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Bloch 번역 37

블로흐: 유토피아의 의미에 관하여 (4)

(앞에서 이어집니다.) 이로써 유토피아는 정의를 벗어난 현실 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가 됩니다. 그래, 그것은 정의에서 벗어난 현실 상황 이전에 이미 의식된, 하나의 가르침으로 이어져온, 지금도 그러한 이념에 의해서 모든 것을 측정합니다. 이는 횔덜린의 『히페리온』이 말하고자 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시인은 자신의 서간체 소설에서 “시민주체Citoyen”의 “끼니 문제와 직결되는 유토피아의 입장”에서 장차 도래할 부르주아 계층을 비판하지 않았던가요? (여기서 “끼니 문제와 직결되는 유토피아의 입장”은 원문대로 직역하면 “식탁 앞에서 유효한 유토피아”가 될 것이다. 주인공 히페리온과 같은 시토이앙은 생존에 가장 필요한 재화 및 노동을 중시하지만, 다른 한편 다음의 일을 삶의 중요한 영역이라고 ..

29 Bloch 번역 2021.12.03

블로흐: 유토피아의 의미에 관하여 (3)

(앞에서 이어집니다.) 그밖에도 여러 종교들이 추구하는 신비로운 갈망 내지 기독교의 신비로운 희망을 생각해 보세요. 이것들은 죽음에 대항하는 상을 너무나 다양하게 설계하고 있으며, 종교 고유의 유토피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휴머니즘의 놀라운 의향은 이러한 믿음의 유토피아를 통해서 더욱 위대함을 표출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밖에 철학이 사변적이라는 점은 너무도 당연한 말입니다. 철학자들은 결코 경험적인 분야를 연구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아직 아닌 존재das Noch-Nicht-Sein”에 관하여 핵심적으로 추적하지 않았던가요? 철학은 아직 아닌 존재가 어떻게 활동하고, 무슨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것이 무엇을 탐색하며, 그것이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

29 Bloch 번역 2021.12.02

블로흐: 유토피아의 의미에 관하여 (2)

(앞에서 이어집니다.) 또한 동화들은 여러 과학 기술에 대한 가상적 기구들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동화 작가들은 마치 마술의 도구처럼 이러한 자연과학의 기구들을 그야말로 마력적으로 동화에 도입했던 것입니다. 「열려라, 식탁 Tischlein, deck dich」이라든가 진실로 지레에 의해 작동되는 요술 말 (馬) 그리고 날아가는 양탄자를 생각해 보세요. 알라딘의 소도구들은 인간의 욕망을 놀라울 정도로 성취시켜주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우리가 그것을 실제로 작동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오랫동안 이어온 소망을 충족시켜주지 않았습니까? 그래,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발명품의 목록은 자세히 언급된 과학 기술의 유토피아로서, 바로 지금까지 간행된 동화 속에 이미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령 베이컨의..

29 Bloch 번역 2021.11.27

블로흐: 유토피아의 의미에 관하여 (1)

우리는 밤에만 꿈을 꾸는 게 아니라, 깨어 있을 때도 꿈을 꿉니다. 이 두 가지 종류의 꿈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꿈은 우리의 갈망으로부터 자극을 받는데, 이로써 우리는 이러한 갈망을 성취하려고 한다는 점 말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꿈들은 서로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낮꿈 속에는 자아가 지속적으로 등장합니다. (블로흐의 “낮꿈 (Tagtraum)”은 블로흐 철학의 전문용어로서 이상적 사고의 모티프를 제공하는 것이다. - 역주) 자아는 낮꿈 속에서 어떻게 활동할까요? 그것은 의식된 현실 상황 및 어떤 더 나을 것 같은 바람직한 미래상을 개별적으로 형상화하며, 이를 미래의 상황으로 제시합니다. 그렇기에 낮꿈은 밤에 꾸는 꿈과는 달리 내용상 한 바퀴 여행을 마치고 제 자리로 ..

29 Bloch 번역 2021.11.26

블로흐: 실증주의 비판

아래의 글은 다음의 책에 실려 있다. Ernst Bloch: Das Materialismusproblem. seine Geschichte und Substanz, Frankfurt a. M. 1985, S. 439 - 441. .............................. 실증주의자들은 제각기 다른 대상을 연구하지만, 자신들이 추적하는 연구 대상을 도중에 멈추고 이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놀라운 공통적 특성을 보여줍니다. 이로써 그들이 연구하는 대상은 어떠한 것도 생략되지 않고 철저하게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대신에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척도로서의 회의적 관점입니다. 인간의 감각으로 관찰될 수 있는 주어진 사항에 유효한 것은 오로지 이러한 척도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의 단초는 순수 사고의 경제..

