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회심리론

서로박: (1) 모데나의 생태심리학

필자 (匹子) 2013. 12. 14. 15:41

 

1. 금기 속으로 잠입하는 지옥 여행: 스위스의 심리학자, 에밀리오 모데나 Emilio Modena의 글 생태 심리학을 읽으면, 우리의 뇌리에는 빌헬름 라이히의 억압 가설이 떠오릅니다. 성의 억압은 라이히에 의하면 당사자의 심리를 병들게 하고, 비민주주의적인 인간형을 양산해낸다고 합니다. 첫째로 섹스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바로 이러한 정황이 인간 동물의 심리를 비비꼬이게 만들고, 당사자를 질병의 구렁텅이로 몰아갑니다. 인간의 욕망은 그 절반에 있어서 동물적 본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언제나 주어진 계율과 부딪치곤 합니다. 이때 사람들은 회개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자신의 본능을 탓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인간의 본능 대신에 주어진 계율을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발상의 혁명적 전환입니다. 다시 말해 금기를 금기라고 치부하고 그냥 무시할 게 아니라, 이른바 암흑으로 가득 차 있는 금기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그 속에서 어떤 부분적인 빛을 찾아내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금기 속에는 지배 계층의 이데올로기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더 많은 노동력을 창출하여 부를 쌓으려는 욕망을 가리키지요. 주어진 사회의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은 개개인의 자유의 삶에 깊이 개입하고 관여하는 까닭은 그 때문입니다. 그것들은 대체로 금욕의 삶을 미화하고 있습니다. 성의 역사를 고찰하면, 지배 계급은 언제나 다음의 사항을 강조했습니다. 즉 피지배계급이 성 생활에 몰두하지 않고 노동에 혼신의 힘을 바칠 것을 말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주어진 사회의 생산력이 향상되고, 국가의 부가 축적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술가와 시인이 국가의 기생충으로 취급당하는 경우는 언제나 통용되었습니다.

 

2. 가정과 결혼 제도: 지배자가 가정 제도를 착안해낸 것도 노동력 신장에 대한 지배자의 의향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가정 familia”이란 어원상 농부 famulus에게 속한 모든 것을 지칭합니다. 다시 말해서 가정이라는 가부장 한 사람이 다스리는, 사회 내의 가장 작은 정치 집단입니다. 가정 내에서 가부장은 -마치 군대 조직에서 병졸들을 다스리는 자가 상사이듯이- 가족 내의 구성원을 감시하고 통솔합니다. 그리하여 가부장은 국가의 여러 가지 계율을 전달하고, 자신의 집단을 다스리며,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집안의 가장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권위적 힘이 주어져야 합니다.

 

가장은 경제적 책임이라는 역할 외에도 윤리적 모범으로 가족을 통솔합니다. 이를테면 그는 아내에게 정조 지킬 것을 강요하고, 자식들에게 혼전 순결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기능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생산 양식 내지 정치 체제가 변화되더라도, 하나의 불변의 법칙으로 수천 년 동안 전해내려 왔습니다. 가부장이 지니는 성의 특권은 매춘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도록 하였으며, 일부일처제의 결혼 제도를 당연시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항은 일부다처제를 수용하는 중동 지방과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사회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기한 사항을 고려할 때 우리는 가정에 관한 논의야 말로 가장 정치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심리학자들은 가정에 관한 논의가 정치적 문제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