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프리드리히 실러: (2) '산책'

필자 (匹子) 2023. 3. 21. 11:46

(앞에서 계속됩니다.)

 

거기서 즐거운 소유물, 자유 생업이 융성하게 되고,

강변의 갈대에서 푸르스름한 신(神)은 손짓한다.

도끼가 쉭 하며 나무에 박히면, 나무 요정은 신음한다.

나무의 머리통이 굉음을 내며 무거운 짐으로 쓰러진다.

암석의 파편, 돌 하나가 지레에 받힌 채 흔들리고, 105

산 사나이는 산허리 계곡에서 아래로 향해 사라진다.

물키베르의 가슴에는 쇠망치 소리가 울려 퍼지고,

힘줄 튀어나온 주먹 아래 강철의 섬광이 튀어 나가며,

황금의 아마포는 춤추는 멀렛 가락을 휘어 감는다.

베짜는 갈대는 실타래를 통해 바람 소리를 내고, 110

 

멀리 부둣가에서 항해사가 외친다, 전함이 기다린다고.

동족 사람의 부지런함이 낯선 이방인의 나라로 옮겨지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낯선 선물에 마냥 쾌재를 부른다.

솟구친 돛대에는 축제의 화환이 바람에 펄럭인다.

저기 시장이 붐비는 걸 보라, 유쾌한 삶의 웃음소리, 115

기이한 언어가 오가고, 기적 같은 합창으로 부글거린다.

상인은 땅의 수확물을 진열대에다 쏟아붓는다.

아프리카의 땅 작열하는 태양으로 생산된 물품들,

아라비아의 음식, 북쪽 전설의 섬, “툴레”의 물건,

아말테이아는 즐겁게 풍요로운 뿔에서 재물을 쏟아낸다. 120

 

이때 신의 자식들은 행복 누릴 재능을 얻게 되었고,

자유의 젖을 먹으며, 쾌락의 기술로 성장하였다.

조각가들은 신을 모방하며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끌에 의해 영혼을 얻은 암석은 자신의 감동을 말하고,

인공의 하늘은 날씬한 이오니아의 기둥 위에 휴식하며, 125

판테온 신전은 올림포스의 특징을 모조리 포괄하는데,

이리스의 공중 비약처럼 경쾌하게 부글거리는 강 위로

힘줄에서 튕겨 나온 화살 교각의 질곡 위로 깡충거리듯이.

허나 그윽한 밀실에서 컴퍼스는 의미심장한 방법을 골똘히

설계하고, 연구하며 창조적 정신에 살그머니 다가가는데, 130

 

소재와 자석의 힘 그리고 사랑과 미윰을 검증하고,

공기를 통해서 음향을 바꾸고, 에테르로써 광선을 추적하며,

익숙한 법칙에서 우연히 어떤 소름 돋는 기적을 찾고,

현상의 계곡에서 쉬고 있는 놀라운 극점을 발견한다.

문헌은 침묵하는 사고에다 육신과 목소리를 빌려주고, 135

말하는 잎사귀는 수 세기의 강물을 따라 사고를 이어나간다.

거기 광기 어린 안개가 기적 같은 눈빛으로 스쳐 지난다.

밤의 형상은 서서히 동트는 불빛을 피해 사라지는데,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파괴한다. 축복받은 자! 두려움의

족쇄를 찢지만, 수치스러운 고삐만은 건드리지 않네! 140

 

자유는 이성을 외친다, 어쩌면 자유는 거친 탐욕일까?

성스러운 자유에서 사람들은 음험하게 그것을 쟁취한다.

아 폭풍우로 인하여 강가에 머물며 경고하던 닻은

막강한 힘의 격노하는 물길에 의해 부딪친 다음에

무한의 공간으로 쓸려나간다. 해안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145

거대한 밀물 돛 꺾인 나룻배를 이리저리 떠다니게 하고

구름 사이에서 버티던 전차 별자리의 별들이 꺼진다.

남은 것은 없다. 신조차도 천국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진실이 대화에서 사라진다. 삶에서 유래하는 믿음과

충직함, 맹세하는 자의 입술에서 거짓이 발설되고 있다. 150

 

뜨거운 가슴으로 맺은 내밀한 동맹과 사랑 속의 비밀

배신자가 몰려와서 친구들의 우정을 앗아가고 있다.

