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에너지를 예견한 작품: 에드워드 불워-리턴 (Edward Bulwer-Lytton, 1803 – 1873)의 『미래의 사람들 The coming Race』(1871)은 미리 말씀드리건대 핵의 시대를 예견하는 작품입니다. 그것은 19세기에 출현한 대부분의 유토피아와는 달리, 더 나은 사회의 모델을 구체적으로 설계한 문학적 시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에 도래하게 될 끔찍한 환영을 대담하게 서술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그의 작품 『미래의 사람들』을 사이언스 픽션의 원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전에도 사이언스 픽션 유형의 작품들이 유럽에서 이미 출간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에 간행된 바 있습니다. 불워 리턴은 정치적 측면을 고찰할 때 귀족 출신으로서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의 입장을 취했으며, 강성해나가는 부르주아 계급에 대해서 언제나 회의적인 시각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입장은 내적으로 개혁 의지를 지니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본질적으로 정치적 보수주의에서 출발하여, 과학 기술 발전을 통한 역사적 진보 내지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해 노골적으로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입장은 작품 내에서 기이하게도 오로지 주인공의 관점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불워-리턴의 작품은 유토피아의 역사에서 무척 특이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미래의 사람들』은 19세기 유토피아와 20세기 디스토피아의 획을 긋는 중간 단계의 유토피아라고 규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새로운 인간형에 대한 두려움, 유토피아의 사고에 대한 회의감: 불워 리턴은 1871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미래의 사회의 유토피아의 꿈과 관련하여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인류가 조만간 새로운 인간형의 존재와 조우하게 되어서 인류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가하라라는 가설입니다. 우리의 사회는 이러한 새로운 인간형의 존재와 결코 조화롭게 공존할 수 없게 되리라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새로운 인간형의 탄생으로 인하여 지금까지 인류가 추구한 평등의 이상을 무의미하게 만들게 되리라는 가설입니다. 두 가지의 가설은 소설 속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불워 리턴의 이러한 소설적 내용을 작가의 정치적 방향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즉 과연 작가가 실제의 삶에서 과연 무엇을 경험하였으며, 19세기의 영국의 상류층은 어떠한 이유에서 미래의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해나갔는가? 어째서 작가는 유토피아의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유토피아의 사고 자체를 희화화하려고 하였는가? 하는 일련의 물음말입니다.
3. 불워-리턴의 삶 (1): 에드워드 불워-리턴은 1803년 5월 25일 런던에서 귀족의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윌리엄 얼 불워 (1757 – 1807)인데, 1066년에 영국으로 건너와서 자리 잡은 덴마크 귀족의 가문의 장군이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귀족의 딸로서 아버지와 결혼하였고, 첫 번째 결혼에서 세 아들을 두었습니다. 에드워드 불워 리턴은 그들 가운데 세 번째 아들이었습니다. 그는 조숙한 편으로 할아버지의 도서관에 있는 장서들을 탐독하기 시작하였고, 일찍부터 문학적 재능을 드러내었습니다. 불워 리턴에 관한 모든 자료들은 그가 체제 순응적이고 고분고분한 학생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후에 불워 리턴은 1812년부터 풀햄에서 학교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학교생활을 마친 다음에 더 이상 대학에서 공부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머니는 얼링의 영재학교에 보냈습니다. 불워 리턴의 문학적 재질은 일찍 발휘되었습니다. 불과 17세의 나이에 시집을 간행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이스마엘, 동방의 이야기 그리고 그밖의 시편 Ismael: An Oriental Tale, with Other Poems』라는 시집이었습니다.
