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근대영문헌

서로박: (2) 불워 리턴의 '미래의 사람들'

필자 (匹子) 2017. 10. 25. 09:33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유토피아의 사고를 통째로 거부하게 된 근본적 이유: 불워 리턴은 파리 코뮌이 발발하기 이전에 작품 미래의 사람들을 집필하여 1871년에 이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때 작가가 드러냈던 정치적 입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불워 리턴은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은 하층민 사람들의 폭력이라든가 이들의 행동주의를 몹시 근심어린 시각으로 고찰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에 혈안이 되어, 앞뒤를 가리지 않고, 싸우기 때문에, 결국 그들의 폭력은 파리 코뮌을 형성하게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워 리턴이 맨체스터의 상업을 관장하던 자본가들의 자유주의에 대해서 좋게 평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말하자면 불워 리턴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에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취했으며, 자본가들에 의해서 주창된 위로부터 점진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 개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영국 귀족의 전형적인 보수주의 근성을 보여주는데, 결국 불워 리턴으로 하여금 어떤 인간다운 사회를 찾아내려는 유토피아의 사고 내지는 과학 기술의 발전 자체를 처음부터 거부하게 작용하였습니다. 작가는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 사용에 관하여 우려를 표명하였는데, 작품은 작가의 의향과는 달리 미래의 어떤 바람직한 혹은 끔찍한 상에 관한 좋은 범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8. 미국의 문명을 찬양하는 화자: 이제 작품 미래의 사람들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소설의 화자는 티시라는 이름을 지닌 미국 출신의 남자입니다. 티시는 대부분의 다른 문학 유토피아의 경우와는 달리 19세기 유럽의 실제 현실을 비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의 과학 기술의 발전에 대해서 찬양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자연과학의 결손이라든가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소설 속의 화자가 아니라, 지하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물론 티시가 유럽의 이전 문화가 언젠가는 사장되고, 사멸하리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의 눈에는 기이한 에너지를 개발하는 지하 공동체보다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더 훌륭한 것으로 비치며, 인류 문명의 진보를 기약해주는 것으로 다가옵니다. 민주주의의 정당정치는 결국 사회의 정의 그리고 분배에 있어서 개개인들에게 최대한의 이득을 가져다주리라고 소설의 화자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Buwer-Lytton: 30).

 

