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근대영문헌

서로박: (5) 불워 리턴의 '미래의 사람들'

필자 (匹子) 2017. 10. 25. 09:34

(앞에서 계속됩니다.)

 

25. 브릴-야 공동체 사람들의 지적 능력: 사람들은 브릴 에너지를 활용함으로써 모든 병을 퇴치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지하세계에서는 전문 의사들의 수는 지극히 적습니다. 브릴-야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기존의 사람들보다도 월등하게 뛰어납니다. 그들은 불과 단기간의 노력 끝에 19세기 유럽의 문명 수준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들은 인류가 활용하는 증기기관 그리고 가스 등은 물론이며, 대부분의 기계들을 원용할 줄 압니다. 그들의 언어적 그리고 지적 능력은 유럽 사람들의 그것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세밀한 두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 것을 배우고 습득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을 대하는 집주인의 딸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즉 그미의 오성의 능력은 이를테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그것만큼 탁월하다고 합니다. 주인공, “나”는 어느 아이를 방문할 때 아이가 자신보다도 더 영리한 것을 간파하고 몹시 자존심 상해합니다.

 

26. 자연과학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 일단 불워 리턴의 작품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전에 한 가지 언급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불워 리턴이 프랜시스 베이컨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진 과학 기술 예찬에 대해서 처음으로 비판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점은 주인공의 비판적 관점을 통해 분명하게 표출되고 있습니다. 기실 수많은 유토피아주의자들은 더 나은 사회적 삶을 창조하기 위하여 자연과학과 과학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을 권고해 왔습니다. 가령 르네상스를 언급할 필요 없이 19세기의 유토피아, 즉 생시몽, 오언, 푸리에 카베 등을 생각해 보십시오. 자연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더 나은 사회적 삶을 건설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워 리턴은 이러한 기술 낙관주의의 전통을 처음으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은 과학과 기술이 인간의 모든 행복을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워 리턴의 소설이 발간될 500년 전에 사람들은 이 소설의 내용을 참으로 기이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즉 브릴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브릴 에너지라고 표현되는 것은 핵에너지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것은 몇 초 내에 인류 전체를 몰살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합니다.

 

 

 

27. 문제점 (1) 작가의 수구 보수주의: 불워-리턴은 유럽의 미래 그리고 지하 세계의 삶에 대해서 결코 긍정적으로 고찰하지 않았습니다. “미래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도덕도 없다.”라는 독자들의 반응과 관련하여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만약 인간에게 실제 현실에서 무언가 관철할 수 있는 권리가 전혀 주어져 있지 않다면, 그러한 권리에 관해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하고 술회했을 뿐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역사적 진보에 대한 불워-리턴의 입장은 수구적 보수주의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하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술적 완전성을 결코 찬양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여성 해방에 대해서도 냉소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여성 해방운동은 불워-리턴에 의하면 “결코 나타나지 말아야 하는 추악한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작품 내에서 의도적으로 미국인을 소설적 화자로 등장시킨 이유도 바로 이 점과 관계됩니다. 미국 사회의 상류층 사람들은 대체로 영국의 청교도 출신이기 때문에 대체로 성 문제에 있어서 근엄한 보수주의의 입장을 취합니다. 여성 해방은 여성에게서 순종이라는 고삐를 떼내게 하여, 결국에 가서는 인간의 도덕을 말살시키게 되리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인간은 놀라운 과학 기술의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대신에 인간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무엇을 상실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불워 리턴에 의하면 예술 창작의 기쁨이라든가, 용기에 관한 무엇이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궁핍한 시대의 회화 작품은 인간의 갈망에 대한 아우라를 간직하고 있지만, 브릴-야 공동체에서 이러한 것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28. 문제점 (2) 무장한 개개인 사이에 평화는 가능한가?: 기실 미래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고유한 권력이 주어져 있습니다. 같은 종족에 대해서 그들은 마치 형체자매처럼 행동하곤 합니다. 그들 모두가 브릴 에너지 사용이라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브릴을 소유하지 않은, 이른바 야만인들을 도와주고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동족끼리는 형제애로 뭉쳐 있지만, 다른 인민에게는 국수주의의 방식으로 적대적 자세를 취합니다. 그런데 미래의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모두가 엄청난 살상무기로 무장해 있으면, 과연 이러한 상태가 갈등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일까? 하는 물음을 생각해 보십시오. 무기 내지는 원자폭탄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만약 한 나라가 막강하게 무장하면, 어느 누구도 그 나라에게 공격을 가하지 않는다.”라는 주장 말입니다. 두 사람의 탁월한 유단자는 서로 싸우려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두 사람의 싸움을 부추기며 이를 통해서 이익을 챙기는 사람은 언제어디서든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막강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그들에게 사고의 위험성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미래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엄청난 사고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29. 문제점 (3)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잡탕 그릇: 만약 독자가 어떤 부분의 전문가라면, 그는 틀림없이 『미래의 사람들』을 좋지 않게 생각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작품에 묘사되는 공동체는 분명한 학문적 바탕에 의해 설계된 게 아니라, 기껏해야 하나의 그럴듯한 상상력에 의해서 묘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내심 보수주의의 세계관을 견지하고 있지만, 작품의 내용은 사회주의의 기본적 토대에다 자유방임의 자본주의의 특징을 어설프게 섞어놓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작가의 의향은 작품 속에 그다지 강력하게 반영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 한 사람을 통해서 작가의 비판적인 입장을 부분적으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야 말로 작품의 치명적 하자일 수 있습니다.

