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 7

서로박: 프리스의 문학세계 (3)

(앞에서 계속됩니다.) 4. 『비행선』(1) 두 번째 작품, 『비행선 Das Luftschiff』은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 Der Weg nach Oobladooh』과는 달리 동서독에서 공히 1974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비행선을 소재로 한 작품은 주로 20세기 이후의 유럽 문학에서는 생텍쥐페리의 일련의 소설 외에는 거의 출현하지 않았는데, 프리스가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켰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생텍쥐페리의 소설과 프리스의 『비행선』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리라고 판단됩니다. 왜냐하면 전자가 모성과 이에 대한 일탈이라는 심층 심리적 모티프를 제공하고 있다면, 후자는 시민주의 사회의 부자유와 이에 대한 일탈 욕구라는 어떤 사회학적이자 정치적인 모티프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소재가 ..

45 동독문학 2023.03.14

서로박: 프리스의 문학세계 (2)

(앞에서 계속됩니다.) 3.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2) 어느 날 아를레크는 에스파냐 출신의 이사벨이라는 처녀를 사귀게 됩니다. “낯선 땅의 낯선 여자는 마치 집시처럼 우울한 표정을 짓지만, 가볍고도 강한 사랑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20쪽) 이사벨은 순간적으로 주인공의 마음에 사랑의 불을 지핍니다. 그미의 용모, 말씨 그리고 행동 등 모든 것이 자신의 잃어버린 유년의 흔적을 자극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에스파냐어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친밀하게 지냅니다.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상대방의 몸을 탐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아를레크의 눈에는 이사벨이 처음부터 이상적인 처녀로 비칩니다. 에스파냐 그리고 에스파냐의 언어는 주인공에게 고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줍니다. 주인공은 이사벨에게 ”..

45 동독문학 2023.03.14

서로박: 프리스의 문학세계 (1)

1. 서언 친애하는 F, 프리스는 폴커 브라운과 함께 동독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상상력의 작가”에 해당하지만, 기이하게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소설가이며 번역가입니다. 그는 1935년 에스파냐의 빌바오에서 태어났고,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부친의 사망 후에 어머니와 함께 구동독의 라이프치히로 이주하였습니다. 프리스는 김나지움의 과정을 마친 후에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영문학, 불문학 그리고 에스파냐 문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은 라이프치히 대학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 독문학자, 한스 마이어 그리고 불문학자, 베르너 크라우스들이었습니다. 특히 크라우스는 프리스를 자신의 내제자로 받아들이고, “동독 학술 아카데미”에서 많은 것을 전수한 바 있습니다. 에스파냐의 고전문학 그리고 ..

45 동독문학 2023.03.14

서로박: 프리스의 '비행선' (2)

(앞에서 계속됩니다.) 친애하는 F, 소설의 내용이 어떠했는지요? 물론 소설의 줄거리를 일직선적으로 이어나가는 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특히 우리가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다양한 소설의 관점입니다. 소설의 관점은 세 가지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폴로니아는 자신의 아버지를 회고하면서 그의 구체적 삶을 서술합니다. 이를테면 슈탄네바인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라든가 비밀스런 이야기들은 그미에 의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폴로니아가 보수적 시민주의 내지 소시민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슈탄네바인에 대한 그미의 시각은 온건하고, 우호적입니다. 이에 반해서 손자인 소설적 화자인 치코는 할아버지의 어정쩡한 정치적 태도를 비판적으로 논평합니다. 슈탄네바인은 비정치적인, 아..

45 동독문학 2022.06.05

서로박: 프리스의 '비행선' (1)

친애하는 F,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 (1935 - 2014)의 『비행선 Das Luftschiff』은 이전의 발표된 작품,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 Der Weg nach Oobladooh』과는 달리 동서독에서 공히 1974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비행선을 소재로 한 작품은 주로 20세기 이후 생텍쥐페리의 일련의 소설 외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독일문학 작품에서는 거의 드문 소재인데, 프리스가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켰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생텍쥐페리의 소설과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비행선』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리라고 판단됩니다. 왜냐하면 전자가 모성과 이에 대한 일탈이라는 심리학적 관점의 모티프를 제공하고 있다면, 후자는 시민주의 사회의 부자유와 이에 대한 일탈 욕구라는 ..

45 동독문학 2022.06.05

서로박: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

친애하는 F, 오늘은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 (Fritz Rudolf Fries, 1936 - )의 문학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프리스는 1936년에 에스파냐의 빌바오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 군인으로 참전했다가, 에스파냐의 파르티잔에 체포되어 총살당했습니다. 1942년 가족들은 라이프치히로 이주하여 그곳에 정착하였습니다. 그의 이력은 “에스파냐라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동독이라는 전체주의 국가로 이주한 삶”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프리스의 뇌리에는 유년의 참혹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즉 40년대 초 연합군에 의해서 처참하게 폭격당한 라이프치히가 바로 그 상흔이었습니다. 프리스는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영문학 그리고 에스파냐 문학을 전공하였..

45 동독문학 2020.11.27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브라디스라바의 수녀들'

분명히 동독 출신의 작가,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뇌리에는 수많은 가능성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작품에 묘사되는 이야기는 대체로 그의 상상력에 의해서 직조된 것이니까 말이다. 마치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사이에 독서계를 주름잡던 작가, 마테오 알레만 (Mateo Alemán 1547 - 1613)이 20세기에 다시 태어난 것처럼 여겨진다. 마테오 알레만 은 에스파냐의 작가로서 세계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악한 소설, 『알파라치의 구즈만』을 집필 발표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간행된 지 6년 만에 유럽 전 지역을 휩쓸다시피 하였다. 그런데 프리스의 작품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는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문제는 오늘날의 독자의 독서 욕구를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물..

45 동독문학 201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