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시히 9

서로박: 토마스 브루시히의 우리 같은 영웅들

친애하는 H, 브루시히는 이 작품에서 30대 중반에 해당되는 남자, 울츠트를 등장시킵니다. 구동독이라는 나라 자체가 주인공에 의하면 패러디의 대상입니다. 클라우스 울츠트는 -50년대 이후에 태어난 구동독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는데- 사회주의 운동에 관해 어떠한 관심도 표명하지 않습니다. 가령 맑스는 주인공에게는 100마르크 지폐에 그려진 자이고, 엥겔스는 50마르크 지폐에 그려진 자일뿐입니다. 주인공의 톤은 스페인의 악한 소설을 연상시킬 정도로 유머러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렇기에 독자는 이 소설을 (상기한 두 편의 작품과는 달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자칭 미래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클라우스 울츠트는 1968년 8월 소련군의 탱크가 프라하로 진군할 때 거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소..

45 동독문학 2021.12.26

서로박: 브루시히의 '불빛은 어떻게 비치는가?' (3)

(12) 구동독의 상류층에 속하는 헬프리트 슈라이터: 여덟 번째 인물은 헬프리트 슈라이터입니다. 그는 츠비카우에 있는 자동차 공급회사인 “작센 링”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사장입니다. “작센 링”은 주로 동독의 자동차 트라반터를 생산하는 회사였습니다. 헬프리트는 1989년 여름에 아내와 함께 헝가리로 휴가 여행을 떠났는데, 자신의 딸, 카롤라와 작별하게 됩니다. 카롤라는 여행지에서 틸로라는 사내를 만나 사랑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틸로는 카롤라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라인란트에서 함께 살고 싶어 합니다. 카롤라가 당국의 허가 없이 국경을 넘게 되자, 슈라이터 부부는 헝가리 주재 동독 대사관 앞에서 항의하는 수많은 동독인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사태를 심상치 않게 생각한 두 사람은 즉시 평소에 안면이 있는 동독 ..

48 최신독문헌 2021.09.22

서로박: 브루시히의 '불빛은 어떻게 비치는가?' (2)

(5) 레나와 그미의 노래: 첫 번째 인물은 레나입니다. 그미는 카를 마르크스 슈타트 출신으로서 심리 치료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1989년 8월 상당수의 동독 사람들은 나라를 떠나려고 할 때 레나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지합니다. 그미는 하얀 작업복 차림으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라이프치히 거리를 달립니다. 레나는 “왜 우리가 친구일 수 없는가?”라는 노래 속에 시대정신의 분위기를 담습니다. 데모대의 사람들은 즉흥적으로 레나의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그리하여 이 노래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이로써 레나는 라이프치히 혁명의 영웅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6) 레나의 오빠, 사진사: 두 번째 인물은 “레나의 오빠”인데, 사진사로서 자신의 라이카 카메라로써 시위 현장 등 모든 놀라운 장면들을 사진 속에 담..

48 최신독문헌 2021.09.22

서로박: 브루시히의 '불빛은 어떻게 비치는가?' (1)

“기억은 인간을 자신의 과거와 함께 살게 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면서 경험한 것들을 소화시킨다.” (Brussig) (1) 거침없는 작가, 토마스 브루시히: 친애하는 B, 오늘은 1965년의 작가 토마스 브루시히 Thomas Brussig의 『불빛은 어떻게 비치는가? Wie es leuchtet?』를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1996년에『우리 같은 영웅들 Helden wie wir』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놀라운 풍자와 아이러니를 동원하여 구동독의 국가시스템을 적나라하고도 통렬하게 비판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후의 작품에서는 작가의 음색이 비교적 부드럽습니다. 이를테면 『존넨 알레의 무척 짧은 끝에서 Am kürzesten Ende der Sonnenallee』(1999)라는 작품을 예로 들 수 있습..

48 최신독문헌 2021.09.22

전환기 소설 (1)

- Katrin Aehnlich: Alle sterben, auch die Löffelstöre, 2007 카트린 엔리히 (1957 - )의 데뷔 작품 『모두가 주걱 철갑상어처럼 죽는다』는 2007년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구동독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남녀의 사랑을 서술하고 있다. 주인공 스칼렛은 동물원에서 일하는데, 친구 파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이틀간의 특별 휴가를 청원한다. 그미는 재미있지만 우울한 음색으로 친구 파울에 관해서 성찰한다. 특히 전환기 이후에 자신의 과거를 더듬는데, 기억 속에는 언제나 파울이 있다. 스칼렛은 마음속에 더 이상 한 나라를 소유하지 못한다. 구동독의 현실은 오랫동안 마치 극작품의 공연과 같이 투영된다. 파울의 영혼은 손상되어 있다. 그는 유치원 그리고 학교에..

48 최신독문헌 2017.09.15

서로박: 통독 이후의 장벽 붕괴의 문학에 관하여

친애하는 J, 독일이 통일이 된 지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20년의 시기는 한 세대를 가리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해인 1989년에 태어난 사람은 이제 20세가 되었으니까요. (한반도는 아직 통일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여전히 분단 상태입니다. 그동안 나 자신 무얼 하며 살았는지 스스로 반성해 봅니다.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서 지금까지 수수방관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깊이 자학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 지식인의 영향력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으니까요. 일반 사람들은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는 소년을 거짓말쟁이로 매도해 왔습니다. 그러니 때로는 차라리 입을 다물고 TV만 시청하는 게 나을 때도 있습니다. ㅠㅠ) 2009년에 독일에서는 『장벽이 붕괴되던 그날 밤 Die N..

48 최신독문헌 2016.06.24

서로박: 우베 텔캄프의 탑 (5)

(앞에서 계속됩니다.) (26) 제목의 의미 (1): 친애하는 T, 지금까지 우리는 작품의 주제 및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작품의 제목인 “탑”은 여러 가지의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로 그것은 드레스덴의 가상적 도시구역을 가리킵니다. 텔캄프는 집필 당시에 실제로 존재하는 “바이서 히르쉬” 지역을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둘째로 제목은 상아탑 내지 동독의 교양 있는 시민계급의 삶의 영역을 지칭합니다. 작가는 작가 그룹 내지 의사들이 살아가는 지역으로서 “탑 속에서”를 설정하였습니다. 학식을 지니고 삶의 모든 측면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줄 알았던 계급은 1977년 비어만 사건 이후로 더 이상 정치에 관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사회 참여를 거부하고 실내음악에 몰두하는 등 사적인 삶에 몰입..

48 최신독문헌 201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