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1) 이암불로스의 태양섬과 헬레니즘 유토피아

필자 (匹子) 2023. 10. 13. 10:47

1. 이암불로스 그리고 그의 국가: 헬레니즘 시대의 사람들은 오직 욕망과 풍요로움으로 가득 찬 꿈을 꾸었는데, 이는 실제와는 다른 국가상을 탄생시킨 바 있습니다. 가령 우리는 노동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비옥한 자연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이암불로스의 태양 국가에서 잘 나타납니다. 태양 섬의 사람들은 마치 공산주의의 공동의 축제와 같은 찬란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철저히 민중적 축제와 같은 특성을 지녔으므로, 정치적인 시각에서 볼 때 과히 놀라운 사회상입니다. 이암불로스의 생애는 오늘날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언제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죽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그가 소아시아 북서지역의 아라비아 유목 민족의 출신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암불로스는 무역을 위해 여러 나라를 떠돌았는데, 남부 아라비아에서 에티오피아의 해적들에게 체포 구금당하게 됩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제물로 쓸 물건을 몰래 자신의 선박에 실었다는 게 죄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암불로스는 머나먼 인도양에 있는 섬으로 귀양을 떠나게 되었는데, 나중에 인도와 페르시아를 거쳐서 그리스로 되돌아왔다고 합니다. 그가 묘사한 섬은 오늘날 스리랑카라고 간주되지만, 모든 것은 오로지 작가의 상상에 의해서 기술되고 있으므로, “태양 국가가 스리랑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습니다.

 

2. 자연 민족에 관한 상, 축제의 이상 국가: 추측컨대 작품의 집필 계기는 민중적일 뿐 아니라, 평등한 삶에 대한, 마치 폭동과 같은 강렬한 갈망으로 요약됩니다. 이는 아마도 헤로도토스, 에포로스Ephoros, 테오폼포스Theopomp 그리고 헤카타이오스Hekataios 등이 막연하게 유추한 자연 민족에 관한 상에서 파생된 것처럼 보입니다. 네 명의 역사가들은 고대 유럽과 소아시아와는 전혀 다른 자연 민족이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다고 그저 머릿속으로 추론했습니다. 자연 민족은 사회 내의 어떠한 대립도 알지 못하고, 문화적 퇴폐를 체험하지 않았으며, 도덕적으로 표리부동하게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연 민족은 자연 친화적인 삶을 추구하고,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화 외에는 어떠한 다른 것에 대해 탐욕을 느끼지 않으며, 국가의 억압과 강요 없이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암불로스 역시 자연 민족에 대한 이러한 상을 역사적 문헌에서 접한 다음에 태양 국가를 집필한 게 틀림없습니다.

 

3. 향락과 축제로 이루어진 삶: 작품은 세 가지 독특한 특징을 보여줍니다. 첫째로 이암불로스의 태양 국가는 향락과 축제로 이루어진 삶을 보여줍니다. 렇다고 작가가 작품 속에서 과도한 유희라든가 방종의 상을 드러내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텍스트는 박력을 지니고 있으며, 축제의 즐거운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노예가 주인이 되고, 주인이 노예가 되는 가치 전도된 생활상 그리고 함께 공동으로 일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는 거의 수미 일관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Hofmann-Loebl: 22). 그렇기에 이 국가 소설은 수 백 년에 걸쳐 인간의 기억 속에서 떠나지 않았으며, 플라톤의 국가에 필적하는 작품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태양 국가는 르네상스 이후에 출현한 캄파넬라의 르네상스 이후의 유토피아의 선구적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태양의 나라Civitas solis(1623)가 이암불로스의 작품 제목과 유사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둘째로 사유재산이 철폐된 사회적 삶은 개개인의 사적인 탐욕을 앗아가게 하고, 국가의 화해와 행복을 기약하게 해줍니다. 이는 그 자체 실제 사회에서 충분히 실천될 수 있는 사회 유토피아로서 카를 만하임에 의해서 다루어진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유토피아로 각인된 바 있습니다. 셋째로 이암불로스는 고착되고 경직된 국가 체제를 설계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인간의 사회적 조건이 개개인의 삶과 의식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Braunert: 64f). 복잡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유연한 사회적 질서가 개개인의 인간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고대의 유토피아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찬란한 사회 유토피아의 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4. 태양신 숭배와 공동의 삶: 이암불로스에게 있어서의 공동생활은 에우헤메로스의 경우보다도 더 잘 이행되고 있으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사려 깊은 숙고 끝에 도출해낸 것입니다. 그곳의 섬은 기후적으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섬의 주민들은 자구적으로 표현하면 갈라진 혀를 지니고 있어서”,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습니다. 수천 배로 열매 맺는 놀라운 자연 식물에 관한 신화적인 이야기가 이 작품에 첨부되어 있습니다. 열대 기후의 특성은 태양 국가의 기후적인 조건에 의해서 그럴듯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경제적 생산력을 교묘히 보충해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헬레니즘 시대에는 아마도 부권 시대나 남성 위주의 시대와는 달리, 디오니소스 그리고 태양신의 숭배가 커다란 영향을 끼쳤는지 모릅니다. 태양신 숭배의 현상은 지중해 동쪽을 둘러싼 지역에서 이어졌는데, 블로흐는 고대 소아시아 사람들이 모든 계급적 차이를 축제나 도취에 의해서 디오니소스적으로 해방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블로흐: 994).

 

5. 태양 섬의 의식주: 태양 국가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로 자그마한 관들로 이루어진 나무줄기를 엮어서 의복을 만듭니다. 나무줄기의 한 복판에는 부드러운 털이 송송 맺혀져 있습니다. 그들은 나무줄기를 잘라서 얼기설기 엮습니다. 이것들은 전복껍질에서 나오는 즙액에 의해서 단단하게 고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자주색의 치렁치렁한 옷이 만들어집니다. 사람들은 드물게 농사를 짓습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곡식과 열매들이 지천에 깔려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그냥 채집하면 족하기 때문입니다. 태양 섬에서는 올리브나무 그리고 포도나무 등이 많이 자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곡식과 열매들을 모조리 수확하고 채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주민들은 육류 또한 마다하지 않습니다. 육류의 경우 사람들은 불을 지펴서 고기를 구워먹거나, 물에 넣고 끓여 먹기도 합니다. 원주민들에게는 특별한 요리 기술이 발전되어 있지 않습니다. 양념이나 향신료 역시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원주민들은 생선 류, 날짐승 또한 즐겨 구워먹곤 합니다. 원주민들은 특히 거대한 뱀을 잡아서 구워 먹는데, 사람들은 뱀 요리를 특별 음식으로 간주합니다.

 

6. 결혼 제도는 없다: 이암불로스는 적도 근처에 위치한 일곱 개의 섬을 배경으로 하여 자신의 국가를 문학적으로 설계하였습니다. 그곳에서는 사적인 소유권이 완전히 폐지됨으로써 인간의 행복은 공유제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규칙적으로 돌아가면서 조금씩 노동할 뿐입니다. 이곳에서는 결혼제도가 없으며, 가족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남자들, 아이들 그리고 아기들을 함께 키우는 여성 공동체밖에 없습니다. “태양 국가의 사람들은 결혼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여성공동체가 자리할 뿐이다. 모두가 영아들을 공동으로 키우며, 똑같이 그들을 사랑한다. 젖먹이 아이들은 여러 명의 유모에게서 젖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아이들은 누가 실제 자신의 친모인지 처음에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여성공동체 내에서는 질투 내지 공명심이 자리하지 않고, 내적 갈등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여성들이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Swoboda: 40).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