4. 불워 리턴의 삶 (2): 불워 리턴은 1820년부터 런던의 트리니티 대학에 다니며, 고대의 언어 및 문학, 철학 그리고 정치학 등을 공부하였습니다. 불워 리턴은 영국의 귀족들이 으레 그러했듯이 고전 문학을 공부한 뒤에 상류층의 지식인 계급에 합류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이러한 생활 자체를 싫어했으며, 처음에는 시인 바이런처럼 문학의 대가로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불위 리턴은 1826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다음에 오언의 뉴 라나르크 공동체를 시찰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편협한 영국 땅를 벗어나서 유럽 대륙 전체를 여행하고 싶었습니다. 불워 리턴이 영국의 무정부주의자 윌리엄 고드윈을 방문한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간간이 시작품이 집필되었습니다. 불워 리턴은 자신의 시편을 에드먼드 브루스 Edmund Bruce라는 가명으로 『기사 계간지 Knight’ Quaterly』에 발표하였습니다. 그의 시 「조각상」은 1825년 7월에 영국 수상의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1827년에 로지나 도일 윌러라는 여성과 결혼하여 아들과 딸을 두게 됩니다. 그의 아내는 남편과 별도로 작가로 창작에 임하려고 했을 뿐 아니라, 귀족 특유의 사치스러운 삶을 영위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불워 리턴은 돈을 벌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글을 집필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어머니는 가족을 거느린 아들에게 많은 액수의 생활비를 더 이상 지급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1836년 두 사람의 관계는 이혼으로 끝나게 됩니다. 다른 한편 불워 리턴은 1830년대부터 정치적 경력을 쌓았습니다. 이를테면 영국의 하원에서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것은 그의 정치 경험의 정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5. 불워 리턴의 삶 (3): 1850년대에 이르러 불워 리턴의 정치적 입장은 자유주의의 입장으로부터 귀족의 권익을 옹호하는, 이른바 수구적 보수주의로 회귀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어머니의 죽음과 유산 상속, 당과의 소원한 관계, 맨체스터 자본가들의 자유방임주의에 대한 회의적 시각 등이 묘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행한 업적은 나름대로 가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불워 리턴은 극장의 독점권을 철폐, 당국의 검열을 완화하는데 앞장서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작권 보호법, 언론사에 대한 세금 완화의 정책을 관철시켰습니다. 나아가 불워 리턴은 가난한 작가들의 생계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며, 공장 노동자의 권익 보호의 정책에도 기여하였습니다. 작품 『미래의 사람들』이 집필되기 5년 전에 프랑스에서는 파리 코뮌이 생겨났는데, 이때 불워-리턴은 기존의 시민 사회의 질서가 붕괴되는 데 대해 상당히 커다란 우려감을 표명하였습니다. 그의 작품 경향으로 우리는 심령학적 비밀을 다룬 신비로움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불워-리턴은 오랫동안 유럽에서 이어져 나오던 프리메이슨 운동에 공감하면서, 중세 석공들의 모임에서 출발한 국제적인 결사 조직에 열심히 가담하기도 하였습니다.
6. 불워 리턴의 삶 (4): 불워 리턴은 정치적 활동 외에도 상당히 많은 작품들을 집필하였습니다. 주로 1860년대의 독자층의 기호를 충분히 고려하여 엄청난 양의 작품을 발표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가 70년의 삶 동안 생산해낸 작품들은 30편의 중편, 36편의 이야기, 14편의 극작품 등을 합하면 59편이나 됩니다. 그밖에 번역 작품, 역사 연구의 글만 하더라도 9권이나 됩니다. 불워-리턴의 대표작로서 우리는 『봄베이의 최후의 날』(1834), 『리엔지』(1835)를 들 수 있습니다. 당시 불워 리턴은 1833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의 나폴리에 머물고 있었는데, 파혼 문제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작품 집필에 몰두하였습니다. 이때 그는 두 편의 미완성 원고를 들고 영국으로 돌아오고 맙니다. 1834년 『봄베이의 최후의 날』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하면서, 불워 리턴의 대표작으로 꼽았습니다. 두 번째 작품 『리엔지』는 리하르트 바그너에 의해 오페라로 작곡되어 더욱 유명하게 됩니다. 불워 리턴이 관심을 기울이던 장미 십자단원에 관한 심령학의 신비로운 이야기는 『차노니 Zanoni』(1842) 등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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