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브레히트: 제 5번째 소네트

필자 (匹子) 2022. 4. 21. 10:37

제 5번째 소네트

 

 

장사꾼들이 시장에서 구매자가 많다는 소문을

마구 퍼뜨려서, 상품의 가격을 높이듯이

자기를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많음을 과시하는 여자들이 있지

남자들이 그런 여자에게 화내는 건 당연히 옳아.

 

여자가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돼, 여자는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더 이상 없음을 보여주어야 해.

그 남자가 아니라면 어느 누구와도 혼인하지 못하며

그 남자가 말하지 않으면, 그녀에게는 침묵밖에 없음을

 

여자란 슬쩍 빠져나감으로써 남자를 묶어 둘 수는 있겠지만

남자를 필요로 할 때, 남자를 더 많이 유혹할 수 있지

여자도 알아야 해. 불 속에서 비명 지르는 자는

 

불을 번지게 할 수도, 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다만 그런 여자가 갈증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바라지,

괜스레 흐린 물속에서 고기 낚으려고 하지 말기를.

 

 

Das fünfte Sonett

 

So wie man Preise hochtreibt auf dem Markt

Indem man auf die vielen Käufer weist

Zeigt manches Weib, wie man sich um sie reißt.

Ich finde es richtig, daß man’s ihr verargt.

 

Sie sollte es nicht tun. Sie sollte zeigen

Daß sie nicht mehr die Wahl hat. Und gewählt ist

Wenn nicht mit ihm, dann mit dem Nichts vermählt ist.

Als gäb’s für sie, wenn er nicht spräch, nur Schweigen.

 

Möglich, daß sie ihn durch Entweichen hält

Doch es verführt ihn mehr, daß sie ihn braucht!

Auch muß sie wissen: wer in Feuer faucht

 

Der macht, daß es sich mehrt und dann erlischt.

Der wünsch ich nur, daß sie nicht Durst befällt

Die da so im betrübten Wasser fischt!

 

......................

 

인용 시에서 시적 자아는 오로지 자신만을 사랑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건을 팔고 이윤을 챙기듯이 인간의 몸, 특히 여성의 몸 역시 상품 판매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말하자면 브레히트의 지론입니다.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임이 오로지 자신 한 사람을 사랑해주기를 바라듯이, 자신 외에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임의 식객이 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르가레테 슈테핀은 인간의 사랑 역시 얼마든지 상품 판매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의식이 강한 여자입니다. 그렇기에 그미는 브레히트에게 알아서 할 테니 어떻게든 내버려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슈테핀은 비록 20여세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의식을 지니고, 자본주의 시장의 법칙을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브레히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질투심이 끓어오르지만, 어쩔 수 없이 조언을 철회해야하는 시적 자아의 고통이 작품에서 묻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