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서로박: (1) 모렐리의 '자연법전'

필자 (匹子) 2023. 5. 1. 18:38

1. 신비로운 계몽주의 사상가: 에티엔 가브리에 모렐리 (E. G. Morelly, 1715 - 1778?)는 삶의 흔적을 명확히 찾을 수 없는 사상가입니다. 그는 생전에 시인, 교육자 그리고 철학자로 활동하며 훌륭한 문헌을 후세에 남겼지만, 정작 그의 삶에 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모렐리는 신비로운 계몽주의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누군가 그의 이력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느끼게 합니다. 흔히 모렐리는 프랑스 북서부의 비트리 르 프랑스와에서 학교 선생으로 일했다고 하기도 하고, 파리에서 세금관리로 살았다고 하지만, 사망한 연도는 불확실합니다.

 

혹자의 주장에 의하면 모렐리는 1748년 라인강을 건너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하며, 어느 경찰서장의 증언에 의하면 1753년 5월에 함부로크에 체류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그의 무덤 그리고 인적 사항을 밝힐 수 있는 서류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혹자는 모렐리는 실존인물이 아니라, 계몽주의 시대의 프랑스 작가, 프랑스와 빈센트 투생 (F. V. Toussaint)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모렐리는 백과사전파의 사상가이자 계몽주의 작가인 드니 디드로 (Denis Diderot, 1713 - 1778)의 필명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2. 모렐리의 책: 친애하는 M, 우리가 오늘 다루려고 하는 것은 모렐리의 책 『자연 법전, 혹은 모든 시대에 망각되었거나 잘못 알려진, 자연의 진정한 법칙 Code de la Nature, ou le véritable esprit de ses loix, de tout tems négligé ou méconnu』(1755)입니다. 이 책은 유토피아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책으로서 1755년에 간행되었습니다. 『자연 법전』는 당시의 사회를 고려할 때 무척 진귀한 사회철학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수십 년 동안 프랑스의 백과사전파 작가인 드니 디드로의 작품으로 잘못(?) 소개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문헌은 출판업자의 실수로 인하여 1772년에서 1773년 사이에 간행된 디드로 전집에 실렸기 때문입니다.

 

3. 모렐리의 다른 문헌: 일단 모렐리의 다른 문헌에 관해서 개관하기로 하겠습니다. 모렐리는 몽테스키외에 대한 비판의 글 외에도 두 편의 교육학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인간의 정신, 혹은 교육의 자연적 기본 원칙 Essai sur l'esprit humain 」은 1743년에, 「인간의 심장, 혹은 교육의 자연적 기본 원칙 Essai sur le coeur humain」은 1745년에 집필되었습니다. 두 개의 논문에서 모렐리는 인간의 배움의 단계 그리고 개성과 감각의 발전 등을 천착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과업은 모렐리에 의하면 실제 현실에서 활용되고 있는 여러 가지 과목의 내용을 맹목적으로 익히는 일이 아니라, 개개인에게 주어진 어떤 내밀한 기억을 극복해내고, 실천적인 경험에 바탕을 둔 지식을 익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교육 내용의 입장과 피교육자의 입장이 서로 부딪치고 충동하지 않으면, 어떠한 교육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모렐리에 의하면 피교육자의 수준과 관심을 예리하게 파악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모렐리의 교육관이 위로부터 아래로 하달되는, 통상적인 사회적 일꾼을 길러내는 교육적 작업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링 페쳐는 모렐리의 문헌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즉 모렐리의 교육학적 문헌은 시민적 계몽주의의 계열의 평범한 글인 반면에, 「바실리아데」 그리고 「자연법전」은 모렐리의 정치적 견해를 반영한 급진적 전환기의 중요한 문헌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Fetscher: 517).

 

