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Bloch 번역 41

블로흐: 유산의 세 단계 (2)

혁명의 시대는 이러한 식으로 언제나 이전 시대에 살았던 선구자들을 찬양하였다. 사람들은 이전의 사람들에게서 부분적으로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동질성을 느끼곤 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반동적인 시대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가령 기사들이 고립된 성, 왕궁에 머물 때에도 건축가들이 성당을 건축할 때도 나름대로의 이상적인 인물을 떠올리곤 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갈구하는 상을 엄청난 범위에서 다르게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갈구하는 유산을 반드시 하나로 통일해야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시민 사회의 출발 당시부터 속출하던 페스트와 같은 질병을 제외한다면, 유산은 어떤 낯선 계급적 내용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몰론 사람들은 이전의 혁명을 다시금 기억하면서 환호하곤 ..

29 Bloch 번역 2022.09.22

블로흐: 유산의 세 단계 (1)

블로흐는 고대 사회, 봉건 사회 그리고 시민 사회의 문화를 사회주의적으로 수용하는 문제를 숙고했다. 동구의 대부분 사회주의자들은 과거의 문화를 통째로 거부하거나, 일부 찬양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블로흐는 인간이 남긴 모든 유산에는 긍정적 부정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고 믿었다. 지나간 문화적 유산을 새로운 사회에서 바람직하게 수용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오늘날 주어져 있는 모든 문화적 유품의 옥석을 가려내어야 한다고 믿는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루카치에 대한 블로흐의 비판이다. 루카치는 후기 시민 사회의 병든 문화를 모조리 거부하고, 고대 그리스의 이상 그리고 독일 고전주의의 자세를 찬양하였다. 이에 비해 블로흐는 개별 문화 그리고 예술 작품들의 호불호를 지적하는 대신에, 그 속에 혼재되어 있는 부정적 ..

29 Bloch 번역 2022.09.22

블로흐: 양자 이론과 원자 모델 (4)

원자의 움직임에 대해 양자 이론을 적용하게 되면, 그때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구체적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원자에 속하는 구성물들이 불연속적으로 밀치는 듯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가령 막스 플랑크는 광선 에너지가 마치 양에 따라 시간적으로 어떤 뿐만을 사출된다는 사실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고는 움직이는 행위의 원자론에 관한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동일하게 드러나는 원자의 작용량인 h를 가리킵니다. 그것은 원자 모형의 모든 실험적 수정 사항이 보여준 바 있듯이 생기 없는 자연의 모든 원소의 진행 과정 속에서 함께 작동되고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즉 물질 그리고 전..

29 Bloch 번역 2022.07.19

블로흐: (5) 유토피아의 의미에 관하여

(앞에서 계속됩니다.) 가까운 무엇 그리고 멀리 위치한 무엇, 우리는 이 가운데 한 가지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다른 한 가지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눈앞의 일상적 문제에 골몰하는 나머지 우리가 마음속으로 추구하는 갈망을 좌시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그리고 여기”의 관점에서 고찰할 때 우리는 희망하는 먼 목표는 너무 멀리 팽개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당면한 문제에 혈안이 되면, 우리는 “갈망이라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고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사항에 대해 둔감한 태도를 취하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가까이 도사리고 있는 긴급한 문제를 일차적으로 고려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후에 태어날 자손들의 관심사에 부합되는..

29 Bloch 번역 2021.12.10

블로흐: (4) 유토피아의 의미에 관하여

(앞에서 이어집니다.) 이로써 유토피아는 정의를 벗어난 현실 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가 됩니다. 그래, 그것은 정의에서 벗어난 현실 상황 이전에 이미 의식된, 하나의 가르침으로 이어져온, 지금도 그러한 이념에 의해서 모든 것을 측정합니다. 이는 횔덜린의 『히페리온』이 말하고자 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시인은 자신의 서간체 소설에서 “시민주체Citoyen”의 “끼니 문제와 직결되는 유토피아의 입장”에서 장차 도래할 부르주아 계층을 비판하지 않았던가요?  (여기서 “끼니 문제와 직결되는 유토피아의 입장”은 원문대로 직역하면 “식탁 앞에서 유효한 유토피아”가 될 것이다. 주인공 히페리온과 같은 시토이앙은 생존에 가장 필요한 재화 및 노동을 중시하지만, 다른 한편 다음의 일을 삶의 중요한 영역이라고..