죄 없다는 듯 집어삼키는 눈빛으로 힐끗 바라보는 배반

패륜의 독이 묻은 이빨로 모든 걸 씹어 죽이고 있다.

사고는 더럽힌 가슴에 의해 즉시 매물로 출시되고 155

사랑은 신의 자비롭고 고결한 감정을 팽개쳐버렸다.

당신의 존귀한 표시여, 오 진리여! 거짓이 감히

활개 치고, 가장 귀중한 자연의 목소리를 더럽혔다.

곤궁한 심장 속에 기쁨의 열망만을 고안해내었을 뿐,

거짓 없는 감정은 오직 침묵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160

 

강단에는 권리가. 오두막에는 화해가 허풍을 떨고 있지.

법의 유령이 왕들의 의자에 마냥 머물고 있네.

끔찍한 미라는 수년, 아니 수백년 존속될 것이다.

현혹의 상은 생기 넘치는 충만함으로 남아 있으리라.

자연은 언젠가 반드시 깨어나 무거운 철제 손으로 165

마치 쇠창살을 파괴하고 빠져나오는 호랑이처럼

공허한 건물에 남은 궁핍한 시간을 건드릴 것이다.

갑자기 전율을 느끼며 누미디아의 숲을 생각한다.

인류는 범행과 궁핍함에 대한 노여움으로 일어났지만,

도시의 잿더미에서 사라진 자연은 무언가 찾고 있다. 170

 

그대들이여, 제발 장벽을 걷고 수인들을 석방하라!

숲이여 부디 구원받아서 버림받은 평지로 되돌아오라!

나는 어디 있는가? 오솔길이 가려진다. 험준한 땅은

뒤에선 벌어진 계곡, 걸어가는 내 발걸음 멈추게 한다.

내 배후에는 정원과 울타리 친숙한 동반자로, 175

그대 뒤에는 모든 손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오로지 생명의 싹을 틔우려 쌓아 올린 소재들을

바라본다. 거친 현무암들은 조각가의 손을 갈구하지.

암벽의 틈 사이로 부글거리는 급류 황급히 쏟아지고,

격분한 듯 나무뿌리 아래에서 순식간에 방향 바꾼다. 180

 

이곳은 자연 그대로 황량하고 고요하다. 공중에는

독수리 맴도는데, 세상은 천구 (天球)와 매듭지어져 있다.

어떠한 바람도 높은 곳에서 내게 날아와서 인간의

즐겁고도 힘든 노력의 날개를 장착해주는 법이 없다.

나는 혼자인가? 오 자연이여! 오직 그대의 품속에서 185

그대 심장과 마주하고 싶다. 그건 나를 오싹하게 만들고

삶의 무거운 모습으로 감동 안기는 꿈에 불과했을까.

암담한 꿈은 무너지는 계곡과 함께 추락하고 말았다.

그대의 순수한 제단에서 나의 삶을 아주 순결하게

갈망하는 청춘의 상쾌한 용기를 꼭 돌려받으리라. 190

 

의지는 목표와 규칙을 영속적으로 영원히 바꾸고

우리의 행위는 반복되는 형체 속에서 계속 회전하겠지,

허나 언제나 젊음으로, 변화하는 아름다움을 거쳐서.

경건한 자연이여, 그대는 오랜 법칙을 정갈하게 간직하라!

항상 변함없는 것은 그 남자의 충직한 손에 주어지겠지. 195

자연이여, 아이가 청년 될 때까지 변함없이 신뢰했듯이,

나이 들어도 항상 같은 젖가슴으로 영양을 공급해다오.

동일한 창공 아래서 변함 없는 초록의 평원에서

가까운 종족, 먼 곳의 종족 모두 차제에는 단합하겠지.

보라! 호메로스의 태양은 우리에게도 미소 지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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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합 200 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연은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원문은 독일 사이트에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Der Spaziergang - Schiller, Friedrich - Gedicht (friedrich-schiller-archiv.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