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김용민 가끔 달이 되고 싶은 때가 있다 유리창 사람들의 눈동자 속 비칠 수 있는 곳이면 모두 제 모습 나누어주고도 아직 남아 빛날 수 있는 달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 하늘이고 싶을 때가 있다 미워지는 것들에서 눈감고 싶을 때 작은 도랑물 위 비 지나간 웅덩이 여름날 무성이는 앞새들 위에 안길 수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가만히 내려앉아 들어가 있는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하늘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나무이고 싶기도 하다 잠시 서 있음에도 어지러워 휘청일 때면 하루 종일 말없이 서서 비바람 눈보라 그 팔로 안아 들이는 그러면서 햇빛 받아 무수히 반짝거리는 나무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정말은 햇빛이 되고 싶다 바람 못 가는 유리창 너머 지붕으로 막혀 보이지 않는 방안에까지 어루만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