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히 18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1)

1. 푸리에는 허튼 소리를 내뱉는 기인으로 이해되었다: 친애하는 F, 유토피아 사상가 가운데에서 샤를 푸리에 (1772 - 1837만큼 세인들로부터 노골적이고도 악랄한 비난을 감수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기괴한 인간”, “가정 파괴범”, “체제파괴적인 반정부주의자”, “음탕한 속물”로 규정하였습니다. 사실 푸리에는 참으로 황당무계한 논리를 전개하였습니다. 그는 케플러의 천체 법칙에 의거하여, 혹성들 사이의 비밀스러운 교신을 거론하였고, 북극성에서 나오는 안달루시아의 열기가 액체를 토해낸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북극에서 품어 나오는 방향유를 통해서 바닷물을 레몬주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정어리, 청어 그리고 조개류가 바다 속의 모든 해로운 동물들을 무찌르며..

32 근대불문헌 2022.04.26

서로박: 루돌프 바로의 "양자 택일"

루돌프 바로 (1935 -)의 "양자 택일. 기존 사회주의 비판을 위하여 (Alternative. Zur Kritik des real/existierenden Sozialismus)"는 사회주의 국가내의 경제적 사회적 제 문제 그리고 창조적 인간 삶을 위한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여기서 책의 자세한 내용보다는 결론 부분에 나타난 바로의 제안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노동의 소외 극복: 노동자들이 제각기 여러 가지 노동 능력을 갖추면, 분업과 기계화의 폐단은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Bahro)는 아울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하고 있는 단체 (회사, 노동조합 등)에 대한 완전한 소속감을 저버려야 한다. 현재 국가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조절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는 만큼, ..

23 철학 이론 2021.12.30

(저서 소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 심리학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지금까지 수십권 간행했지만, 저자로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바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입니다. 문학 서적, 사회학 서적 그리고 심리학 서적이 아니라, 상호 연계된 관점을 다룬 것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필자는 오래 전부터 호모 아만스의 인간형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책의 내용 가운데 필자가 애착을 가지는 장은 마지막 부록 "인종, 성, 나이 구분은 없다"입니다. 많은 참고 바랍니다. 목차 1. 서문: 구분 없는 인간형으로서의 호모 아만스 2. 정신분석학의 전개 과정 그리고 에른스트 블로흐 3. 에릭 에릭슨과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 심리 이론 4. 에밀리오 모데나의 생태 심리학과 에로스의 유토피아 5. 강덕경, 혹은 알렉..

1 알림 (명저) 2021.03.11

(명시 소개) 박현수의 시, 「‘응’이란 말」(2)

박현수: 겨울 강가에서 예언서를 태우다 (울력, 2015, 71쪽 이하.) 나: 앞에서 우리는 박현수의 시작품을 미시적으로 고찰해 보았습니다. 시 「‘응’이란 말」은 사랑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구명하면 어떨까요? 여기서 우리는 시적 주제와 관련되는 거시적인 제반 문제점을 다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령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는 사랑을 차단시키는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을 강제적 성윤리로 설명하면서, 여기서 파생되는 사회 심리적 하자를 지적하려고 했습니다. 너: 아, 네. 오늘날에 이르러 강제적 성윤리는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동성애에 관한 논의에서도 많은 편견이 사라졌으니까요. 그런데 개인 내지 가족 구성원을 고려할 때 강제적 ..

19 한국 문학 2021.01.17

서로박: 입센의 페르 귄트 (3)

11. 과부 아닌 과부로 살아가는 어머니, 아들에게 집착하다: 페르 귄트의 어머니 성격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운 여성입니다. 남편 욘 귄트는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과부 아닌 과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미는 남편으로부터 등한시 당하자, 오로지 아들에게 집착합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들인 페르 귄트는 더욱더 혼란스러워하고 부담감을 느낍니다. 아제의 행동에는 일관성이 없고, 모순적인 특성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제는 돼지 같은 아들을 두었다고 투덜거리는가 하면, 아들에게 마구잡이의 욕설을 퍼붓습니다. “네 놈은 살인자의 아들이야.” 그미의 이러한 태도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즉 아제는 아들이 더욱더 자신의 처지를 더욱더 잘 이해해주기를 바라며, 어머니의 ..

39 북구문헌 2019.11.04

서로박: 하인리히 만의 신하 (2)

6. 권위주의의 인간으로 성장하다: 헤슬링은 베를린에서 대학을 다닙니다. 우리는 주인공의 성격 형성의 과정에서 어떤 단순화 과정이라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오래 전부터 세계를 권력체계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모든 가치는 권력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는냐 하는 물음에 따라 결정됩니다. 권위주의의 인간의 관심사는 힘과 권력이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이로써 힘없는 유대인 그리고 돈 없는 노동자들을 무시하거나 짓밟는 것은 필연적인 귀결입니다. 실제로 헤슬링은 소설 속에서 학생 단체 “노이토이토니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합니다. 주인공에게는 개별적 존재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로지 단체의 회원, 군인, 관료, 교회 등 조직화된 집단적 존재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로..

43 20전독문헌 2019.05.26

서로박: (5) 모데나의 생태심리학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에로스 센터의 시설: 이러한 거주 공동체는 도시 전체에 확산되어 있는데, 서로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도시에는 거주 공동체들과 상호 연결된 에로스 센터가 자리하는데,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문화 예술운동 그리고 스포츠 등과 같은 행사가 개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노동이 끝난 뒤에 에로스 센터에 모여서 식사한 다음에 사우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고립된 방들이 비치되어 있어서 누구든 간에 두 사람씩 그 방에 들어가서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밖에 에로스 센터에서는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심리 치료사가 근무하는데, 이들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 혹은 성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행하며, 이들이 원할 경우 실질적인 ..

5 사회심리론 2013.12.19

서로박: (1) 모데나의 생태심리학

1. 금기 속으로 잠입하는 지옥 여행: 스위스의 심리학자, 에밀리오 모데나 Emilio Modena의 글 「생태 심리학」을 읽으면, 우리의 뇌리에는 빌헬름 라이히의 억압 가설이 떠오릅니다. 성의 억압은 라이히에 의하면 당사자의 심리를 병들게 하고, 비민주주의적인 인간형을 양산해낸다고 합니다. 첫째로 섹스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바로 이러한 정황이 인간 동물의 심리를 비비꼬이게 만들고, 당사자를 질병의 구렁텅이로 몰아갑니다. 인간의 욕망은 그 절반에 있어서 동물적 본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언제나 주어진 계율과 부딪치곤 합니다. 이때 사람들은 회개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자신의 본능을 탓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인간의 본능 대신에 주어진 계율을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5 사회심리론 201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