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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1) 프리스의 "알렉산더의 새로운 세계"

필자 (匹子) 2023. 4. 15. 11:05

논문 제목: 유토피아의 상으로서의 처녀지, 성, 혹은 실현의 아포리아 -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알렉산더의 새로운 세계들』 연구

출전: 독일언어문학, 제 59집, 2013, 67 – 85쪽.

 

 

I. 들어가는 말

본고는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작품, 『알렉산더의 새로운 세계들』(1982)의 분석을 통하여 특히 성의 측면에서 인간이 갈구하는 사랑의 삶 그리고 이와 결부되는 사회정치적 관련성 등을 추적하려고 한다. 여기서 “유토피아의 상으로서의 처녀지”란 프리스 문학의 경우 여성, 특히 인간의 성욕이 충족되는 비너스 산 등에 관한 비유로 이해될 수 있다. 실제로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주로 돈 후안 그리고 헬레나와 같은, 자유분방한 남녀들로 설정되어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삶은 작품 속에서 마치 엘레우시스의 축제처럼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욕망이 충족되는 생활방식 속에서는 어떠한 사회심리학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을까?

 

프리스의 문학 세계는 동서독에서 커다란 관심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에스파냐에서 태어나 동독에서 자라난 이방인 작가, 프리스에게는 발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구동독 문화계는 의도적으로 프리스의 문학을 좌시해 왔다. 왜냐하면 프리스 문학적 주제가 대체로 방랑, 여행 그리고 비행을 소재로 하는 것이어서, “비터펠트 운동” 이후에 정착된 “도달 문학”과는 근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는 인간형의 묘사, 체제 안정을 도모하는 경향 등은 프리스의 관심 밖이었다. 대신에 그가 다룬 것은 구동독에서 금기시 되어 있는 방종한 사랑, 마치 퇴폐적으로 보이는 재즈 음악, 아웃사이더의 절제 없는 삶 등이었다. 이를 고려할 때 1989년까지 발표된 그의 작품은 마치 감옥에서의 의사소통에 해당하는, 문학적 통방의 소산과 같다.

 

무릇 문학 작품 속의 사랑의 삶은 실제 현실의 삶과는 분명히 다르다. 왜냐하면 문학의 공간은 하나의 가능한 현실에 바탕을 두며, 무한정의 자유를 추구하는 자는 주어진 사회의 관습 도덕 그리고 법 등의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필자는 주제와 관련하여 다음의 물음을 추적하려고 한다. 『알렉산더의 새로운 세계들』의 등장인물들의 고뇌와 행동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회 심리적 갈등 내지 정치적 문제와 관련되는가? 나아가 “무지개는 다가갈수록 멀어지며, 행복은 주어진 현재에서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는 비유를 염두에 둘 때 인간의 갈망은 어떤 실현에 즈음하여 성취의 우울을 느끼는 법이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이를 “실현의 아포리아die Aporie des Erfüllens”로 명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실현의 아포리아는 프리스의 작품에서 어떠한 면모로 드러나고 있을까? 일단 작품을 분석한 다음에, 낯선 나라에 대한 도취가 지니고 있는 주제상의 함의를 천착하려고 한다. 뒤이어 세르반테스의 소설, 『뻬르실레스와 시히스문다의 고행Los trabajos de Persiles y Sigismunda』과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작품에 도사린 사회 정치적인 함의 그리고 인간적 갈망과 성취와 결부되어 있는 실현의 아포리아 등을 순서대로 구명하려고 한다.

 

(2, 3, 4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