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회심리론

서로박: (5) 모데나의 생태심리학

필자 (匹子) 2013. 12. 19. 11:09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에로스 센터의 시설: 이러한 거주 공동체는 도시 전체에 확산되어 있는데, 서로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도시에는 거주 공동체들과 상호 연결된 에로스 센터가 자리하는데,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문화 예술운동 그리고 스포츠 등과 같은 행사가 개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노동이 끝난 뒤에 에로스 센터에 모여서 식사한 다음에 사우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고립된 방들이 비치되어 있어서 누구든 간에 두 사람씩 그 방에 들어가서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밖에 에로스 센터에서는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심리 치료사가 근무하는데, 이들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 혹은 성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행하며, 이들이 원할 경우 실질적인 물리 치료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과도한 공격 성향을 지닌 자는 특수 시설을 갖춘 방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함께 레슬링 혹은 권투 시합을 벌일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특수 게임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공격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이러한 게임기를 활용하여 자신의 분노를 다른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공동체의 숙소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축제가 개최됩니다. 축제의 시기에 사람들은 상대방을 사귈 수 있으며,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여 여러 가지 사랑의 기술을 배우기도 합니다. 축제를 개최하는 위원회의 구성원들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1년에 한 번씩 선출됩니다.

 

12. 에로스 공동체의 구도: 축제 위원회에 속하는 임원들은 4년에 한 번씩 공동체의 대표 그리고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을 뽑습니다. 개별 축제 위원회 사람들은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제각기 엄청난 경쟁심을 드러냅니다. 왜냐하면 유토피아 공동체에서 축제는 매우 중요한 일감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위원회에 속한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과 조우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마치 형제자매와 같은 친밀한 관계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됩니다.

 

가령 성악, 악기 연주, 거리 공연, 연극, 문학 창작, 댄스 경연 대회와 같은 방법이 있는가, 하면 함께 술을 마시든가 대마초 그리고 환각버섯의 일종인 사일로신과 같은 마약을 즐기는 방법도 동원됩니다. (특히 사일로신은 말기 암환자에게 매우 도움을 주는 버섯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마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백안시하는 태도는 모데나에 의하면 일방적 편견이라고 합니다.) 축제와 향유를 위해서 공동체는 자연과학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합니다.

 

13. 요약: 모데나는 생태 심리학의 유토피아에서 여러 가지 제반 사항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상당히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모데나의 유토피아는 에로스의 유토피아를 실제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특수한 내용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만약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사랑의 삶을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한 번도 이성과 동침하지 않고, 결혼한다는 것은 정신위생학적으로 잘못이다.”라는 라이히의 입장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마냥 부정적 자세를 고수해야 할까요? 진정으로 자식을 아끼는 부모라면, 자식의 일견 난삽하게 보이는 이성 교제보다는, 자식이 심리적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경우를 더욱더 염려해야 할 것입니다.

 

성적으로 만족을 누리는 젊은이는 모데나에 의하면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성적으로 그는 어떠한 권위주의의 단체 내지 계층에 무작정 노예처럼 복종하지는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즉 성숙한 사회에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덕목은 비판과 불복종, 바로 그것이라고 말입니다. 만약 인간의 성적 욕구가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차단되고 성윤리로 조절된다면, 진보 정치를 위한 진정한 의미의 비판 내지 시민 불복종의 운동은 그야말로 인간 삶의 일부만 관여할 뿐이며, “성 따로 혁명 따로”라는 빙산일각의 일방적 정책만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 문헌

 

- 빌헬름 라이히: 문화적 투쟁으로서의 성, 박설호 역, 솔 1997.

- 미셸 푸코: 성의 역사 3권, 이규현 외 역, 나남 2004.

- Krauch, Helmut: Computerdemokratie, Goldmann 1972.

- Leßmann, Bernd: Metamorphose, Metamorphosen, Magstadt 1988.

- Malinowski, Bronislaw: The Sexual Life of Savages in North-Western Melanesia; An Ethnographic Account of Courtship, Marriage and Family Life Among the Natives of the Trobria, Eastford 2012.

- Mann, Reinrich: Der Untertan, Roman, 17. Aufl., Frankfurt a. M. 1996.

- Modena, Emilo: Psychoökologie. Versuch einer Synthese von psychoanalytischen und ökologischen Überlegungen im Hinblick auf die Optimierung linker Politik, in: Alfred Pritz, Das schmutzige Paradies, Wien/ Köln/ Graz 1986.

- Reich, Wilhelm: Charakteranalyse, Köln 2010.

- Reich, Wilhelm: Die sexuelle Revoluion, Frankfurt a. M.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