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괴테의 파우스트 (3)

필자 (匹子) 2018. 8. 26. 12:00

괴테의 "파우스트" 제 2부의 내용은 어떤 산맥의 장면에서 완전히 새롭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거대한 심리적 충격에서 벗어나 망각의 잠에서 깨어납니다. 과거는 완전히 망각되어 있습니다. 공기의 요정, 아리엘은 에테르의 영혼들과 함께 주인공을 망각의 공간에 가라앉게 조처했던 것입니다. 장면은 천국의 프롤로그로 되돌아가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꿈속에서 우주의 어떤 구원하는 능력을 체험합니다. 떠오르는 태양의 끓어오르는 불꽃은 어떤 파괴적인 에너지를 시사해줍니다. 또한 폭포에서 나오는 무지개의 모습은 기이한 마력을 보여줍니다. 절대적인 무엇은 인간에게 지나간 과거의 면사포 속에 약간 암시될 뿐입니다. 인간 존재의 공간은 어쩌면 “색깔” 속에 담겨 있는지 모릅니다. 색깔은 빛과 어둠 사이의 영역을 반영하지 않는가요?

 

제 1막: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와 함께 어느 왕궁에 들어섭니다. 이곳 사람들은 정치를, 사회적으로 유익한 일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풍요의 신, 플루토의 가면을 쓰고 오색영롱한 실제 삶의 공간 속으로 잠입합니다. 플루토의 황금 가까이 시인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너무 많은 지폐를 발행하여,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메피스토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묘사를 통하여 괴테는 권력과 금력의 관계가 어떻게 정치와 경제의 변수로 작용하는가를 보여줍니다.

 

파우스트는 왕의 부탁을 받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녀, 파리스 그리고 헬레나를 과거로부터 불러옵니다. 여기서는 (민중서 등에서 묘사된 바 있듯이) 파우스트의 마법의 기술이 직접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건은 다양한 계층 속에서 복합적으로 다루어지는데, 예컨대 예술과 삶, 이념과 현실, 창조하는 행위와 창조된 사물, 역사와 현재 등이 상호 교차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대의 두 인물, 파리스 그리고 헬레나를 불러오기 위하여 주인공은 마법의 열쇠가 달린, 델피 신전의 삼각대를 사용합니다. 말하자면 메피스토는 (만물의 형체를 탄생시키는) 근원적 심층부로부터 마법의 열쇠를 가지고 왔던 것입니다.

 

드디어 헬레나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난다. 파우스트는 그미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끌어안으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메피스토는 어떤 타격을 가하여 주인공을 마취시킵니다. 파우스트는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고대의 헬레나를 현재의 영역으로 데리고 오려는 (마치 타임머신과 같은) 시도는 성공할 것 같지 않게 보입니다. 만약 창조적인 에로스가 고대의 정신 속으로 생생하게 근접하지 않을 경우, 고대의 완성된 형태는 생명력이 전혀 없는 환영으로 남을 뿐입니다. 지나간 모든 그림자는 자연의 형성 에너지로부터 어떤 새로운 현실 속으로 이전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헬레나와 파리스는 생기 내지 활력을 지니리라고 합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파우스트는 헬레나를 새로이 탄생시키려고 모든 것을 준비합니다. 따라서 헬레나와의 만남은 파우스트 제 2부의 정점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헬레나를 탄생시키려는 과업의 테마는 다른 작업과 맞물려서, 인간 존재의 변모에 관한 테마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제 2막은 파우스트의 오래된 서재를 다시금 보여줍니다. 대화는 "파우스트" 제 1부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메피스토가 학자로 변신하여, 초급 단계의 학위를 끝낸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친구 바그너는 높은 단계의 학위를 마친 조교로 승격되어 있습니다. 그는 실험실에서 거대한 플라스크 속에서 인조인간을 만듭니다. 인조인간은 호뭉쿨로스로서, 인간의 배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험은 메피스토의 중재로 비밀 속에서 성공리에 끝납니다. 파우스트도 마치 꿈과 같은 상상 공간에서 이러한 광경을 찬탄하면서 바라봅니다. 호뭉쿨로스는 순수한 정신적 존재인데, 구체적인 형체로 화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리스의 아름다운 원초적인 상에 대한 파우스트의 동경을 막연히 깨닫습니다. 이로써 인조인간은 주인공과 메피스토에게 어떤 가능성을 시사해줍니다. 아름다운 헬레나가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을 통하여 탄생될 수 있다는 게 그것입니다.

 

테살리아의 평원 그리고 에게 만 (湾)에서 수많은 신들, 유령 그리고 기이한 모습을 띈 요정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대의 철학자들과 자연신들이 함께 모여 자정의 시각에 바다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네 개의 원소 그리고 모든 것을 지배하는 에로스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와 호뭉쿨로스를 데리고 각자 자기의 길을 걸어갑니다. 메피스토는 고대의 땅에 낯설음을 느끼고 포르키아스로 변신합니다. 포르키아스는 가장 못생긴 남자로서 헬레나의 정반대되는 인물인 셈입니다. 파우스트는 페르제포네에게 헬레나를 돌려달라고 부탁하기 위하여, 키론과 함께 지옥으로 향합니다. 호뭉쿨로스는 자신의 육신을 찾다가 바다 아래로 떨어져 죽습니다.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은 형체로 충만한 물결과 함께 끝으로 향합니다. 자막은 내려가고, 다시 올라갑니다. 에로스의 축제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발푸르기스의 밤의 마지막에 이르러 마침내 어떤 아름다운 광경의 증인들이 됩니다. 이윽고 출렁이는 물결에 취한 채 헬레나는 그리스의 해변에 발을 디딥니다. 마침내 헬레나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