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젊은 괴테의 소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749 – 1832)의 명작 서간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는 1774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발표된 즉시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켜서 유럽 전역으로 번역 소개되었습니다. 유럽의 수많은 젊은이들은 베르테르처럼 노란 조끼를 즐겨 입었으며, 몇몇 영혼들은 -마치 베르테르가 그러했듯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고통으로 극단적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였습니다. 괴테의 작품은 주어진 현실에 대한 비판과 격노한 감정 표출을 여지없이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질풍과 노도”라는 문학적 조류를 주도하는 문학작품의 반열에 서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괴테의 연애 체험을 통해서 탄생된 것입니다. 사실 작가의 체험과 소설 속의 내용 사이에는 별반 차이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작품이 발표된 이후에 괴테는 바로 이 점을 두고두고 후회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소설의 주관적 색체와 급박한 호흡을 약화시켜 1787년에 개정판을 발표하게 됩니다. 여기서 괴테는 자신의 체험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라든가, 격앙된 감정의 묘사 등을 과감하게 삭제하였습니다.
2. 괴테, 임자 있는 처녀를 사랑하다, 애타게, 그러나 헛되이 ㅠㅠ: 1772년 괴테는 23세의 나이에 법학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베츨라라는 소도시에서 법관 시보로 일해야 했습니다. 법관 시보는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실습 과정을 가리킵니다. 어느 봄날 베츨라 근처의 폴페르트하우젠이라는 마을에서 무도회가 개최되었는데, 이곳에 참석한 괴테는 샤를로테 부프라는 처녀와 그미의 약혼자, 요한 크리스티안 케스트너와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모두가 가면을 쓰고 그곳에 모여 있었으므로, 누가 누군지 불분명했습니다. (“샤를로테”는 작품 속에서 “롯데”라는 애칭으로 명명됩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롯데 계열회사는 샤를로테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 롯데의 약혼자, 케스트너는 하노버에서 관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괴테는 그미가 케스트너와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처음 롯데를 바라보는 순간 괴테의 가슴이 설레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사랑의 불길로 서서히 타오르는 열정,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원래 사랑을 표현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달콤한 말입니다. 그렇지만 괴테는 저돌적으로 키스할 정도로, 그의 열정은 순식간에 타올라 자신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돌출적인 행동을 가로막은 사람은 바로 롯데의 약혼자, 케스트너였습니다. 오늘날 케스트너의 일기장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여기서 괴테의 저돌적인 구애의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3. 집필 계기 (1): 기실 작가, 괴테는 수많은 여자들에게 연정을 품었으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애정 표현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괴테의 경우 사랑의 실패로 인한 아쉬움은 놀라운 문학 작품의 집필로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천재 작가의 위대한 작품 탄생을 위해서라도 그의 연애 체험은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용납될 수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 역시 괴테가 귀족 신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1772년 9월에 괴테는 롯데에게 작별의 인사도 없이 고향인 프랑크푸르트로 되돌아옵니다. 롯데에 대한 불가능한 사랑으로 괴로워하면서도 괴테는 소피 폰 라 로시 부인의 집에 들러, 그미의 16세의 딸, 막시밀리안네에게 즉흥적으로 사랑을 고백하였습니다. 괴테의 리비도는 마치 거센 바람 앞에서 다시 불붙는 불쏘시개처럼 끈덕지게 타오르는 청춘의 열정을 보여줍니다. 1772년 10월 30일 베츨라에서는 어떤 끔찍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브라운슈바이크의 관리, 카를 빌헬름 예루살렘이라는 유대인 청년이 권총으로 자살한 사건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은 어느 유부녀를 사랑했는데,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습니다. 괴테는 이 소식을 접하고 순간적으로 깊은 충격에 사로잡혔습니다. 예루살렘이 사용한 권총은 롯데의 약혼자, 케스트너에게 빌린 것이라는 점 그리고 무도회에서 괴테가 개인적으로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는 점은 괴테를 더욱더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 사건은 괴테에게 문학적 영감으로 발전됩니다.
