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횔덜린의 "히페리온" (4)

필자 (匹子) 2022. 1. 2. 11:34

(앞에서 계속됩니다.)

 

(12) 자연과 예술가를 무시하는 속물 비판: 횔덜린은 작품의 말미에 독일인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는 독일인에 대한 비판 뿐 아니라, “신적 감정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우둔하며, 우미의 여신의 행복을 맛보기에는 골수까지 썩어 있는” 현대인들을 야유하기 위함입니다. 작가는 “예부터 야만인이었던 그 독일인들은 근면과 학문, 심지어는 종교에 의해서 더욱 야만스러워졌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성스러운 자연의 의미를 망각하고 눈앞의 이득에만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독일의 일반 사람들이 예술가를 무시하고 경멸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대들 나라의 시인과 예술가를 볼 때, 아직도 정령을 존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선량한 그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마치 자기 집에서 타향에서 온 손님처럼 사는 것과도 같다. 그들은 인고의 표본인 율리시즈와 같다. 그가 걸인 모습으로 자기 집 문 앞에 앉아 있을 때 뻔뻔스러운 구혼자들은 와글거리며 누가 부랑자를 데려왔느냐고 아우성치지 않았는가?”

 

(13) 히페리온의 자청해서 즐기려는 고통: 히페리온의 독일인 비판은 오로지 독일인에게 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인들은 횔덜린에 의하면 지고의 선과 아름다운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기를 포기하고, 오로지 먹이와 날씨에 신경을 쓰는 동물처럼 목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히페리온은 일반 사람들의 삶의 길과는 다른 길을 걸으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소시민들이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시키려고 하는 반면에, 주인공은 개인의 삶의 영역을 포괄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심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것은 이타주의자의 길이며 진정한 영웅의 길입니다.

 

남들이 일신의 안일과 부귀영달을 추구하는 동안, 히페리온은 남과 사회를 위해서 살아가려고 결심합니다. 그것은 한 많은 가시밭길을 자청해서 걸어가면서 기쁨을 누리려는 결심과 관련됩니다. 히페리온은 이러한 결심을 “고통을 자청해서 감내하는 기쁨 Heiterkeit ins Leiden”으로 명명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예술가의 길이며, 이타주의를 추구하는 정치가의 사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볼프 비어만 Wolf Biermann 역시 횔덜린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여러 번 "예술가가 자청해서 희열을 느끼며 걸어가야 할 고난의 가시밭길"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14) 히페리온의 유토피아: 히페리온은 개인적 삶 그리고 정치적 삶에서 실패를 맛보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자신의 삶의 길에서 한 가지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존재가 “신적인 자연”과 조화로움을 누릴 수 있다는 갈망입니다. 이러한 갈망은 결코 파기될 수 없는 무엇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갈등처럼 세상에는 모든 부조화가 도사리고 있다. 화해는 투쟁과 갈등 사이에 있으며, 모든 분화된 것을 다시 발견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종교적 발언을 통해서 히페리온은 민중의 미적이고 정치적 의식을 깨우치려고 의도하고 있습니다.

 

횔덜린은 이 작품에서 사적인 고독이라든가, 비정치적인 예술성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시인에게 예술은 정치이며, 정치는 바로 예술이었습니다. 이는 사적인 삶의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이상 사회를 정립시키려는 열광적 이상과 관련되고 있습니다. 시인이 “신적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강조한다면, 이는 정치와는 무관한 종교적 전언이 아니라, 오히려 역설적으로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찬란한 실현과 직결되는 발언입니다. 맨 마지막에 “성스러운 자연이여, 그대는 복수하리라!” 이 말 속에는 주어진 현실의 변화에 대한 애타는 갈망이 도사리고 있지 않습니까?

 

(15) 새로운 세계, 하나의 영혼: 성스러운 자연에 관한 사고 속에는 인간의 새로운 탄생의 장면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는 인간 소외라고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지배 내지 억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영혼은 더욱 자유롭고, 아름답게 하나로 생동하고 있었다. 우리 주위의 그리고 우리 내면의 모든 것은 황금의 평화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마치 과거의 세계가 사멸하고, 새로운 세상이 우리와 함께 개벽하여 시작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은 정신적으로 그렇게 막강하고, 그렇게 사랑스러우며 수월하게 변화되었다. 우리와 주위의 존재들은 세상 속에서 부유하면서 하나의 영혼으로 일치감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수천의 음이 하나의 합창으로 아우러져서, 불멸의 에테르 사이로 지속적으로 울려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