9. 경쟁과 투쟁으로 점철된 서양 문명 비판: 작품 속에는 서양 문명에 대한 비판이 은근히 배여 있습니다. 이를테면 주인공은 주인집의 딸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듣습니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것은 더 나아질 수 없는 야만인들의 특징이지요. 인간의 행복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투쟁이나 경쟁을 없애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당신은 이를 깨달을 수 있겠지요? 개개인들은 정부의 형태 하에서 언제나 소수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아갑니다. 이로써 대부분 사람들은 소수 엘리트에 의해서 장악 당하지요.” 실제로 작품 속에는 끊임없이 서양 문명 비판의 발언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만인은 금력과 권력을 위해 만인과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악한 열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지요. 경쟁 속에 숨어 있는 질시, 비난 그리고 중상모략 등을 듣는 것은 그야말로 끔찍한 일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남들보다 더 많은 힘과 돈을 얻으려고 싸우지 않습니까? (Bulwer-Lytton: 73). 여기서 불워 리턴은 다음의 사항을 지적하려고 합니다. 즉 인간 공동체가 소유욕의 열기로 가득 차게 되면, 인간은 절반 이상 미개인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경쟁을 통해서 배출되는 자들은 수많은 패배자들과 소수의 승리자들일 뿐입니다. 게다가 유럽은 지배구도의 확장으로 점점 더 팽창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삶을 더욱 참담하고 황폐하게 변화시킬 것입니다. 이러한 경쟁의 질서 속에서 하나의 질서 잡힌 공동체가 행복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10. 과학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하의 세계: 티시는 광산에서 사고를 당해서, 본의 아니게 지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됩니다. 놀랍게도 지하 세계에는 기이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브릴 Vril”이라고 하는 막강한 에너지를 소지하고 있어서, 불과 몇 초 내에 인구 전체를 섬멸할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하의 민족은 놀라운 에너지로 작동되는 폭탄을 활용하여서, 호시탐탐 지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정복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다음의 사항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습니다. 즉 도래하게 될 인류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연상시키는데, 형체에 있어서 지상에서 살아가는 어느 누구보다도 더욱 험상궂으며 더욱 강인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장착 가능한 날개를 어깨에 달고 있어서, 얼마든지 높은 창문에서 뛰어내릴 수 있으며, 마치 잠자리처럼 공중에서 춤을 덩실덩실 출 수도 있습니다. 19세기에는 이를테면 방사능 에너지에 관한 연구가 출현하지 않았지만, 작가는 상상을 통해서 미래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상상하여 작품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11. 기이한 인종과의 만남: 작품의 줄거리는 비교적 빈약합니다. 주인공, 티시는 지하에서 기이하게 생긴 인간들과 처음으로 만납니다. 지하 세계의 문명은 지상의 그것보다도 더 탁월합니다. 이들은 땅 아래에 거주하는 기이하게 생긴 초인적인 존재들로서 어깨에 날개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티시는 어느 처녀와 조우합니다. 처녀는 낯선 이방인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접근합니다. 그미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포옹하려고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내에게 그렇게 적극성을 띄는 이곳 처녀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이곳의 성 문제가 개방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티시가 순간적으로 경악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입니다. 이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인공은 날개 달린 인간들에게 달려들었는데, 결국 이들에 잡혀서, 몇 주일동안 마취 상태의 깊은 몽환 상태에 처하게 됩니다. 그가 깨어났을 때 티시는 다음의 사실을 감지하게 됩니다. 즉 마취 상태 속에서 기이한 인간들은 자신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여 영어를 배우고, 잠자는 미국 출신의 손님으로 하여금 그들의 고유한 언어를 구사하도록 조처했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러한 조처로 인하여 지상의 세계와 지하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됩니다. 지하의 사람들은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간 뒤에 어떠한 경우에도 지하 세계에 관해서 발설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그들이 행여나 다가올지 모르는 인간의 공격에 대해 약간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12. 생 에너지의 개발: 작품의 대부분은 새로운 지하 세계에 관한 설명에 할애되고 있습니다. 언어적 소통을 극복한 주인공은 지하 세계의 모든 것을 직접 접하게 됩니다. 놀라운 것은 무엇보다도 이곳의 사람들이 브릴이라고 하는 놀라운 에너지를 활용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이러한 초능력을 자신의 몸을 통해서 직접 실험하게 됩니다. 지하의 사람들은 브릴을 활용하여 이를테면 대기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날씨가 인위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들은 동물을 이용하여 자석 에너지를 활용하고, 전자 생물학을 통한 생 에너지를 개발합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그들은 브릴 액체를 동식물에 주입시켜서 에너지를 생성시키고, 이를 도출해냅니다. 이 액체는 유기물과 무기물의 모든 형태에 작용하여, 에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으며, 이를 억제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대상을 마치 번개처럼 파괴할 수 있으며, 생명을 강화시키게 할 수 있습니다. 지하의 사람들은 브릴 에너지를 이용하여, 가장 강인한 물체를 관통하여 지하의 암벽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비옥한 계곡으로 향하는 길까지 만들었습니다. 나아가 그들은 브릴을 이용하여 지하 세계를 환하게 밝히며 살아갑니다.

 

13. 브릴-야 공동체의 실험: 지하의 사회 조직은 브릴 에너지를 발명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완전하게 변형시켰습니다. 그런데 지하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브릴에 관한 지식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닙니다. 브릴 에너지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들은 브릴-라는 공동체에 속하는 사람들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이른바 문명화된 국가의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은 거대한 지하 공동체를 아나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지하 세계에는 아직 브릴 에너지를 개발하지 못한 나라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다시 말해서 문명화된 나라에 속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릴 에너지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할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국가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다방면에서 노력한 다음에 정부 자체를 파기하였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브릴-사람들은 모든 측면에서의 사회 구조를 전폭적으로 변형시켰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