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괴테의 파우스트 (4)

필자 (匹子) 2018. 8. 26. 12:01

제 3막: 제 2막에서는 삶과 기술이라는 극단성의 종합이 주제로 작용했습니다. 제 3막, 이른바 헬레나 장면에서는 헬레나가 주도적 인물로 등장합니다. 여기서는 시간 개념 그리고 공간 개념이 모순적으로 뒤엉켜 있는데, 이 때문에 나중에 괴테는 여기에 넓은 의미에서의 고전적 특성과 낭만적 특성의 혼합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헬레나는 트로야의 노예 처녀들과 함께 미케네로 돌아오는 길에서 포르키아스와 조우합니다. 포르키아스는 텅 비어 있는 궁궐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파우스트는 게르만의 장수로서 주인 없는 스파르타를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파우스트와 헬레나는 서로 마주칩니다. 헬레나는 행여나 남편 메넬라오스가 보복할까봐, 포르키아스의 인도 하에 시종을 데리고 파우스트의 성에 피신해 있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 상징적입니다. 파우스트는 북구의 낭만주의를 대변하는 남자이며, 헬레나는 그리스 고전주의를 대변하는 여자입니다. 북구의 낭만주의는 영혼의 힘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리스의 고전주의는 형식적 엄밀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하여 두 가지 특성이 종합됩니다. 파우스트와 헬레나의 결합을 통해 아들이 태어나게 됩니다. 바로 오이포리온이 그들의 아들인 것입니다.

 

그러나 오이포리온은 마치 이카로스처럼 활활 타오르는 불을 직접 체험하려고 합니다. 괴테는 죽음의 도취로 하늘로 올라가려는 열망을 포에지의 정령으로 간주하였습니다. 어쩌면 오이포리온은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을 지칭하는지 모릅니다. 바이런은 자유를 위해 그리스 전쟁에 참여한 뒤 1824년 장렬히 전사한 바 있습니다. 이로써 헬레나 비극은 삼중의 현실 차원 위에 설계된 셈입니다. 헬레나가 살았던 고대 그리스, 파우스트가 살았던 중세 말기, 괴테가 살았던 19세기 초의 시대를 생각해 보세요. 헬레나는 아들을 따라 죽음을 택합니다. 파우스트에게 남아 있는 것은 그미의 옷밖에 없습니다. 그미의 옷은 마치 도롱이와 같은 구름으로 변하여, 그를 다른 곳으로 떠나게 합니다.

 

제 4막: 파우스트는 어느 산맥으로부터 지상으로 되돌아와 있습니다. 주인공을 데리고 온 구름만이 잠깐 헬레나 그리고 그레텐의 모습을 비추어주며, 사라질 뿐입니다. 이러한 상은 파우스트가 과거에서 얻어낸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심리적 이득인 셈입니다. “영혼의 아름다움처럼 숭고한 형태가 솟아오르다가/ 용해되지 않는구나, 그건 에테르 속에서 파기되며/ 나의 내면에 도사린 최상의 무엇을 멀리 떠나게 한다.”

 

파우스트는 위대한 과업에 관한 충동에 사로잡힙니다. 그것은 바다 가까이 댐을 건설하여, 옥토를 만드는 간척 사업이었습니다. 메피스토는 마법을 동원하여, 세 명의 거대한 괴물을 데리고 옵니다. 파우스트는 세 명의 괴물의 도움으로 황제 군대와 반란군의 전투에 참여합니다. 전투는 황제 군대의 승리로 끝납니다. 파우스트는 승리에 대한 보답으로 황제로부터 해안의 땅을 선물로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착수했던 간척 사업이 시작됩니다.

 

제 5막: 해안 지역에는 필레몬 그리고 바우키스라고 불리는 부부가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이들의 초가집은 파우스트에게 악재로 작용합니다. 파우스트는 그들에게 그들의 토지를 조건 없이 처분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합니다. 이들의 집이 사라져야 간척 사업은 제대로 진척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필레몬과 바우키스는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끝까지 그곳에서 버티며 살아갑니다. 메피스토는 사람들에게 필레몬과 바우키스의 집을 불태우라고 명령합니다. 나중에 폐허 속에서 두 사람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다시금 그레텐이 살던 지역이 무대에 등장합니다. 여기서 파우스트의 내적인 갈등이 다시 재현되고 있습니다. 윤리적인 완전성이라는 의미에서 파우스트는 맨 처음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셈입니다. 파우스트는 마치 마법의 외투에 대한 자신의 갈망을 포기하는 말을 독백으로 남깁니다. 이로써 그는 메피스토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의사를 표시합니다. “만약 마법을 먼 곳으로 물리칠 수 있다면,/ 마법의 주문을 완전히 망각해 버린다면,/ 나는 그대 앞에 오직 남자 한 명으로 서성거리겠지,/ 인간으로 존재하려는 노력은 가치 있을 테니.”

 

파우스트는 100살 먹어 눈이 멀게 됩니다. 그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추진하던 작업을 계속합니다. 메피스토의 명령 하에 시체들은 파우스트의 무덤을 헤집고 있습니다. 무덤 헤집는 소리는 파우스트의 귀에는 마치 참새 우짖는 소리로 들립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묘혈을 파는 소리가 늙은 주인공에게는 지고의 행복이 자리한 순간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때 파우스트는 “머물러라, 그대는 아름답도다.”하고 외칩니다. 이 말을 통해서 메피스토와의 계약은 종언을 고하게 됩니다. 약속대로 주인공은 자신의 영혼을 메피스토에게 건네줍니다. 파우스트는 죽어서 쓰러집니다. 메피스토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빼앗기 위해서 그의 시신 곁에 머뭅니다. 그는 내기에서 승리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천국의 군대가 장미 꽃잎을 뿌리면서 지상으로 내려와, 파우스트의 죽지 않는 영혼을 데리고 떠납니다.

 

항상 무언가를 추구하며 노력하는 자,/ 그는 반드시 구원을 받는다./ 위에 계시는 분은 그에게/ 심지어 사랑이 자리하게 하고/ 성스러운 천국의 군대는 그와 마주치며/ 따뜻한 마음으로 그를 환영할 것이다.” 죽음 이후에 계속되는 파우스트의 삶은 전통적 기독교의 의미에서 영원히 성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어떤 새로운, 상승된 작용입니다. 다시 말해서 파우스트의 삶은 영원한 움직임 속에서 완성되는 변모 내지는 엔텔레케이아의 어떤 성장하는 변화된 유형, 바로 그것일지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