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2) 플라우투스의 '허풍선이 장교'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첫 번째 계략: “납치된 여인은 처녀 PH의 쌍둥이 여동생이다.”: 노예 P로부터 연인의 소식을 전해 들은 젊은 항해사는 모든 일을 접고 에페소스로 황급히 달려옵니다. 도착 직후에 그는 오래전에 우정을 나눈 적이 있던 옆집 주인 PE의 집에 기숙하게 됩니다. 그런데 옆집 주인의 집은 허풍선이 장교의 집 바로 옆에 붙어 있었습니다. 젊은 항해사는 벽과 벽 사이에 자그마한 구멍을 내어, 허풍선이 장교의 집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봅니다. 아니, 자신이 사랑하는 처녀 PH가 결박된 채 밀실에 갇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노예 P는 천성적으로 꾀주머니였습니다. 그는 가련한 젊은 항해사를 물심양면으로 도우려고 모든 수단을 강구합니다. 그는 보초를 매수하여 젊은 항해사가 밀실로 들어갈 수 있도록 조처합니다. 이로써 두 연인은 뜨겁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허풍선이 장교의 집에서 처녀를 빼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리하여 노예 P는 하나의 계략을 떠올립니다. 그것은 갇혀 있는 처녀가 원래의 처녀 PH가 아니라, 그미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꾸며대는 일이었습니다. 허풍선이 장교는 처음에는 이 말을 그대로 신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장교 PY는 의혹에 사로잡힌 채 젊은 항해사에게 그미가 쌍둥이라는 사실에 대한 물적 증거를 요구합니다.

 

8. 두 번째 계략: “옆집 주인택은 허풍선이 장교을 멍하니 바라보고 가슴을 벌렁거린다.”: 노예 P는 자신의 첫 번째 계략이 실패로 돌아가자, 처녀를 구출하기 위한 두 번째 놀라운 계략을 꾸입니다. 그는 옆집 주인 PE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다음에 두 명의 기생을 고용하도록 조처합니다. 옆집 주인은 너그럽고 이해심이 풍부한 향락주의자였습니다. 그는 모든 정황을 접한 다음에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말합니다. 뒤이어 옆집 주인은 비밀리에 두 명의 기생을 고용합니다. 그리하여 기생 AC는 옆집 주인 PE의 아내로, 다른 한 여인은 주인 여자의 노예로 거짓 행세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저녁에 기생 AC는 일부러 허풍선이 장교를 자연스럽게 만납니다. 그미는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내면서 저돌적으로 장교에게 다가갑니다. 세상에 장교만큼 준수하고 멋진 사내는 일찍이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사랑을 받아달라고 애걸합니다. 몇 번 데이트를 끝낸 다음에 기생 AC는 보석이 박힌 금반지를 구매하여 사랑의 징표로 그에게 건네줍니다. 허풍선이 장교는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는 데 대해 무척 흡족해합니다. 이로써 그는 옆집 여주인으로 변신한 그미의 계략에 홀라당 넘어가고 맙니다.

 

9. 주인공을 다치게 한 것은 거짓된 사랑 그리고 재물에 대한 욕심이었다: 허풍선이 장교가 이렇게 수월하게 여인의 술수에 속아 넘어간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비싼 금반지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자신이 돈 많은 여자와 혼인하게 되면, 엄청나게 많은 재산을 차지하리라고 지레짐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밤 허풍선이 장교는 육체적 결합으로써 사랑을 확인하리라고 작심합니다. 그는 –마치 배비장이 “애랑”에게 그런 식으로 사랑을 표현했듯이- 몰래 돈 많은 옆집 주인의 규방으로 잠입합니다. 그 전에 미리 여인에게 자신의 내방을 알려주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살며시 어둠 속에서 규방에 잠입하여, 촛불을 켭니다. 그런데 아뿔싸 그곳에는 몽둥이를 든 장정들이 그를 감싸는 게 아니겠습니까? 허풍선이 장교는 반쯤 옷을 벗은 상태였습니다. 사람들은 교활한 바람둥이에게 수차례 몽둥이찜질을 가합니다. 결국에 이르러 허풍선이 장교는 앞집 주인의 아내를 탐하려는 죄로 인하여 끔찍한 고초를 당한 뒤에 집으로 기어서 돌아옵니다. 그래도 자신이 거세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10. 허풍선이 장교,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형: 중요한 것은 허풍선이 장교 PY의 인간형입니다. 사실 고대에는 군인이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았습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나라를 수호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들은 재물과는 무관하게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는 상남자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도시 국가는 군인을 모집하기 어려워서 용병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평화가 도래하여, 용병들에게는 일감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그들은 법을 무시하면서 여성들을 유혹하거나 겁탈하곤 하였습니다, 그들이 일반 사람들의 눈에 안하무인으로 표리부동하게 행동하는 마초로 비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이들은 오늘날 검사와 같은 고위 공무원처럼 목에 힘을 주는 마초들입니다. 작가 플라우투스는 허풍선이 장교들을 비난함으로써, 이들이 위선적인 인간이며, 사회적으로 기생충 계급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일리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11. 돈과 지위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이를 도모하려는 위선적인 행동은 인간을 망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노예 P의 기지와 술수를 첨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친구이자 주인인 젊은 여행자를 위해서 기발한 계책을 끄집어내어 실천하는 영리한 사내입니다. 이렇듯 헬레니즘의 시대의 사람들은 고결한 목적을 위한 술수 내지는 거짓 행동을 얼마든지 용서받을 수 있다고 간주하였습니다. 이는 나중에 테렌티우스의 극 작품에서 자주 묘사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우리는 옆집 주인 PE의 호방하고 너그러운 심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품 내에서 젊은 항해사는 그의 도움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너그러운 현실주의자 PE를 통해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인간 삶에서 중요한 것은 재물 추구의 탐욕이라든가 겉과 속이 다른 명예욕이 아니라, 오히려 불행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가짐이라는 교훈 말입니다. 작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과 권력을 무기 삼아서 여성의 몸을 취하려고 하는 자는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