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카사스 13

서로박: (1) 토마스 뮌처의 천년왕국설

1. 위대한 종교 개혁자, 라스카사스와 토마스 뮌처: 서양의 종교 개혁가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서 라스카사스LasCasas와 토마스 뮌처Thomas Müntzer가 손꼽힙니다. 그 이유는 라스카사스와 뮌처가 종교의 개혁과 정화 운동을 넘어서서, 주어진 현실의 비참한 상황을 개선하고 민초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라스카사스는 가톨릭 사제로서 신대륙에서의 인디언 학살과 제국주의의 비리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수없이 대서양을 횡단하였습니다. 뮌처는 16세기에 독일 농민 운동을 주도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상의 천국을 선물하려고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힘없고 가난한 인민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시대의 가장 끔찍한 모순을 고발하며 이를 ..

26 유토피아 2023.04.02

박설호: (6) B. 트라벤의 망각된 독일 문학

(앞에서 계속됩니다.) 9. 나오는 말 “나는 자유롭기를 원한다. 나는 기쁠 수 있기를 원한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에 대해 기뻐하고 싶다. [..] 그렇지만 내 주위에 있는 다른 모든 인간들이 즐거워할 경우에만 나는 즐거울 수 있다.” (트라벤) 마지막으로 서문에서 제기된 질문에 관해 언급해 보자. 1. 어떠한 이유에서 트라벤은 인디언 문화를 통해서 황금만능주의 및 이윤 추구의 성향을 극복하려 했는가? 인디언 문화에 대한 트라벤의 애착은 하나의 이상인가, 아니면 유럽 문화로부터의 도피에 불과한가? 트라벤은 (유럽인들의) 개인주의적 세계관이 황금만능주의 내지는 이윤 추구 정신을 잉태시키는 것으로 파악했다. 무릇 과잉된 자기 보존 욕구는 나아가 재화 확장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창출한다. 더 이상 피해입..

43 20전독문헌 2023.01.28

콜럼버스와 상상력 (1)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1451 - 1506) 의 초상화. 그는 찬란한 땅 인도를 발견하기 위해서 대서양을 횡단하였습니다. 인도는 동쪽에 위치하는 지역이었으나, 사라센 제국이 지나가는 사람을 살해하기 때문에 육로로는 갈 수 없었습니다. 콜럼버스는 처음부터 지구는 둥글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플루타르코스의 말을 신봉하였습니다. "만약 달이 지구의 거울이라면 그 어두운 부분은 틀림없이 발견되지 않은 어떤 대륙을 보여주고 있다."(Plutarch). 그는 신대륙을 발견하였지만, 죽을 때까지 그곳이 인도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오늘날 "서인도제도"라는 이름은 콜럼버스의 착각에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헤라클레스의 기둥에는 원래 Non plus ultra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는 ..

12 세계 문화 2022.12.16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사회의 이슈 그리고 문제점을 예리하게 통찰하여 이를 언급하는 작가 - 그는 바로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1929 - )입니다. 그의 삶은 전형적인 지식인이자 비판적인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말년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독일 철학자 하버마스는 그의 시대적 감각을 높이 평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Er hat die Nase im Wind." (Habermas) 그렇지만 엔첸스베르거의 발언이 모조리 타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서양의 작가 가운데에서 1929년 생은 참 많습니다. 철학자 하버마스, 엔첸스베르거, 하이너 뮐러, 크리스타 볼프, 밀란 쿤데라, 귄터 쿠네르트 등이 1929년생입니다. 시인,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는 1929년 남쪽 독일의 소..

9 문학 이야기 2022.09.01

라스카사스, 인종 그리고 국적 (5)

15. 한국인들은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피해당하고 살아왔습니다. 자고로 피해자는 자기반성을 통한 평화 공존에 관한 문제들을 완전하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비하면 일본인들은 타민족을 억압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평화와 공존을 의식할 여지가 아직도 충분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가해자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스스로 자기 둥지를 더럽히기란, 드러누워 침 뱉기란 심리적으로 몹시 힘들기 때문입니다. (“정신대” 내지 “종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생각해 보세요. 아니 우리는 당시에 끌려간 여자들을 “성 노예”라고 표현하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독일의 시인,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H. M. Enzenberger)도 말한 바 있듯이 유럽인들 가운데 유독 에..