4. 집필 계기 (2): 우리는 괴테에게 집필 계기로 작용한 또 다른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774년 1월과 2월 사이에 프랑크푸르트의 은행가, 페터 브렌타노는 막시밀리안네와 결혼식을 치릅니다. (시인 클레멘스 브렌타노는 그와는 동명이인입니다.) 막시밀리안네의 나이는 불과 스무 살이었습니다.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에서 롯데의 아름답게 젖어있는 까만 눈동자를 탁월하게 묘사했는데, 이는 아마도 막시밀리아네의 눈동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괴테는 두 남녀의 결혼식이 치르기 전에 도저히 분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페터 브렌타노를 찾아가서 극심한 언쟁을 벌립니다. 그는 브렌타노에게 다음과 같이 공언합니다. 자신은 꽃봉오리 처녀, 막시밀리아네와 언젠가 반드시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날강도 같은 은행가가 자신과 약혼하자고 그미를 꼬드겼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브렌타노는 괴테에게 신부를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거의 절망적인 상태에 빠진 괴테는 자신의 집에서 칩거하면서, 사랑으로 인한 괴로움을 달랩니다. 아니나 다를까, 작품 속에 등장하는 롯데의 약혼자, 알베르트는 외견상으로 실제 인물인 페터 브렌타노와 동일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5. 객관적 상관물로서 이해되는 자연에 대한 열광: 이제 작품에 관해서 언급하려고 합니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1771년 5월 4일부터 1772년 12월 23일까지 자신의 친구 빌헬름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편지에는 주인공의 내적인 열정이 유감없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베르테르는 도시의 삶을 저버리고 소도시 그리고 한적하고 아름다운 마을로 이주해 옵니다. 이를테면 자연에 대해 느끼는 그의 종교적 감정은 소설 전편에서 주인공의 열광적이고도 무조건적인 사랑과 뒤엉켜 있습니다. 주인공이 처한 현실적 조건은 차음부터 그의 사랑을 성취시켜주지 못할 정도로 부자유스럽습니다. 아니, 그것은 주인공을 동여매고 있는 질곡과 같습니다. 이러한 끔찍한 질곡은 오로지 죽음을 통해서만 끊어질 것 같아 보입니다. 베르테르는 작은 도시에서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자연을 인지합니다. 넓게 펼쳐진 숲과 조용한 들판은 천국에서 바라볼 수 있는 광경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엇습니다. 스스로 찬탄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열광적인 자연 풍경은 베르테르 자신의 내면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과 같습니다.
6.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 괴테는 의도적으로 서간체를 선택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베르테르의 내면을 깊이 바라보도록 조처합니다. 괴테는 자아와 자연 사이의 일치감을 드러냅니다. 이는 괴테의 “체험 시 Erlebnis-Lyrik”에서 반영된, 살아있는 무엇을 생생하게 향수하는 태도와 같습니다. 주인공 베르테르가 어디 출신인지, 어떤 직업을 행하며 살아가는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가 감정이 풍부하고 대단한 열정을 지닌 지식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는 1771년 봄 어느 날 시골 무도회에 참석하여 눈부시게 아름다운 롯데와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롯데는 마치 어머니처럼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조금 전에 찬란한 자연 풍경에 매혹되었듯이, 베르테르는 그미를 바라보는 순간 사랑의 행복에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립니다. 우연한 기회에 베르테르는 롯데와 함께 산책하고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그들은 산책에서 돌아와서 사랑방의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관망합니다. 들판에는 소나기가 내린 뒤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따뜻한 온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베르테르는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그미는 하늘과 나를 차례로 바라보았어. 나 역시 그미의 눈물 젖은 눈동자를 들여다보았지. 그미는 내 손을 잡으며 ‘클롭슈토크’ 하고 말했어. 그 말이 전해지는 순간 내 마음은 마치 강물과 같은 감정의 흐름 속에 가라앉고 있었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미의 손을 붙잡고, 환희의 눈물이 맺혀 있는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입을 맞추었어.”
소도시 베츨라의 모습
7. 알베르트와 베르테르: 베르테르는 마을을 떠나기 전에 롯데의 집을 방문하는데, 그곳에서 여덟 명의 동생들을 위하여 저녁 식사를 차리는 롯데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베르테르의 행복에는 일순간 암운이 드리워집니다. 롯데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그미에게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알베르트는 질서를 중시하며,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마을사람들에게 평온하고 훌륭한 젊은이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는 시민적 합리성의 원칙에 충실한, 지극히 현실주의의 태도를 취하는 타입이었습니다. 세 사람은 그 다음부터 친구처럼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독자는 롯데의 분명한 입장을 쉽사리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베르테르의 관점에서 서술되기 때문입니다. 추측컨대 롯데는 베르테르의 놀라운 사랑의 열정에 기이한 호기심을 느끼거나 도저히 어떤 일말의 부담감을 떨칠 수 없었는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베르테르의 열정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격하고 강한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롯데로서는 베르테르와 알베르트가 너무 다른 남자처럼 비칩니다. 두 사람을 대하면서 롯데는 때로는 베르테르에게, 때로는 알베르트에게 이끌리는 것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미는 알베르트와 약혼했다는 것을 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어떤 알지 못하는 사랑의 파도에 자신의 몸을 던지느니, 차라리 알베르트와 오순도순 살면서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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