 사람들은 마르키스의 충직한 하인들을 잡아서 처형시키려 합니다. 사악한 인간 밑에서 일하던 자들은 모조리 처형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샤를은 모든 노력을 다하여 하인들의 목숨을 구출해냅니다. 이 와중에서 그는 반동분자로 몰려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가 사악한 마르키스의 조카라고 손가락질합니다. 이로써 샤를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나 샤를은 혁명군에게 자신이 알렉산더 마네트 박사와 인척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이로 인하여 샤를은 풀려납니다. 알렉산더는 바스티유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들에게 정의로운 의사로서 이미 알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드파르그 부인의 남편은 왕년에 마네트 박사를 곁에서 도운 적이 있었습니다.

 

9. 샤를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 그렇지만 샤를에 대한 파리 사람들의 탄압은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민을 주도하던 드파르그 부인은 수구 세력, 특히 귀족들을 병적으로 증오하던 여성이었습니다. 그미는 샤를을 귀족이라고 규정하면서 혁명 재판을 위해서 다시 법정에 세웁니다. 법정에서 샤를은 집요한 심문에 시달리게 됩니다. 결국 주인공은 심문 끝에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러나 샤를은 맨 마지막에 이르러 다행스럽게도 끝내 처형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단두대 위로 올라간 사람은 샤를이 아니라, 놀랍게도 시드니 카턴이었기 때문입니다. 시드니는 처형되기 전날 밤에 간수들을 매수하여 옥문을 열고, 감옥으로 들어옵니다. 그리하여 그는 샤를을 도주하게 한 다음에 자신이 샤를의 죄수복을 입고 옥에 머물게 된 것입니다. 시드니의 도움으로 샤를과 마네트 박사, 루시와 작은 루시 그리고 마네트 박사의 보호자인 로리 씨는 시드니 카턴이 건네준 통행증을 지닌 채 영국 행 범선에 몸을 싣게 됩니다.

 

10. 시드니 카턴, 사랑하는 임을 위해 목숨을 바치다.: 시드니는 진심으로 루시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차갑고 방탕한 변호사가 그미를 만남으로써 갱생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시드니는 어느 처녀를 깊이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방탕한 삶 그리고 아깝게 허비한 시간을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오랫동안 고민하던 끝에 시드니는 사랑하는 임 그리고 임의 남편을 행복을 위해서 스스로 처형당하기로 작심합니다.

 

루시가 남편을 잃고 불행해지는 것보다는, 그미의 남편 대신에 자신이 단두대에 오르는 게 사랑하는 임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스스로 단두대에 몸을 던짐으로써 그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고결한 품위를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시드니는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소설 속에는 시드니를 둘러싼 수많은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시드니의 자기 파괴적인 방종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영국의 시인, 바이런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바이런은 그리스를 터키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싸우다가, 그곳에서 장렬하게 전사하지 않았습니까?

 

 

 

 

찰스 디킨스 (1812 - 1870)

 

11. 소설의 외형적 특성: 친애하는 J, 소설의 진행 속도는 매우 빠르며, 각 장면은 정교하게 직조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설은 혁명이 발발한 프랑스의 현실을 생동감 넘치게 그리고 격렬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와 2부에서 엉켜 있던 사건들은 3부에서 해결되는 등 작품의 구성에 있어서 정교하고 치밀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디킨스는 “구성이 빈약하다.”는 지금까지의 평판을 일거에 차단시킬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두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스케일 면에서 매우 웅대합니다.

 

먼 훗날 소설가, 조지 오웰 G. Orwell은 디킨스에 관한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습니다. 즉 디킨스는 마치 악몽을 꾸는 듯 혁명의 끔찍한 면모를 추적하여, 수년간 지속되는 학살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고 말입니다. 어쩌면 작가는 혁명의 불가피성을 숙지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예컨대 그는 대부분의 영국사람보다도 더 깊이 프랑스 인민에게 동정심을 느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동정적인 태도는 농부들의 삶을 측은히 바라보는 주인공, 샤를에게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12. 디킨스의 불분명한 정치적 입장: 그렇지만 한 가지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디킨스의 정치적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는 대부분 소설가에게 엿보이는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지요. 소설가들은 대체로 세부적인 나무에 집착하는 나머지, 거대한 숲 전체를 관망하지 못하곤 합니다. 정신없이 글을 갈겨쓰다가, 세부적인 면에 집착하여 사물을 멀리 바라보는 사상가의 여유를 망각하곤 하지요.

 

실제로 디킨스 역시 정치적으로 잘못 판단하였습니다. 이를테면 그는 “혁명은 첫 번째 승리 다음에 제 자식을 집어삼키는 괴물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하는 동시대인의 태도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그의 정치적 입장은 칼라일, 혹은 『프랑스 혁명의 성찰 Reflections on the Revolution in France』 (1790)을 집필한 에드먼드 버크 Edmund Burke 등이 고수한, 기득권을 지닌 사람들의 옹호하는 보수적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혁명에 뛰어든 드파르그 부인에게서도 그대로 엿보이고 있습니다. 드파르그 부인은 혁명에 대한 열광이 때로는 얼마나 사악하고 잔인한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인물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