2 나의 글 2022.02.03

라스카사스, 인종 그리고 국적 (4)

11. 남한의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종교 개혁자로서 루터Luther와 칼뱅 Calvin에 관한 사항들만이 적혀 있습니다. 토마스 뮌처와 바르톨로메 라스카사스는 이름조차 거명되지 않습니다. 이승만의 반공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오랫동안 계급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도록 조작했던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루터와 칼뱅은 우리가 추종해야 할 바람직한 종교 개혁가는 못 됩니다. 칼뱅은 돈의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면서, 자본주의의 이익 추구 행위를 종교적으로 용인하였습니다. 마르틴 루터는 도덕적으로 방종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는 수사의 이중 결혼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유대인에 대해 커다란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루터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농민을 저버리고 권력과 결탁하지 않았던가요? 루터..

2 나의 글 2022.02.03

라스카사스, 인종 그리고 국적 (3)

7. 독일의 작가,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Gerhart Hauptmann은「소아나의 이단자」라는 단편을 발표하였습니다. 주인공, 25세의 젊은 프란체스코는 신앙심이 투철하고, 자신의 복음을 이웃에게 전하려는 열정을 지닌 목사입니다. 어느 날 그는 스위스의 탄광 지역에 머물다가, 이국적 면모를 지닌 천진난만한 처녀와 마주칩니다. 그의 마음을 순간적으로 끓어오르게 한 것은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한, 놀라운 사랑의 열정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앙을 저버리고 그미와 함께 자연의 품속에서 살면서, 자신의 첫 번째 사명을 망각합니다. 이와 유사한 예는 수없이 발견됩니다. 혹자는 외국의 어느 곳에 정착하고, 그곳의 여성 혹은 남성과 결혼하면서 정주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때로는 자신의 일방적 세계관을 저버리고, 다른 나..

2 나의 글 2022.02.01

라스카사스, 인종 그리고 국적 (2)

4. 라스카사스가 유럽 사람들의 행동 가운데에서 가장 부끄럽게 생각한 것은 인디언들에게 가한 끔찍한 범죄의 은폐였습니다. 범죄의 은폐에 관한 내용은 앎 (Wissen)과 양심 (Gewissen)이 서로 엉켜 있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당신과 같은 인문학도는 이러한 관련성에 관하여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드러내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가령 선조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공개하는 일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자신의 선조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백일하에 공개하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로, 혹은 범죄를 드러내느냐, 숨기느냐 하는 문제가 핵심적 물음입니다..

2 나의 글 2022.01.30

라스카사스, 인종 그리고 국적 (1)

“라스카사스는 스페인 출신의 신부인데, 16세기 신대륙에서 자행되던 1500만의 인디언 학살극 소식을 서양에 전했다.” “2003년 11월 스리랑카 출신의 노동자 한 사람이 불법 체류 단속에 피해 다니다, 달리는 전동차에 뛰어들어 투신자살하였다.” 1. 바르톨로메 드 라스카사스는 16세기 초에 서인도제도에서 자행된 학살극에 관해 생생하게 보고하였습니다. 이러한 보고는 단순히 과거의 일회적인 역사의 사건으로 치부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종 사이의 치욕적인 학대 내지 수탈에 관한 상징적 범례를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저지른 만행은 신대륙 발견 당시에 발생한 과거의 범행으로 단정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유럽의 역사 내지 동양의 역사에서 그칠 줄 모를 정도로 연이어 발생한 끔찍한 인..

2 나의 글 2022.01.28

서로박: 라스카사스의 혀를 빌려 고백하다, 서문

라스카사스는 왜 중요한가? - “사유 思惟는 사유 私有가 아니다.” (윤노빈) - 친애하는 J, 당신을 위하여 라스카사스의 연구서를 간행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에스파냐 출신의 신부이자 수도사인 라스카사스 (Las Casas)는 게오르크 지멜 (Georg Simmel)도 말한 바 있듯이, “인류의 가장 커다란 고통을 환기시켜주는 인물”입니다. 그는 16세기 서인도 제도에서 오랫동안 자행된 가장 끔찍한 대학살의 생생한 증인이었습니다. 라스카사스는 약 1500만의 원주민들이 정복자의 총과 칼에 의해 학살당하는 것을 당국에 보고하였으며, 평생 고통당하는 인디언들의 생존을 위해 살았습니다. 만약 본서를 읽으면, 당신은 상기한 내용, 라스카사스의 신념과 신학적 입장 그리고 라스카사스의 혀를 빌려서 ..

24 신학이론 202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