29 Bloch 번역 2021.10.08

호르스터: 블로흐의 사상 (3)

에른스트 블로흐는 아직 완결되지 않은 존재로서의 존재를 “아직 아닌 존재 (das Noch-Nicht- Sein)”로 규정하였다. “아직 아닌 존재”는 “아직 아닌 의식” 내지 “의식되지 않은 무엇”과 연합 전전을 구축하고 있는데, 블로흐 이전의 형이상학에서는 학문적으로 명명된 바 없다. 이전의 형이상학에서는 존재는 처음부터 완결되어 있는 무엇으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블로흐의 경우는 이를 배격한다. 때문에 블로흐의 철학은 새로운 형이상학이라고 명명될 수 있다. 그렇지만 블로흐가 과거의 형이상학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블로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의 다음과 같은 핵심적 사고를 차용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본질은 개별적으로 실존하고 있는 무엇과의 일치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아..

29 Bloch 번역 2021.08.24

호르스터: 블로흐의 사상 (2)

1961년 블로흐는 자신의 튀빙겐 첫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물었다. “희망은 환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 “분명히 그렇다. 굉장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환멸은 희망이라는 남자 곁에 동행하는 여자라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과 대답은 블로흐의 실제 삶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블로흐는 제 1차, 제 2차 세계대전을 체험했다. 1933년 3월 6일 그는 1917년의 망명 국가였던 스위스로 재차 망명해야 했다. 1934년 그는 빈으로 가서 자신의 세 번째 부인 카롤라와 결혼했다. 1935년부터 두 사람은 파리에서 살았고, 1936년부터 1938년까지 프라하에서 생활했다. 1938년 그들은 배를 타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1948년 블로흐는 라이프치히 대학교의 교수 초빙에 응했다. 자신의 명확한 자의식은 라이프치..

29 Bloch 번역 2021.08.24

호르스터: 블로흐의 사상 (1)

블로흐의 주저 『희망의 원리』는 1938년부터 1947년 사이에 미국 망명 시에 집필되었으며, 제 1권은 구동독에서 1953년에 간행된 바 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대상을 다루면서 어떤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이 인간을 추동하는 결정적인 모티브라는 사실을 피력하고 있다. 블로흐는 회화, 건축, 음악 그리고 문학 등의 제반 예술 장르를 하나씩 분석하고, 동화, 영화, 여행, 유행, 진열장, 춤, 무언극, 낮꿈과 밤꿈, 종교 그리고 신화 등을 차례로 거론하면서, 이들 속에 담긴 유토피아의 요소들을 해명해 나간다. 나아가 그는 통속 문학, 영화관, 일 년 시장, 축제 등의 영역을 긍정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어떤 소외되지 않은 사회적 정치적 현실 상태에 대한 희망의 가장 다양한 표현 형태들을 ..

29 Bloch 번역 2021.08.24

블로흐: 셸링의 무덤가에서 (3)

셸링은 1803년에 이미 「대학 수업의 방법론에 관한 강연Vorlesungen über die Methode des akademischen Studiums」에서 자신의 제반 철학을 교육학적 차원에서 자세히 논평한 바 있다. 말하자면 자신의 철학은 제반 학문을 다루는 대학 내에서 문과 대학의 틀 속에서 정립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이든 셸링의 강의에는 셸링 초기 시대의 이러한 내적으로 광활하고 심원한 노선이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대신에 셸링은 세계의 토대에 관한 역사 자체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 이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나이든 셸링의 사고 속에 과거에 개진했던 의식 철학에 관한 입장 그리고 이성의 관념 이론에서 유래한 자신의 구상 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

29 Bloch 번역 2021.06.30

블로흐: 셸링의 무덤가에서 (2)

바로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하여 셸링은 매우 낯설고 기이한 사고를 개진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놀랍게 등장한 것은 기독교의 어두움이었다. 이것은 기상천외하며,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심층부의 공간이었다. 이것은 심리적으로 고찰할 때 한 인간이 깊은 숙고 속에서 유래하는 상으로서, 거기에는 노년의 진정한 그림자가 묘하게 투영되어 있다. (덴마크 작가 헨릭 폰토피단Henrik Pontoppidan은 『행복에 가득 찬 한스Hans im Glück』에서 생명력을 지닌 한 인간이 어떻게 성격적 붕괴를 체험하는지를 묘사한 바 있다. 주인공은 내심 그토록 증오하던 경건주의의 생활 방식을 떠올리면서, 자신 역시 아버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종교”에 대한 셸링의 관심사는 객관적으로 고찰할..

29 Bloch 번역 2021.06.29