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3) 불워 리턴의 '미래의 사람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14. 마치 핵에너지와 같은 폭발력을 지닌 브릴 에너지: 브릴 에너지는 오늘날의 시각으로 고찰한다면 마치 핵에너지와 같은 폭발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하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브릴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만약에 놀라운 기능을 발휘하는 에너지가 사회 정치적으로 활용된다면, 이는 제어할 수 없는 끔찍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릴 에너지를 조절하고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이 채택되었을 때, 브릴 에너지를 발견한 사람들 사이에는 어떠한 싸움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에너지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거나 잘못 작동될 경우 브릴 에너지의 작동 행위를 사전에 차단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브릴-야”의 학자들은 숫자, 훈련 그리고 군사적 책략에 있어서 에너지 스스로의 조정 작용보다 더 훌륭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동굴 속 속에 보관된 불덩이 하나가 아이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면, 불덩이는 가장 강력한 요새마저 사라지게 할 수도 있으며, 나중에는 적의 영역까지 얼마든지 침투할 수 있습니다. 두 군대가 서로 대치하여 상호 이러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양쪽 군대의 파멸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사람들은 강력한 에너지로 상대방을 살상시키지 않겠다고 암묵적인 합의를 도출해내었습니다.

 

15. 약화되거나 소멸된 국가와 정부의 기능: 상기한 이유로 인하여 전쟁의 시대는 사라졌지만, 전쟁 대신에 사회국가의 어떤 또 다른 문제점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원한다면, 만나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한꺼번에 모조리 살해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에너지의 영향으로 인하여 개개인은 제각기 이전의 국가 내지는 정부기관이 지니고 있던 힘을 소유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를 통제하는 사회 기구라든가 권력 국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서서히 무용지물로 변모됩니다. 왜냐하면 개개인이 모두 이전의 국가의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굳이 국가의 힘을 빌릴 필요성이 없게 된 것입니다. 이들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거대한 공동체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체 사람들이 함께 아우르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막강한 에너지를 지닌 개개인들은 거대한 공간적 간격을 지닌 채 군집하면서 작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갈 뿐입니다. 그들은 자기 보존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인구 증가를 통해서 다른 인접한 마을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과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브릴 발견자들은 몇 세대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평화롭게 지내면서, 각자 다른 공동체에서 살게 됩니다. 그들이 속한 부족은 언제나 많아도 12, 000 가구를 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필요한 물품들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을 찾아 떠났고, 일부러 타향을 택하여 새로운 거주지를 찾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로써 고향을 찾아서 떠나는 사람들의 숫자는 자꾸 늘어났습니다.

 

16. 계층 차이, 강제적 법이 필요 없는 나라, 원로 위원회: 브릴-야 공동체를 다스리는 사람들은 선한 몇몇 관료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다스린다.”는 표현은 여기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현자 내지 학자들로 구성된 관료들의 역할은 다만 행정의 일만을 수행하거나, 학문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공동체 사람들은 그들 가운데에서 원로 위원회에서 일할 사람들을 선발하였습니다. 원로 위원회 사람들은 “투르”라고 명명됩니다. 그들은 종신직이지만, 고령의 나이가 되면, 자의에 의해서 물러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회는 이들을 높은 계층으로 떠받들지 않습니다. 브릴 국가는 이들에게 특별 권한, 내지 수입금이라든가 더 좋은 집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위원회의 일은 수월하고, 큰 부담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으므로, 사병을 거느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폭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을 배치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범죄라고 명명하는 것을 “브릴-야”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오래 전부터 범죄 사건도 없었고, 이를 판결하는 재판소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람들 사이에 민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는 더러 있었습니다. 이 경우 양측에서 대표자를 뽑아서 서로 논의하게 하든가, 아니면 원로 위원회 사람들이 중재하곤 하였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브릴-야”에서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17. 사유재산은 철폐되지는 않았으나, 공평하게 분배되는 재화: 사유재산이나 돈은 철폐되지 않았지만, 그것들이 이 공동체에서는 전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특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아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범죄를 알지 못하듯이, 가난 역시 알지 못합니다. 모든 것은 공동 소유가 아니지만, 집이라든가, 소유물에 있어서 제각기 차이를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빈부 차이, 다른 직업으로 인한 계층적 차이는 “아나”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질투심 내지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어떠한 것도 추종하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다만 일부의 사람들이 검소함을 좋아하는 반면, 다른 일부의 사람들은 사치를 좋아한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경쟁도 없고, 주민 수도 제한되어 있지 않으므로, 어떠한 가정이라도 궁핍한 상태로 나락하는 경우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한 경쟁이나 투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민 모두가 국가의 부를 공평하게 나누어 가집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과감하고 열성적인 사람들은 근접해 있는 황무지를 개발하여 경작지에서 곡식을 수확하거나, 자신의 직업과는 별도로 장사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18. 과학 발전을 도모하는 아나 공동체의 행정 기관, 여성의 활동: “아나” 공동체는 학문의 발전과 과학의 진보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것은 마치 솔로몬의 집과 다를 바 없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다시 말해서 1830년에서 1900년까지 영국은 지적으로 탁월한 여성들을 경멸하곤 하였습니다. 작가, 불워-리턴은 이 점을 비아냥거리기 위해서 공동체 내에서의 여성들이 학문으로 탁월하게 무언가를 성취해낸다고 서술합니다. 행정청은 공동체 내에 존재하는 공동 학회와 밀접하게 소통합니다. 행정청은 세 가지 분과로 나누어집니다. 첫 번째 행정청은 공동 학회와 긴밀하게 협의하며, 자연과학과 관련된 학문적 정치적 문제를 논의합니다. 그들은 이를테면 “빛”을 관리합니다. 두 번째 행정청은 외교 업무를 관장하는데, 인접 국가에서 어떠한 발명품이 개발되고 사용되는가를 주도면밀하게 살핍니다. 나아가 이와 유사한 정보를 수집하는 게 두 번째 행정청의 업무입니다. 세 번째 행정청은 발명품을 심사하고, 향상된 기계 기구 등을 심의하는 일을 행합니다. 특히 세 번째 행정청은 특히 미혼 여성, 과부가 된 여성 그리고 자식 없는 여성들을 임원으로 받아들입니다. 공동 학회에는 활동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여성 교수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들은 실제 삶에 경미한 도움을 주는 분야에서 활동하곤 합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사변 철학, 역사, 곤충학, 조개 연구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현명한 사람들의 연구는 미세하고 고상한 영역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연구의 대상은 이보다 더 포괄적입니다. 특히 브릴의 특성, 브릴 신경의 세밀한 조직에 관한 연구는 여성 교수들에게 적절하다고 합니다.

 

19. 로봇 그리고 아이들의 노동 참여: 지금까지 유토피아 국가를 설계한 대부분의 저자들은 노동의 문제에 고심했습니다만, 아나 공동체의 경우 노동은 까다로운 문제가 아닙니다. “아나” 공동체에서의 노동의 문제는 쉽게 해결됩니다. 왜냐하면 기계와 로봇의 사용을 통해서 노동의 생산성이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로봇은 불워-리턴의 작품에서 처음으로 인간에게 봉사하는 하인으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지루한 일감, 불편하고 위험한 일을 담당하는 자들은 놀랍게도 아이들입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더러운 일을 담당하게 하는 것은 샤를 푸리에 Charles Fourier에게서 차용한 것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행하는 일 뿐 아니라, 청소라든가, 마구간 정리 작업 그리고 협소한 도로의 청소 등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불워-리턴의 유토피아에서 어른들보다도 더 열성적으로 일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