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18

서로박: 만인의 자유와 평등. 1

자연법은 만인의 자유와 평등을 지향한다. - “법의 눈은 지배 계급의 얼굴에 박혀 있다.” (블로흐) - “법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교회 (성당)의 유리창과 같다. (박설호) - “자연법의 정신은 행하는 규범 (norma agendi = 공권력)가 아니라, 행하는 능력 (facultas agendi = 촛불집회)에서 발견된다.” (블로흐) 1. 친애하는 K, 감옥에는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이 거의 없습니다. 부자와 권력자들이 죄 짓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이 복마전에 머무는 경우는 잠깐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의 국가에 관하여 De civitas Dei』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나는 배 한 척 가지고 도둑질하므로 해적이라 불리지만, 당신은 큰 함대를 가지고 도둑질하므로 황제라고..

27 Bloch 저술 2020.12.03

우리가 선호하는 학문 연구의 나쁜 경향

S씨,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나쁜 (?) 학문적 경향은 대체로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난해한 학문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수록, 세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람들은 쉽게 이해되는 것에 대해 코웃음 치며, 이를 경시합니다. 무릇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을 대하게 되면, 그 속에 어떤 사상적 깊이가 내재해 있다고 지레 짐작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은 인간으로 하여금 궁금증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요?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무엇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려고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그 무엇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게 되면, 사람들은 실망에 가득 찬 채 중얼거리지요. “아, 내가 이따위 것을 알려고 그렇게 노력했다니.”하고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2 나의 글 2020.11.09

발터 벤야민의 "독일 비애극의 기원" (2)

에스파냐에 있는 벤야민의 묘비 벤야민의 독일 비애극의 기원을 철학적으로 상세히 규명해 보도록 하자. 벤야민은 알레고리 개념을 수미일관 추적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간과했던 “기술적 용어 (terminus technicus)”에 자신의 고유성을 부여하는 작업일 뿐 아니라, 알레고리 자체가 결국 인식 이론적 카테고리로 화하고 있다. 자고로 인간의 제한된 주관적 인식 능력 그리고 인식될 수 없는 객관적 진리의 내용 사이에는 분명히 간극이 있다. 이는 칸트 (Kant) 이후로 이어진 철학적 전통이기도 하다. 그러나 벤야민의 비평의 개념은 이러한 간극에 대해 하나의 이의를 제기한다. 인식은 무언가 지향하려는 소유와 같은 무엇으로서, 의향 없는 존재로서의 진리로부터 상당히 제한 당하고 있다. 이 경우 진리는 인식..

25 문학 이론 2020.07.06

헤르더의 "신. 몇 가지 대화들"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 (1744 – 1802)는 1787년에 『신. 몇 가지 대화 Gott. Einige Gespräche über Spinozas System; nebst Shaftsburys Naturhymnus』라는 종교 철학의 문헌을 간행하였습니다. 사실 이 문헌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F. H, 야코비와 모제스 멘델스존 사이의 논쟁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언젠가 계몽주의 작가, 레싱이 스피노자의 사상과 어떠한 유형으로 결부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로 논쟁을 벌었는데, 헤르더는 이에 대해 논평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헤르더는 이러한 집필 계기에 관해서 제 2판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사실 헤르더는 젊은 시절 리가 Riga에 머물 때 의학을 접고 신학을 공부하였습니다. 당시에 그는 쾨니히..

24 신학이론 2019.04.19

계몽주의와 절대 왕정시대의 유토피아 (1)

1. 계몽주의의 유토피아: 17세기와 18세기에 이르면 지식인들은 더 이상 신, 자연 그리고 전통 등을 맹신하지 않고, 인간의 고유한 이성을 기대하기 시작합니다. 과거에 신의 권능이라는 절대적 권위는 어쩌면 하나의 형이상학적 허상일 수 있다는 사고가 태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신의 권능은 자연의 권능 나아가, 인간의 오성의 영역으로 이전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황금의 시대에 꿈꾸던 찬란한 행복은 인간의 오성의 힘으로 “지금, 여기”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화되었습니다.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면 오로지 인간이야 말로 정치적 사회적 세계의 근원이며, 나아가 세계를 새롭게 창조해낼 수 있는 존재라고 서서히 의식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고야 말로 계몽주의의 유토피아를 이해할 수 있는..

26 유토피아 2018.04.24

서로박: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비판 (3)

12. 법은 정의와 폭력을 결합시킨 것인가? (5): 네 번째로 아감벤은 자연법사상에 대항하는 홉스의 입장에 동의합니다. 자연법 사상가, 알투시우스Althus는 폭군에 대한 저항과 폭군의 처형을 정의로움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폭군을 권좌에서 내려앉힘으로써 만인의 자유와 평등이 실천될 수 있다고 확신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17세기, 18세기 철학자들이 모두 폭군의 처형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를테면 칸트Kant는 왕을 살해하는 일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폭거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어쨌든 폭군의 처형을 통해서 법은 싫든 좋든 간에 자연법의 정신을 어느 정도 실천하게 됩니다. 이에 비하면 홉스는 인간 존재를 처음부터 늑대로 규정하였습니다. 법이 없다면, 인간은 이기적인 태도로 타인에게 해악을 가한다는..

23 철학 이론 2018.01.24

(서평) 원시사회는 암반 위에 있고, 문명 사회는 절벽을 기어오르는가?

다음의 글은 황해 문화 2012년 봄호 (통권 74호) 414 - 418 페이지에 실린 것이다. - 김유동 저: 『충적세 문명』 - 박 설 호 (한신대) 1. 김유동 교수의 『충적세 문명』은 학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닌 문헌이다. 이 책은 만년을 거슬러 올라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문명사를 천착하고 있다. 이로써 저자는 여러 문화 구조의 특성을 도출해내어 서로 비교하려고 한다. 연구에서 저자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사실에 대한 역사학의 고증 작업” 뿐 아니라, “인간의 상상을 동원한 고대 문화의 흔적 내지는 징후 읽기”이다. 왜냐하면 선사 시대의 문화에 대한 검증은 문헌 연구 작업으로서는 무척 힘들고, 게다가 자료 선택의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리 말하건대 김..

2 나의 글 201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