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401) 지방 선거. 잘 모르면 투표하지 않으리라

필자 (匹子) 2018. 6. 12. 12:12

나는 간접 민주주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남한에서의 간접 민주주의의 폐해 가운데 하나는 민의가 국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권자들은 국회의원으로 일해달라고 특정인들을 선출했다. 그러나 더러의 국회의원들이 신경을 쓰는 것은 민의가 아니라, 자신의 입지, 경제력의 확장 등이다. 국회의원에게 면책 특권이 주어지는 까닭은 특별 권한을 행사하면서 국민을 위해 소신있게 밀어붙이라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도 죄를 저지르는 국회의원이 있는데, 다른 국회의원이 이를 비호하고 있다. 불체포 동의안이라는 단어에는 썩는 똥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현재 활용되는 대통령제에는 문제가 참 많다. 특히 입법 기관과 행정 책임자 사이의 소통의 문제는 참으로 심각하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별도의 선거 과정을 통해서 제각기 선출되기 때문에 그들 사이의 관계는 직접적이지 못하고 소통 역시 차단되곤 한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헌법 개정 역시 물 건너가고 말았다. 헌범 개정에 관해서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 국회의원이 많았으면 좋겠다. 국회 도서관에 가보면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국회의원은 거의 없다.

 

문제는 입법부 외에도 사법부에도 있다. 양승태의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정부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해왔다는 의혹의 유력한 증거들이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다. KTX여승무원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 그동안 대법원이 내려왔던 비상식적 판결들이 사법부의 정치가들과의 담합 때문이었다. 이 판결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왔으니 만일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대법원은 존재의미가 그 뿌리에서부터 흔들리는 셈이다. 양승태 등 대법관들은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를 법관이 앞장서서 유린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될 것이다. 

 

어느 제자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방 선거에서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다고, 나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원론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후보자에 관해서 살피고, 그들의 정치적 노선 그리고 입장과 견해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라고, 그 다음에 누군가를 지지하라고 말이다. 그런데 특정인의 인간 됨됨이 그리고 그의 정치적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왜냐하면 모든 후보자가 유권자를 위해서 일하겠다고 입을 맞추어 공언하기 때문이다. 후보자의 말 속에는 기만과 위선이 숨어 있다. 언제 선거판이 타인을 속고 속이는 고스톱 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투표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장난과 같다. 좋은 사람을 뽑으라고 충고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더러의 후보자들이 거짓말을 일삼기 때문이다. 그들 대부분은 직위를 통하여 월급을 받고 싶을 뿐이다. 잘 모르겠다면, 투표하지 말라고. 나는 경기도 교육감, 경기도지사 후보자를 지지하게 되었지만, 시장 후보자 그리고 시의원 후보자를 아직 선택하지 못했다. 끝까지 선택하지 못할 경우 백지를 제출할 생각이다. 잘 모를 때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솔직하고 깨끗한 행동인가?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다.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게 50점을 받을 수 있다. 알려고 노력하되, 끝까지 알 수 없다면, 투표용지를 찢을 수밖에 다른 방도가 있을까?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이 권력을 쥐든 놓든 간에 힘들게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