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괴테의 파우스트 (2)

필자 (匹子) 2018. 8. 26. 11:59

이러한 분열의 느낌이 처음으로 다가오는 순간, 메피스토가 등장합니다. 이때 파우스트는 자신의 소망을 다음과 같이 피력합니다. 만약 마법의 외투가 있다면, 그걸 입고, 낯선 나라로 여행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메피스토는 이러한 소원을 들어주려고 합니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능력을 약간 의심하지만, 그와 계약을 맺습니다. “만약 순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면,/ 그대는 나를 사슬로 묶도록 하게./ 만약 ‘머물러라, 그대는 아름답도다.’ 하고 외치면 말이야./ 그러면 나는 기꺼이 지옥으로 향하겠네.”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서 파우스트는 자신의 무능력을 다시금 절감합니다. 즉 자신의 고유한 힘을 통해서는 세계에 대한 완전한 인식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세요.

 

이어지는 두 개의 장면은 배움과 가르침만으로는 완전한 인식에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파우스트로 변장한 메피스토는 조언을 구하려는 학생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작가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문을 등한시하고, 그저 쾌락만을 추종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파우스트는 마법의 외투를 입고, 메피스토와 함께 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 술집으로 향합니다. 메피스토는 인간의 지적 능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아냥거립니다. “인간은 이성을 거론하나,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동물적인 존재가 되기 위하여 이성을 필요로 하는구나.”

 

이어지는 장면에서 파우스트는 마녀의 부엌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수려한 젊은이로 변합니다. 이 대목은 겉모습을 보기 좋게 다루지만, 주인공의 내면을 온갖 풍자와 외설 등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 장면은 사랑의 비극의 서막과 다름이 없습니다. 파우스트는 마법의 거울을 통해서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합니다. 아름다운 여인은 주인공의 마음에다 사랑의 열망을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게 합니다. 이러한 환영은 나중에 헬레나의 등장을 암시해 주는데, 그레텐을 통해서 실체화됩니다. 파우스트는 중세의 소도시에서 천진난만하고 순결한 소녀를 만납니다. 그는 가족, 결혼 등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그미와 무조건 살을 섞으려고 합니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도움으로 그레텐을 유혹합니다. 메피스토의 사전 공작은 치밀한 것이었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몰래 그레텐의 어머니가 수면제를 복용하게 조처합니다. 그렇게 해야 파우스트가 밤에 비밀리에 그레텐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드디어 파우스트는 아름다운 처녀의 방으로 잠입합니다. 처녀의 눈빛과 살결은 너무나 수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파우스트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미를 황급히 끌어안습니다. 그레텐은 순간적으로 발생한 헤프닝에 처음에는 두려워했지만, 나중에는 파우스트를 포옹합니다. 그미의 눈에는 파우스트가 남성적인 힘과 수려한 용모를 갖춘 사내로 비칩니다. 드디어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몸과 마음이 빼앗깁니다.

 

그러나 쾌락은 순간적이고, 고통은 오래 지속된다고 누가 말했던가요? 파우스트의 애정행각으로 인하여 비극적 사건이 서서히 차례로 출현하게 됩니다. 그것은 세 사람의 목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레텐의 어머니는 수면제를 과다하게 복용한 나머지,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레텐의 오빠, 발렌틴은 동생의 순결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수치심으로 자학합니다. 그는 파우스트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결투가 벌어지자 메피스토펠레스는 모든 것을 조종하여, 발렌틴의 목숨을 빼앗습니다. 나중에 그레텐은 임신하게 되어, 파우스트의 아이를 낳게 됩니다. 그레텐은 자신의 주위에서 나타난 끔찍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하여 오랜 시간 절망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 아이를 살해해버립니다. 그미는 영아 살해 혐의로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파우스트는 감옥에 갇힌 그레텐을 데리고 어디론가 도망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미의 심리는 정상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메피스토가 그미 앞에 등장했을 때, 악마야 물러가라고 외치며 기도합니다. 천사가 등장했을 때 그레텐은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천사는 “그미는 구원받았노라.”하고 외치며, 그미의 영혼을 천국으로 데리고 갑니다.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비극의 이야기는 메피스토의 사악한 힘에 의해 끝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파우스트와 그레텐은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대목은 어떤 구원의 모델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레텐은 파우스트에 의해서 유혹 당하고, 어머니와 아기 그리고 자신의 오빠를 죽게 한 장본인입니다. 그렇지만 그미는 근본적으로 사악한 마법으로써 조종될 수 없는 고결한 존재입니다. 메피스토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미에 대해서 나는 어떠한 힘을 쓸 수가 없어.” 이러한 특성은 파우스트에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맨 처음 그는 감각적 욕정에 사로잡혔지만, 이러한 욕정은 그레텐과의 만남으로 인하여 사랑으로 변화됩니다.

 

가령 발푸르기스의 밤 대목은 상기한 내용을 잘 말해줍니다. 실패한 사랑은 결국 성적으로 사악하고 조야한 모습을 남길 뿐입니다. 이는 현실로부터 거리감을 지닌 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는 사랑과 쾌락이 -적어도 괴테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결합될 수 없고, 에로틱과 결혼이 결코 서로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괴테는 이 대목에서 모든 것을 무척 노골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래의 계획은 시대적 관습을 고려하여 수정되어야 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파우스트 제 1권처럼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도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