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근거하지 않은 사색은 마음을 피폐하게 한다.” (荀子)
“소설은 독자의 영혼을 울리는 바이올린 줄과 울림통과 같습니다.” (스탕달)
“예술은 거짓이지만, 진리를 인식하게 한다.” (피카소)
1.
친애하는 O, 전환기 소설은 베를린 장벽과 통일의 문제를 다룬 소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서 문예란 혹은 독문학의 영역에서 언급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개념은 아직도 전문용어로서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장벽 붕괴 이전에도 분단과 통일을 주제화한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전환기 소설을 “독일 베를린 장벽 전후의 시기에 간행된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한 최신 소설”로 이해하면서, 이에 해당하는 중요한 작품들을 골라서 분석하였습니다. 작가들의 대부분이 동쪽 독일 지역 출신들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의 나라가 몰락하는 것을 체험하였으며, 서독사람들보다 분단과 통일을 더욱 절실하게 고찰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본서는 광의적 의미에서 “동독 문학 연구. 4”에 편입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락의 처음의 글은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입니다. 이것은 소논문과 같은 형태이지만, 본서를 기술하는 저자의 입장을 간략하게 소개하였습니다. 두 번째의 글 “전환기 소설”은 본서에서 다루게 될 전환기 소설의 요약입니다. 이 단락을 읽으면, 당신은 본서의 내용과 주제를 전체적으로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단락은 전환기 소설에 관한 본격적인 분석의 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필자는 가급적이면 전환기 소설의 내용을 재미있게 서술하고, 이에 대한 논점을 추가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가급적이면 필자의 선입견, 즉 “이른 판단 Vor-Urteil”을 일차적으로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신중한 자세로 작품을 분석하려고 시도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조처는 오로지 차제에 출현하게 될 어떤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마련하려는 것일 뿐, 결코 저자의 입장 표명을 은폐하거나 유보하려는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의 입장 내지 견해를 피력하는 것보다, 주어진 내용 그리고 사안을 일차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태도에는 일견 주장과 견해 차이의 변수를 감출 수 있다는 하자가 도사리고 있지만,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고 깨닫게 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학문적 주장들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처음부터 자신의 견해를 정당화하려고 의도하고 있습니까? 순자 荀子는 “배움에 근거하지 않은 사색은 마음을 피폐하게 한다. 思而不学則殆”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한 바 있는데, 나는 이를 다음과 같이 바꾸어 말하고 싶습니다. 즉 “사실적 정황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판단은 성급하고 거짓을 내포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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