 

불워-리턴은 한편으로는 윌리엄 고드윈으로부터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푸리에로부터 많은 것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소규모 독립적인 공동체로 구성되어 있는 연방주의의 계급 없는 사회에 관한 하나의 구상을 가리키며, 후자는 이윤과 향락을 동시에 추구하는 노동자의 즐거운 노동에 관한 설계를 지칭합니다. 이로 인하여 『미래의 사람들』에 묘사된 공동체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인간 삶의 평등을 추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의 이익을 충분히 만끽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특권 계급의 관심사가 부각될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부자는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교환가치로서의 돈이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에서는 부자가 권력을 거머쥐거나 부패하지 않을 어떤 특단의 방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는데, 어떻게 부자 계급이 특권 없이 생활할 수 있는지 이윤 추구의 욕망을 처음부터 저버릴 수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30. 작가의 근본적인 세계관, 진보는 불필요하다: 불워-리턴은 의도적으로 자본주의와 보수주의를 혼합한 잡탕 그릇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사회적 조화를 실현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작가에 의하면 사회 구성원의 보편적인 실망으로 화하게 되리라는 게 불워-리턴의 지론이었습니다. 그는 1871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만약 사회주의의 기술 발전에 관한 이념이 실현되면, 우리는 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천박한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사회주의가 표방하는 보편적인 평등은 인간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위대성을 완전히 허물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렇듯 작가는 사회주의 운동은 물론이며, 나아가 동시대의 민주주의의 노력마저 불신하였습니다. 민주주의는 불워-리턴의 견해에 의하면 정치적 철학적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천박한 인간으로 하여금 세상을 지배하게 만들 것이라고 합니다. 불워 리턴은 여성의 해방을 아무런 장애물 없는 방종한 삶의 표본으로 간주하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다음의 사항입니다. 마치 프랑스의 작가, 발작이 그러했듯이, 불워-리턴은 작품 『미래의 사람들』을 통하여 해방된 여성의 놀라운 삶의 방식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사항 말입니다.

 

31. 활발하게 수용된 브릴 에너지: 마지막으로 브릴 에너지에 관한 사항을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브릴 에너지는 연금술, 심령학 등과 관련되는 신비로운 파장의 이론가들에 의해서 언급되었습니다. 물론 언어학자,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Friedrich Max Müller는 브릴의 생성과 상호 작용 그리고 소멸 등의 방식을 숙고하면서, 이를 인간의 언어와의 관련성을 추적하였습니다만, 이는 예외적 사항인 셈이지요. 1877년 심령학을 추구하던 헬레나 블라바츠키 Helena Blavatsky는 브릴 에너지가 (불워-리턴의 주장과는 달리) 실재하는 에너지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브릴은 자기장에서 유래하는 심리적 에너지의 총체라고 합니다. 1888년 블라바츠키는 자신의 책, 『비밀 이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전설적인 섬 아틀란티스의 주민들은 브릴 에너지를 지니며, 이를 활용하곤 했는데, 대륙이 침몰하는 바람에 이러한 신비로운 능력이 상실되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브릴 에너지는 자기장 내지 파장과 관련되는 에너지로 간주되는데, 오늘날의 상대성 이론 내지 양자 물리학에서 이를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기한 내용을 고려할 때 불워 리턴의 브릴 에너지에 관한 묘사는 오늘날의 핵에너지를 선취한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참고 문헌

 

- 불워 리턴, 에드워드: 폼페이 최후의 날, 이나경 역, 황금가지 2003.

- 불워 리턴: 마법사 자노니, 조하선 역, 창천사 2006.

- Berneri, Marie Louise: Reise durch Utopia, Berlin 1982.

- Bulwer-Lytton, Edward: (독어판) Das kommende Geschlecht, Frankfurt a. M. 1980.

- Caldwell, Daniel: The Esoteric World of Madame Blavatsky. Insights into the Life of a modern Sphinx. Quest Books – Theosophical Publishung House, Wheaton IL 2000.

- Jens, Walter (hrsg.): Kindlers neues Literaturlexikon, München 2001.

- Saage, Richard: Utopische Profile, Bd. 3, Industrielle Revolution und Technischer Staat im 19. Jahrhundert, Münster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