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괴테의 파우스트 (1)

필자 (匹子) 2018. 8. 26. 11:58

괴테의 파우스트 제 1부는 1808년에, 제 2부는 1832년에 완성되었습니다. 파우스트 제 1부는 1819년 5월 24일 몬비주 성에서 처음으로 부분적으로 공연되었고, 1829년 5월 24일 국민 극장에서 전체가 공개되었습니다. 파우스트 제 2부는 1854년 4월 4일 함부르크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나아가 파우스트 전 작품은 1876년 5월 6일과 7일에 바이마르에서 처음으로 무대 위에 오르게 됩니다.

 

괴테는 두 가지 과정을 거쳐서 파우스트 소재를 접했습니다. 그 하나는 1674년 간행된, 뉘른베르크의 의사, 요한 니콜라우스 피쳐 (J. N. Pfitzer)의 민중서 내지 1725년에 간행된 작자 미상의 "기독교적으로 해석된 파우스트의 책"을 통해서 입니다. 다른 하나는 괴테가 유년시절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접했던 인형극을 지칭합니다. 인형극은 말로에 (Marlowe)의 "파우스트 박사"의 아류에 해당합니다. 말로에는 1587년에 간행된 민중서 "폭넓게 알려진 마술사 그리고 검은 마법사, 요한 파우스투스 박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집필했던 것입니다. 말로에의 작품은 소극의 형태로 전해 내려오는 파우스트의 전설적인 삶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중세에 폭넓게 퍼졌던 악마의 계약이라는 모티브가 담겨 있지요. 작품 속에서 새로운 학문에 굶주린 영웅, 파우스투스는 검은 마법의 사악한 연금술사입니다. 작품은 프로테스탄트의 독단론에 의거하여 범신론적으로 정해진 세상에 대한 인식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가령 범신론적 인식은 의사이자 작가인 파라켈수스 Paracelsus의 책에 언급되는 것입니다.

 

계몽주의 초기의 시기에 파우스트의 상은 서서히 변합니다. 이전에 파우스트는 신을 모독하고, 배반하는 인물로 묘사되었는데, 계몽주의가 도래하자 그는 마법을 사용하는 우스꽝스러운 기인으로 묘사되기 시작했습니다. 파우스트에 대해 처음으로 긍정적인 면모를 부여한 사람은 다름 아니라 레싱이었습니다. 1759년에 발표된 레싱의 「파우스트 단장」 에서 주인공은 천사에 의해서 구조됩니다. 실제로 괴테는 어린 시절에 레싱의 작품을 탐독하였다고 합니다. 질풍과 노도의 젊은 세대는 파우스트를 “마치 거인과 같은 자아 감정 그리고 자유로움을 대변하는 자”라고 간주하였습니다. 그들은 종교적 전통 뿐 아니라, 무미건조한 합리성을 동시에 조소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완성되기까지 무려 60년이 걸렸습니다. 괴테가 제 1부를 집필할 무렵, 제 2부의 3막, 헬레나 장면의 초고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괴테는 1772년 1월 14일 영아 살해의 혐의로 처형된, 프랑크푸르트의 어느 여자, 수잔네 브란트에 관한 서류를 읽었으며, 그후 “파우스트 초고”가 집필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초고의 집필 시기는 추측컨대 1772년에서 1775년 사이입니다. 괴테는 1790년 “파우스트, 하나의 단편”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에는 이탈리아 여행의 영향이 은근히 배여 있습니다.

 

그러나 괴테는 실러와의 만남을 통해서 예술 이론적 문제 그리고 관념적 배치 원칙 등에 커다란 관심을 지니게 됩니다. 이로써 “천국에서의 프롤로그” 그리고 악마와의 계약에 관한 장면이 첨가되었는데, 여기서 “악마와의 계약” 내지 “내기”의 보다 포괄적인 모티브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1797년에서 1806년 사이에 파우스트 제 1부가 완성되었습니다. 이후에 괴테는 1820년경에 비로소 파우스트 제 2부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1825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된 원고는 1831년에 마침내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에는 후기 고전주의의 입장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가령 고전주의 그리고 낭만주의의 대립이 자취를 감추고 있고, 국가의 재상으로서의 실질적 체험이 시적으로 용해되어 있습니다. 1827년 괴테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환영”이라는 부제가 붙은 “헬레나” 막을, 1828년에는 왕궁의 장면들을 발표하였습니다. 자신의 마지막 생일을 앞두고 괴테는 마침내 작품을 끝냈습니다.

 

제 1부의 내용: 원래의 줄거리가 개진되기 전에 “헌정 시” 그리고 두 개의 서막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헌정 시에서 시인은 소재 그리고 창작 과정 자체 사이에 도사린 모호한 관계를 거론합니다. 수년 전에 시인의 눈에 투영되던 흐릿한 형체들은 두 가지 기본적 체험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동경 그리고 고통을 지칭합니다. 동경과 고통은 집필의 대상이자 조건을 동시에 규정합니다. “극장 앞의 서막”은 작품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것으로서, 극장주, 시인 그리고 유쾌한 사람을 등장시킵니다. 이들을 통해서 시인은 극중의 영역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경제적 현실 영역을 환기시켜줍니다. “천국에서의 프롤로그”에서는 대천사의 독백 그리고 신과 메피스토 사이의 대화가 실려 있습니다. 이는 16세기초의 종교적 상을 담은 신비로운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만, 전체의 주제에 맞게 변화된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프롤로그는 하나의 발단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즉 메피스토는 신과 내기를 벌입니다. 즉 자신은 파우스트를 자신의 길로 이끌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작품의 출발점은 인형극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유명한 학자, 파우스트는 밤 시간에 자신의 서재에 있습니다. 그는 학문적으로 여전히 불만스러워합니다. 전통에 충실한 경직된 학문의 합리성은 자신의 인식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마법에 관심을 쏟습니다. 그렇지만 작품은 바로 이 대목에서 주어진 소재로부터 결정적으로 등을 돌립니다. 파우스트는 지식, 권력 그리고 향락을 위하여 악마의 힘을 불러오는 게 아니라, 자연에 영향을 끼치는 에너지인 지령 (地靈)을 불러냅니다. 이로써 그는 인간과 반대되는 위치를 차지하는 자연의 진리에 도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지령은 조소를 터뜨리며, 주인공을 거부하고, 파우스트의 조교는 딱딱한 지식을 널어놓으면서, 그에게 시비를 겁니다.

 

절망에 사로잡힌 파우스트는 마지막 선택으로서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부활절의 종소리 그리고 부활절의 화음은 순식간에 자신의 서재에 스며들어, 주인공으로 하여금 유년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듭니다. 파우스트는 아무런 간섭이나 부자유 없이 순수하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는 친구 바그너와 산책하며, 시민들과 농부들의 만족스러운 삶을 대합니다. 이때 자신이 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제한된 삶에 대한 자신의 불만 그리고 자신의 내면 속의 모순된 감정에 대해서 고통을 느낍니다. “아, 두 개의 영혼이 내 가슴속에 담겨 있구나!/ 그 하나는 다른 하나로부터 구분되려 하네/ 하나는 거친 사랑의 욕망 속에서/ 세계와 함께 결합되어 있는 조직체들/ 다른 하나는 보다 숭고한 예견으로 향하여/ 욕망으로부터 강력하게 벗어나려고 애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