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7

(명시 소개) 김용민의 시 '가끔'

가끔 김용민 가끔 달이 되고 싶은 때가 있다 유리창 사람들의 눈동자 속 비칠 수 있는 곳이면 모두 제 모습 나누어주고도 아직 남아 빛날 수 있는 달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 하늘이고 싶을 때가 있다 미워지는 것들에서 눈감고 싶을 때 작은 도랑물 위 비 지나간 웅덩이 여름날 무성이는 앞새들 위에 안길 수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가만히 내려앉아 들어가 있는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하늘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나무이고 싶기도 하다 잠시 서 있음에도 어지러워 휘청일 때면 하루 종일 말없이 서서 비바람 눈보라 그 팔로 안아 들이는 그러면서 햇빛 받아 무수히 반짝거리는 나무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정말은 햇빛이 되고 싶다 바람 못 가는 유리창 너머 지붕으로 막혀 보이지 않는 방안에까지 어루만질 ..

19 한국 문학 2023.07.26

서로박: 볼프의 "원전 사고" (4)

(앞에서 계속됩니다.) 14. 원자로의 문제점: 혹자는 원자력 에너지를 평화롭게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는가? 하고 항변합니다. 과학자들은 핵에너지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우리가 예견할 수 없는 악영향을 미리 간파하지고 못하고, 이를 예방할 기술을 우선적으로 찾아내지도 못합니다. 주지하다시피 핵에너지는 핵폭탄의 쌍생아와 같습니다. 원전 사고 없이 원자로가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원자로에서는 엄청난 양의 핵폐기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핵폐기물은 물론 중준위 저준위의 핵폐기물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약 20만년 동안 보존되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핵에너지에 의존한다면, 우리는 핵폐기물의 처리에 관한 비용과 난제를 후세..

47 Wolf 2021.12.21

서로박: 볼프의 "원전 사고" (3)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원전 사고의 소식과 동생의 뇌수술: 주인공, “나”는 1986년 4월말에 메클렌부르크의 휴양지에서 집으로 귀가하는데, 이때 그미는 어느 맑은 날 아침 갑자기 원전사고에 관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것은 키에프 근처의 체르노빌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작동이 멈추어, 방사능이 유출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매스컴은 독일 사람들로 하여금 물과 음식을 함부로 먹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특히 유의할 것은 채소와 우유를 먹고 마시지 말라는 경고였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양의 방사능의 낙진이 들판에 내려앉게 되었는데, 이곳의 풀을 뜯어먹은 소들이 세슘 등이 함유된 우유를 생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전사고의 여파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냉각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해서 원자로가 ..

47 Wolf 2021.12.21

서로박: 키케로의 국가론 (5)

23. 『국가론』과 관련하여 「스키피오의 꿈」이 지니는 의미: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에서 키케로는 자신의 책 『국가론』의 마지막 부분에 일견 사적으로 보이는 두 번째 스키피오의 꿈 이야기를 실었을까요? 스키피오가 꿈에서 고찰한 우주는 무엇이며, 이것이 국가를 다스리는 문제와 과연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 한마디로 말해서 국가를 훌륭하게 다스리는 인간의 영혼은 천구에 머물면서 영생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키케로는 책의 서두에서 인간의 두 가지 유형의 삶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도덕적 완전성을 추구하는 삶이며, 다른 하나는 “향락voluptas” 내지 “무위otium”에 의해 소진되는 삶입니다. 키케로에 의하면 공동체를 위해서는 후자의 삶보다는 전자의 삶이 더욱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나라를 ..

37 고대 문헌 2021.08.25

키케로의 국가론 (4)

18. 아리스토텔레스와 키케로, 키케로 사상의 한계: 아리스토텔레스는 과두제와 민주제의 혼합 형태를 최상의 정치 형태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키케로는 이를 거부하고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의 절충 형태를 내세웠을까요? 여기에는 플라톤의 영향이 지대합니다. 키케로는 “국가를 다스리는 수장은 현명하고 영특한 철학자이어야 한다.”라는 플라톤의 말을 뼈 속 깊이 새기고 있었습니다. 키케로가 살던 시대는 과두제, 즉 세 사람의 권력자에 의한 정치 형태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키케로는 진정한 형태의 과두제는 로마의 원로원으로 충분하게 반영된다고 확신하였습니다. 그러나 크라수스, 폼페이우스 그리고 카이사르의 삼두체제는 원로원의 기능을 무너뜨리고, 백성의 안녕과 행복은커녕 오로지 권력 다툼을 가장 중요한..

38 중세 문헌 2021.08.23

키케로의 국가론 (1)

1. 귀족의 사고에 근거한 혼합정체이론: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BC. 106 – BC. 43)의 『국가론 De re publica』(BC 54 - 51)은 플라톤의 『국가』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계승한 국가 이론의 서적입니다. 놀라운 것은 키케로가 세 가지 정치 형태인 군주제, 과두제 그리고 민주제의 장단점을 지적하고, 하나의 절충적 견해를 도출해낸다는 사실입니다. 키케로는 이성과 도덕을 중시하는 자세에서 자연법의 이상을 중시했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의 상류층, 다시 말해 귀족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법과 세계를 대하는 그의 시각은 귀족의 인품과 도덕성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습니다. (김용민: 22). 비록 그가 공화주의에서 정치적 이상을 발견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처한 고대적..

38 중세 문헌 2021.08.17

서로박: 릴케의 말테의 수기 (2)

6. 아베로네와의 만남, 제 2부: 말테의 수기의 공간은 다시 역사적 공간으로 확장됩니다. 말테는 과거에 간접적으로 접했던, 잊힌 역사적 인물들 (그리샤 오트레포프, 칼 대제, 칼 6세, 아비뇽의 교황 등)을 기억해냅니다. 이러한 인물들은 역사에 실존했던 인물이지만, 말테의 뇌리 속에서 놀랍게도 “궁핍과 가난의 언어”로써 기이하게 상징화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어지는 것은 그의 친척인 마만 Maman과 함께 지냈던 생활에 관한 기억입니다. 마만은 말테보다 약 열 살 정도 더 나이든 처녀였는데, 말테는 그미를 몹시 따랐습니다. 말 테는 마만의 나이어린 동생, 아베로네를 마음속으로 사랑했습니다. 아베로네를 만나던 기억에 관한 묘사는 작가의 사랑에 대한 은밀한 입장 표명과 교차되어 나타납니다. 아베로네를 ..

43 20전독문헌 2019.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