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횔덜린의 "히페리온" (2)

필자 (匹子) 2022. 1. 2. 11:24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선하고 아름다운 여성, 디오티마: 작품을 언급하기 전에 주인공 히페리온이 사랑했던 여인 디오티마에 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디오티마 Διοτίμα는 플라톤의 대화록 『향연』에서 언급되는 인물입니다. 그미는 만티네키아 출신의 현명한 여인으로서 작품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소크라테스가 에로스와 관련되는 대화에서 그미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디오티마는 올바른 철학의 방향은 에로스틔 열정을 포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당시 고대 사회 사람들은 선과 미의 융합을 하나의 이상으로 간주했습니다. 착한 마음과 아름다움은 하나로 일원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디오티마라는 인물이 드러내는 특성이기도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여기다가 진리 추구의 정신을 가미시키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미리 말하지만, 주인공인 그리스인, 히페리온은 친구인 혁명가, 알라반다와 마찬가지로 디오티마를 극진히 사랑합니다.

 

 

 

(6) 제 1부, 히페리온의 현실적 배경: 작품은 1770년 터키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봉기로 시작됩니다. 그리스 출신의 주인공, 히페리온은 자신의 운명을 회고합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일탈된 궤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자신의 삶은 많은 갈등에 의해 필연적으로 움직여 왔으며, 앞으로도 모든 삶을 조화롭고도 일원화시키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리라는 것입니다. 히페리온은 그리스의 작은 섬 티나에서 성장합니다. 이때 그를 가르친 사람은 아다마스라는 사람이었습니다. 히페리온은 자신에게 총애를 베푸는 선생으로부터 고대 그리스의 문화를 깊이 체득하게 됩니다. 

 

수업 시대를 끝낸 주인공은 “모든 민족의 법체계, 견해들 그리고 예절과 관습을 검증하기 위하여” 세상을 돌아다닙니다. 그는 항구 도시인 스미르나에서 패배한 혁명가, 알라반다라는 젊은이를 사귀게 됩니다. 알라반다와의 교우를 통해서 주인공은 미래의 찬란한 어떤 아름답고도 자유로운 사회를 꿈꾸게 됩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이 접하고 있는 일상을 더럽고도 수치스럽다고 감지하게 됩니다. 그리스는 터키의 억압 정책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알라반다는 조국인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의 폭정과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소설 속에 횔덜린이 살고 있던 18세기 독일의 실제 현실이 작품 속에서 비참한 그리스 현실로 투영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7) 제 1부, 히페리온, 알라반다 그리고 디오티마: 두 사람은 깊은 우정을 나눕니다. 그들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현재 효력을 떨치고 있는 법적 구도 그리고 귀족의 지배 체제를 깡그리 무너뜨려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죽음을 불사하는 무력 혁명을 동원할 것인가? 아니면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여 인민들을 교육시키고 계도해야 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놓고 두 사람은 제각기 다른 의견을 내세웁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알라반다가 무엇보다도 무력 혁명이라는 극단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을 지지하는 반면, 히페리온은 교육이라는 신중하고도 소극적인 방법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어느 날 히페리온은 알라반다가 “복수, 즉 네메시스 Νέμεσις의 동맹”이라는 비밀결사 단체에 가담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로 인하여 두 사람 사이의 우정 관계에 금이 가게 됩니다. 낙심한 히페리온은 고향의 섬으로 돌아갑니다. 이때 그는 알라반다와의 결별 이후에 커다란 우울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칼라우레아 지역에서 주인공은 아름답고 고결한 여성과 조우합니다. 그미는 디오티마라는 이름의 지닌, 미모의 여성이었습니다. 히페리온의 마음속에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이 마치 무지개를 바라보는 소년의 황홀감처럼 서서히 솟아오릅니다. 

 

히페리온과 디오티마는 세계, 사랑과 우정에 관해서 여러 가지의 대화를 나눕니다. 주인공은 그미와의 대화를 통해서 어떤 “합일적인 유토피아적 조망”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디오티마는 알라반다와의 파괴된 우정 속에 무너져 내린 자신의 정서적 에너지를 다시 공급해 주었던 조력자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디오티마는 히페리온에게 예술의 깊은 정서를 심어주었을 뿐 아니라, 그리스의 해방을 위한 용기와 에너지를 부여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