29 Bloch 번역 2021.12.03

블로흐: (3) 유토피아의 의미에 관하여

(앞에서 이어집니다.) 그밖에도 여러 종교들이 추구하는 신비로운 갈망 내지 기독교의 신비로운 희망을 생각해 보세요. 이것들은 죽음에 대항하는 상을 너무나 다양하게 설계하고 있으며, 종교 고유의 유토피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휴머니즘의 놀라운 의향은 이러한 믿음의 유토피아를 통해서 더욱 위대함을 표출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밖에 철학이 사변적이라는 점은 너무도 당연한 말입니다. 철학자들은 결코 경험적인 분야를 연구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아직 아닌 존재das Noch-Nicht-Sein”에 관하여 핵심적으로 추적하지 않았던가요? 철학은 아직 아닌 존재가 어떻게 활동하고, 무슨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것이 무엇을 탐색하며, 그것이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

29 Bloch 번역 2021.12.02

블로흐: (2) 유토피아의 의미에 관하여

(앞에서 이어집니다.) 또한 동화들은 여러 과학 기술에 대한 가상적 기구들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동화 작가들은 마치 마술의 도구처럼 이러한 자연과학의 기구들을 그야말로 마력적으로 동화에 도입했던 것입니다. 「열려라, 식탁 Tischlein, deck dich」이라든가 진실로 지레에 의해 작동되는 요술 말 (馬) 그리고 날아가는 양탄자를 생각해 보세요. 알라딘의 소도구들은 인간의 욕망을 놀라울 정도로 성취시켜주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우리가 그것을 실제로 작동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오랫동안 이어온 소망을 충족시켜주지 않았습니까?  그래,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발명품의 목록은 자세히 언급된 과학 기술의 유토피아로서, 바로 지금까지 간행된 동화 속에 이미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령 베이컨..

29 Bloch 번역 2021.11.27

블로흐: (1) 유토피아의 의미에 관하여

우리는 밤에만 꿈을 꾸는 게 아니라, 깨어 있을 때도 꿈을 꿉니다. 이 두 가지 종류의 꿈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꿈은 우리의 갈망으로부터 자극을 받는데, 이로써 우리는 이러한 갈망을 성취하려고 한다는 점 말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꿈들은 서로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낮꿈 속에는 자아가 지속적으로 등장합니다. (블로흐의 “낮꿈 (Tagtraum)”은 블로흐 철학의 전문용어로서 이상적 사고의 모티프를 제공하는 것이다. - 역주) 자아는 낮꿈 속에서 어떻게 활동할까요? 그것은 의식된 현실 상황 및 어떤 더 나을 것 같은 바람직한 미래상을 개별적으로 형상화하며, 이를 미래의 상황으로 제시합니다. 그렇기에 낮꿈은 밤에 꾸는 꿈과는 달리 내용상 한 바퀴 여행을 마치고 제 자리로..

29 Bloch 번역 2021.11.26

블로흐: 실증주의 비판

아래의 글은 다음의 책에 실려 있다. Ernst Bloch: Das Materialismusproblem. seine Geschichte und Substanz, Frankfurt a. M. 1985, S. 439 - 441. .............................. 실증주의자들은 제각기 다른 대상을 연구하지만, 자신들이 추적하는 연구 대상을 도중에 멈추고 이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놀라운 공통적 특성을 보여줍니다. 이로써 그들이 연구하는 대상은 어떠한 것도 생략되지 않고 철저하게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대신에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척도로서의 회의적 관점입니다. 인간의 감각으로 관찰될 수 있는 주어진 사항에 유효한 것은 오로지 이러한 척도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의 단초는 순수 사고의 경제..

29 Bloch 번역 2021.10.08

호르스터: 블로흐의 사상 (3)

에른스트 블로흐는 아직 완결되지 않은 존재로서의 존재를 “아직 아닌 존재 (das Noch-Nicht- Sein)”로 규정하였다. “아직 아닌 존재”는 “아직 아닌 의식” 내지 “의식되지 않은 무엇”과 연합 전전을 구축하고 있는데, 블로흐 이전의 형이상학에서는 학문적으로 명명된 바 없다. 이전의 형이상학에서는 존재는 처음부터 완결되어 있는 무엇으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블로흐의 경우는 이를 배격한다. 때문에 블로흐의 철학은 새로운 형이상학이라고 명명될 수 있다. 그렇지만 블로흐가 과거의 형이상학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블로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의 다음과 같은 핵심적 사고를 차용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본질은 개별적으로 실존하고 있는 무엇과의 일치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아..

29 Bloch 번역 202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