4. 영웅서사시, 「바실리아데」: 상기한 내용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모렐리의 두 작품을 집중적으로 구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품의 주제를 고려할 때 「바실리아데」와 「자연법전」는 어떤 동질적 특성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그것들의 집필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두 작품을 비교할 때 모렐리의 사상이 어떻게 급진적으로 변화되었는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모렐리는 1753년에 영웅 서사시 「바실리아데 Naufrage des Isles flottantes ou Basiliade du célébre Pilpai」를 발표하였습니다. 영웅서사시의 원 제목은 “헤엄치는 사람들, 혹은 유명한 섬 바실리아데 필파이의 몰락”입니다. 미리 말하자면 서사시는 다음의 사실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자고로 무언가 갈구하는 사람은 차제에 그 무엇을 실제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꿈과 갈망을 떠올리지 않는 사람은 체제에 안주하려고 하며, 궁극적으로 자신과 세계를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시인이 낙관주의의 자세를 취하면서 오리엔트의 새로운 세계에 대해 찬탄을 터뜨리며, 황금의 시대에 존재했던 전원적인 상, 즉 아르카디아를 동경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이를테면 모든 것을 함께 소유하며 살아갑니다. 건축물과 같은 부동산은 모조리 공유물로 취급됩니다. 황금의 시대에 관한 모렐리의 묘사는 당시에 주어진 유럽의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서 동원된 것입니다. 「바실리아데」는 1761년에 영어와 독일어로 번역되어 유럽 전역에 퍼져나가, 계몽주의 문학 운동을 전개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독일어권의 작가 빌란트 그리고 레싱은 모렐리의 책을 읽고 커다란 감명을 받았습니다.

 

5. 「바실리아데」의 내용과 주제 (1) : 서사시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문학적 구상입니다. 즉 한 인간이 정부 내지 국가 없이 과연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가는가? 그가 자연적 본능에 의해서 어떻게 주어진 사회에 대응하는가? 하는 물음이 중요합니다. 이를 고려할 때 국가의 체제는 그 자체 불필요하며, 사치스러운 존재나 다를 바 없습니다. 모렐리의 이러한 생각은 놀라운 상상력의 서사시 속에 용해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급진적 아나키즘의 사상이 18세기 중엽의 프랑스의 시대정신의 틀 속에서 알레고리의 표현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할까요?

 

서사시는 다음의 사항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성의 여신과 그의 딸들은 다음과 같이 토로합니다. 즉 거대한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신의 충고를 따르지 않고 제 마음대로 살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암시하는 거대한 대륙은 17세기의 유럽이라는 대륙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신들은 거대한 대륙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징벌을 가합니다. 거대한 대륙은 끔찍한 자연적 파국으로 인하여 분할됩니다. 다시 말해서 바실리아데 필파이라는 섬이 거대한 대륙으로부터 분할되고, 대부분 사람들은 몰살당하고 맙니다. 일부의 사람들만이 대양에 있는 섬으로 헤엄쳐서 목숨을 부지하게 됩니다.

 

6. 「바실리아데」의 내용과 주제 (2):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에 거대한 대륙에 두 자매가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두 자매는 어떤 새로운 민족의 조상이 됩니다. 새로운 민족은 신의 가르침에 따라 자연의 법칙대로 살아갑니다. 말하자면 자연이 바로 법이고 진리인 세상에 도래하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바실리아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대한 대륙으로 침입하여 분쟁을 일으키거나, 새로운 민족의 왕을 납치하려고 부단히 애쓴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시도는 언제나 실패로 끝납니다. 다시금 거대한 자연 재앙이 발생하게 됩니다. 땅속에서 거대한 화염이 솟구쳐 나와서 섬과 거대한 대륙을 하나로 합치게 만듭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거대한 황금 피라미드가 마치 화산처럼 솟아오릅니다. 그것은 기하학적으로 축조된 자연의 영원한 법칙처럼 휘황찬란한 풍모를 만천하에 알리고 있습니다.

 

7. 「바실리아데」와 「자연법전」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 두 작품의 공통점은 명약관화합니다. 두 작품은 자연법칙에 의거한 어떤 공동체의 구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연법전」은 이러한 구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게 아니라, 명시적 논의로 해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자연법전」에서의 자연의 과업은 더 이상 문학적으로 잘 설계된 무정부주의에 의해서 논의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공산주의 국가에 의해서 실행되고 있습니다.

 

