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나는
돛을 세울 수 있으리라.
돛이 없으면
막대기와 거적으로 하나를 만들리라.
위의 시는 브레히트의 연작시 부코 비가의 “모토”입니다. 지금까지 나는 브레히트의 삶과 문학과 관련하여 이 시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가령 위의 시는 다음과 같이 해석되었습니다. “나”는 항해 중입니다. 어디서 출발하여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평상시에는 돛을 세울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회가 정체되어 있거나 움직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때 돛은 아무런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사회의 진보를 위한 동력과 추진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브레히트는 구동독의 정체된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시는 시인의 다짐 내지 의지를 보여줍니다. 비록 지금 여기 “바람이 불”지 않지만, 나 자신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사회의 진보를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시인은 다짐합니다. 필요하다면 막대기와 거적이라도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K, 이 시는 나와 당신의 삶과도 관련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는 항상 바람이 불었습니다. 때로는 풍랑이 일었습니다. 파도가 높으면, 배들은 갈팡질팡합니다. 어떤 배는 좌초하기도 하지만, 몇몇 배들은 방향 감각을 잃고, 동서남북 각자의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그러나 힘든 고해의 삶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돛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돛을 잡고 있어야 우리의 방향은 정해진 곳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나는 힘들었던 나의 유학 시절을 떠올립니다. 당신 역시 삶에서 한두 번 파도가 치고, 배가 전복될 위기에 처해 있는 참담한 상황을 맞이하겠지요. 그때 이 시를 떠올리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견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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