모렐리는 국가의 중앙집권적인 구조 그리고 포괄적인 규정 등을 통해서 모든 것을 분명하게 규정합니다. 성스러운 기본 법칙, 다시 말해서 공동 소유제의 도입이라든가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작가는 사회의 모든 측면을 법적 규정으로 확정하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생산된 재화의 분배, 경제생활, 경작지 개간, 생업 협동조합, 도시 계획, 시민의 의식주, 정부의 형태, 결혼과 사랑의 삶, 교육제도, 법정 등에 관한 사항 말입니다. 한마디로 모렐리는 “아나키즘의 변증법”에 입각하여, 지배 없는 가상적인 평등 공동체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8. 「바실리아데」에 담긴 모렐리의 시대비판:「바실리아데」에서 묘사되는 바실리아데 필파이라는 섬은 18세기 프랑스의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섬을 지배하는 것은 온갖 악덕, 사악한 도덕 그리고 지배자들의 편협함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바다 속의 괴물들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대륙에서 형성된 새로운 민족들은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참으로 축복받은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러한 대비를 통해서 한 사회가 어떠한 행복한 사회적 질서 속에서 출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현저한 대비는 나중에 「자연법전」에서 하나의 바람직한 질서의 규정으로 지양되고 있습니다. 모렐리는 페루의 잉카 문명에 관한 초상화를 접하고, 깊은 감동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플라톤과 모어와 마찬가지로 사유재산 제도를 악의 근원으로 파악하였습니다. 사유재산제도가 존속되는 한 인간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 (홉스)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게 모렐리의 판단이었습니다. 물론 모렐리는 봉건적 소시민주의 그리고 자본주의 등이 표방하는 사유재산 제도를 분명하게 구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모렐리만큼 사적인 소유권 그리고 인간의 의식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배 구조 사이의 상관관계를 예리하게 투시한 사람은 예전에 없었습니다.

 

9. 「자연 법전」에 담긴 모렐리의 시대 비판: 모렐리는 만인의 평등한 삶을 위해서는 귀족과 수사 계급의 기생적인 삶이 청산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왕권은 사악한 책사들에 의해서 잘못 실천되어 왔으며, 탐욕과 지배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습니다. 폭정과 수탈 등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서히 무지의 나락 속에 빠지며 파멸해나갔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천명 가운데 불과 열 명 정도만이 공공연한 문제에 자신을 드러낼 뿐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작가의 시대 비판은 「바실리아데」에서의 시대 비판과 거의 동일합니다.

 

가령 「바실리아데」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타납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자와 금력자의 수탈은 모든 범죄의 어머니이며, 세상의 모든 질서를 어지럽히게 만든다. 그렇지만 인민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Morelly 1753: 5f.) 모렐리는 재산 축적으로서의 사유 재산을 전적으로 비판했으나, 나중에는 생산을 위한 도구들을 사유 재산의 물품에서 제외하게 됩니다. 달리 말하자면 「바실리아데」에서 사유재산은 처음부터 전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반면에, 「자연 법전」에서 사유재산은 보다 세밀하게 규정되고 있습니다. (Morelly 181)

 

10. 자연의 법칙과 인간 이성의 법칙: 이제 모렐리의『자연 법전』를 세부적으로 고찰하기로 하겠습니다. 자연의 법칙이라고 해서 무작정 자연을 내용으로 삼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이란 인간의 본성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자연 Natur”의 법칙은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 “인간 이성 Natur”의 법칙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자연이 인간 이성이라는 개념으로 정착된 게 계몽주의 사상의 영향임을 감안한다면, 상기한 사항은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렐리의 문헌은 국가 철학의 내용을 개진한 세 개의 단락 그리고 한 개의 첨부 자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첨부 자료에서 모렐리는 어떤 이상적 국가를 다스리는 실질적인 정부를 위한 입법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부는 공동체의 이상 국가를 이끌어갈 수 있는 권력기관을 가리킵니다.

 

인간은 모렐리에 의하면 그 본성에 있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개별적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를 뛰어넘는 유일한 생명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인간은 누구든 간에 타인을 돕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사회적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같은 “종 種”의 개체에 대해 마냥 냉담하게 반응하는 일부의 동물들과는 달리, 합심하고 협동하며, 한울타리를 이루면서 살아갑니다. 인간은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회학적인 체계 속으로 편입시키려고 애를 씁니다. 이를테면 사랑과 감사함으로 함께 아우르며 살아가는 공동체를 생각해 보세요. 모렐리는 인간이 사회적으로 협동하는 능력을 자연으로부터 천부적으로 물려받았기 때문에, 협동의 공동체라는 사회학적 체제를 구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공동체 속에서 함께 아우르며 살아가면서, 구성원들의 욕구 내지는 필연성들을 모조리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11. 사유 재산은 파기되어야 한다. 모렐리에 의하면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한 존재입니다. 스스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지 않는 인간은 지구상에 한 명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을 망치는 것은 모렐리에 의하면 기존하는 사유재산의 법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사유재산의 법으로 인하여 골수까지 썩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모렐리의 입장은 무정부주의자, 프루동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언급하겠지만- 국가를 균등한 수의 부분으로 구분하려고 하는 점에서 그것은 프루동의 입장과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프루동은 처음부터 국가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국가를 “절대 악의 기관”으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개개인들은 로마 시대 이후로 사적 소유권을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세상의 사람들은 인류의 공동적 재화를 개인별로 분할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인간의 이성은 서서히 마비되고, 동지애와 같은 인간의 순수한 열정은 때 묻거나 변질되었습니다. 사유 재산제로 인하여 인간의 마음속에 탐욕이 뿌리내리게 되었습니다. 모렐리는 주어진 현실에서 가장 나쁜 습관으로서 무엇보다도 인색함을 들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자린고비의 인색함이야말로 불행한 이웃을 돕지 않고 이기주의적 생활 습관을 고수하게 하는 모태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재화를 오로지 자신의 것으로, 사적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모든 악덕의 근원이 되고, 급기야는 자연적으로 인류가 태초에 누리던 정의로운 사회를 결국 파멸하게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개인들의 사적 재산은 모렐리에 의하면 모든 사회적 죄악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12. 공유물의 분배: 모렐리는 이러한 입장을 통해서 이상 사회의 전제 조건을 다음과 같이 설계합니다. 모렐리의 견해에 의하면 모든 재화들은 궁극적으로 공동의 소유로 환원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상 사회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상 사회의 성스러운 기본 법칙에 따르면 인간은 어떠한 물건도 자신의 사적인 소유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예외사항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즉 삶의 향유를 위하거나 매일 스스로 행하는 노동을 위해서 어떤 무엇을 일시적으로 소유할 수 있습니다. 생산을 위한 기계라든가 농기구를 생각해 보세요.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모든 국민은 동등하게 국가의 재원으로써 보호 받아야 합니다. 

 

또한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즐겁게 살아가며 자신의 일을 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대가로서 사람들은 자신의 힘, 능력 그리고 나이에 따라 자신의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가에 어느 정도 봉사해야 합니다. 이것이 국가와 인민의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이라고 합니다. 자고로 사람들은 미리 보편적으로 주어진 노동의 의무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개개인들은 국가로부터 사회의 포괄적인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체제는 모렐리에 의하면 무엇보다도 다음의 사항을 일차적 과업으로 행해야 합니다. 즉 모든 국민들은 공동의 복지를 위해서 일정 부분 헌신하고, 반드시 공동체라는 공동의 경제 질서의 계명을 따라야 한다는 사항 말입니다.

 

13. 국가의 분할, (가족, 부족, 도시, 주): 모렐리의 국가는 법적 행정 기관으로 변형되어 있습니다. 국가는 모렐리에 의하면 가족, 부족, 도시 그리고 주로 분할되어야 합니다. 모든 부족은 일정한 수의 가족으로 균등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도시들 또한 어떤 체계에 의해서 균등한 수의 부족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모든 질서는 균등한 수로 정해져야 하며, 균등하고 비례적인 수를 넘어서서도, 그렇다고 해서 줄여져서도 안 됩니다. 이로써 가족, 부족, 도시 그리고 지방으로서의 주로 확장되는 제반 공동체들은 제각기 균등한 수에 의해서 분할되어야 하며,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합니다. 인구 역시 일정한 법칙에 의해서 유지되어야 합니다. 부족, 도시 그리고 주의 인구는 정정한 비례의 법칙 하에서 조절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14. 권력의 분산과 연방제: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국가의 체제를 구성하게 되면, 권력이 집중될 위험이 있습니다. 모렐리는 권력의 집중화 내지 국가의 독점적 횡포를 사전에 차단시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견해를 제시합니다. 즉 이상적 국가는 하나의 연방주의의 구조를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입법과 행정의 권한이 분산되어야 독재 내지 권력자들의 끔찍한 전횡을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체제는 “부족 원로원 Stammsenate”이라고 합니다. 부족 원로원은 나이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여 개별 부족의 최고 대표들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그들은 어떤 선거에 의해서 선출되는 게 아니라, 순서에 따라 돌아가며 직책을 맡아야 합니다. 이러한 순번제 방식으로 구성되는 게 바로 “최고 원로원”이라고 합니다. 최고 원로원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법을 만들어 시행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지방의 원로원의 임원이 하나의 안을 발의하면, 지방 원로원의 모든 임원들이 동의할 경우에 한해서 그 안은 정식으로 최고 원로원에서 논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서 최고 원로원은 하나의 안건을 법으로 통과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통과된 법만이 이상 국가 내에서 법적인 효력을 지닐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법칙을 통해서 모렐리는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관직에서 머물면서 전횡을 일삼는 국가의 관리들의 횡포를 사전에 차단시키려고 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